겨울잠만 자고 있는 급식협회
겨울잠만 자고 있는 급식협회
  • 김병조
  • 승인 2008.03.05 10: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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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협회 출범1년 달라진 게 없다
2월 26일 오후 2시, 여의도 기계회관에 위치한 (사)한국급식협회 사무실을 찾았다. 사무실엔 상근직원이 사무총장과 과장 둘 밖에 없다. 협회 사무실엔 회장실이 두 개였다. 회장이 2명이기 때문인 듯하다.

취재를 위해 들어간 회장실엔 책상과 의자, 그리고 전화기 한 대만 있을 뿐 아무것도 없다. 회장이 앉아서 집무를 본 흔적이라고는 찾아볼 길이 없다.

(사)한국위탁급식협회와 (사)한국급식관리협회로 양분돼 있던 급식업계가 (사)한국급식협회로 통합한지 1년이 지났지만 협회가 아직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한 눈에 읽을 수 있다.

2006년 6월 CJ푸드시스템이 운영하던 경기도 일대 학교급식에서 대형 식중독사고가 발생하자 그해 12월에 학교급식법이 개정됐다. 위탁으로 운영되고 있는 학교급식을 2009년까지 전부 직영으로 전환한다는 것이 핵심이었다. 위기의식을 느낀 업계는 한 지붕 두 집 살림을 청산하고 어렵사리 통합협회를 출범시켰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 협회가 한 일이 뭔가. 협회 관계자는 급식법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등 한 일이 많다고 말한다. 그러나 소득은 아무것도 없다. 급식법개정안은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고 폐기처분됐고, 두 개의 협회를 하나로 통합했지만 무늬만 통합이지 여전히 콩가루 집안이다. 통합 당시 3억1476만원이었던 협회 재정은 지난해 6월 18일 임시이사회 때 잔고가 5735만원에 불과했다.

당시 이사회 자료에 따르면 회원사가 모두 76개사이고 매출규모별로 차등적으로 내도록 돼있는 회비의 월 추정 액수는 2470만원, 8개월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 따져보면 회비 수입만 해도 1억9000만원이 넘는다. 그런데 협회 재정은 거의 바닥 수준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회원사들이 회비를 제대로 안내고 있다는 증거다. 지난 1년 동안 여의도에 비싼 사무실을 열어놓고 하는 일 없이 재정만 축내고 있었다고 하면 지나친 표현일까.

협회는 급식종사자에 대한 위생교육도 대행할 권한을 갖고 있다. 하지만 시행을 않고 있다. 이유를 묻자 그것보다 학교급식법 재개정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법개정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학교급식 재개정을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하고 있느냐, 그것도 아닌 듯하다. 주는 밥그릇도 챙겨 먹지 못하고 있는 꼴이다.

협회는 3월에 정기총회를 열고 새로운 회장을 뽑을 예정이다. 통합 때 어쩔 수 없이 채택한 공동회장 제도가 문제가 많다는 것이 회원사들의 중론이다. 그래서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단일 회장을 선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회장 선출 문제를 놓고 또 한번의 분열 조짐까지 엿보인다.

공동회장 중의 한 명은 용퇴를 선언하면서 다른 한 명에게도 동반 퇴진을 요구하고 있지만 한 쪽은 생각이 다르다고 한다. 학교급식법을 재개정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자신이 다시 차기 회장을 맡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모양이다.

이런 저런 이유로 협회가 다시 짜개질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관계자들은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통합 문제를 놓고도 명분도 없는 이유들로 몇 년씩이나 시간을 끌더니만 통합 이후 사실상의 하나가 되는데도 엄청난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갈 길은 멀고, 할 일은 많은데 언제까지 그러고만 있을 것인지 답답할 따름이다.

김병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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