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업계의 '조용한 혁명전사'
급식업계의 '조용한 혁명전사'
  • 김병조
  • 승인 2008.05.06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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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내식당 문화공간/열린공간으로 탈바꿈" 강조
'정성경영'과 프리미엄급식으로 산업 선진화 주도
▶ (주)현대푸드시스템 홍성원 대표이사
한국경제 부흥의 주역인 정주영, 그리고 그가 키워 낸 이명박 대통령, 이들 두 거목이 키워 내고 이들을 멘토로 하는 경제인들은 수 없이 많다. 현대푸드시스템 홍성원 대표이사도 그 중 한 사람이다.

1974년 연세대학교 응용통계학과를 졸업하고 1978년 현대건설에 입사해 1997년 현대그룹 종합기획실 인재개발팀 상무이사를 지낼 때까지 홍성원 사장은 故 정주영 회장과 호흡을 같이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92년 정주영 회장이 대통령 선거에 출마해 낙선하고 비자금 조성과 관련해 조사가 벌어졌을 때 검찰에 가장 먼저 잡혀간 사람도 바로 홍 사장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전 현대건설 회장)과도 오랜 시간은 아니지만 함께 근무한 경험이 있다.

그런 그가 현대백화점 부사장과 호텔현대 대표이사, 현대홈쇼핑 대표이사를 거쳐 2007년 2월부터 현대H&S 대표이사 겸 현대푸드시스템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매출규모로 따지면 지금 맡고 있는 두 회사는 전에 맡았던 회사들에 비해 소규모 회사라고 할 수 있기에 일종의 ‘좌천’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수 있지만 그가 보이고 있는 행보나 사업계획을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급식업계에서 보수적인 기업으로 소문난 현대푸드시스템, 그 회사의 조용한 혁명을 이끌고 있는 홍성원 대표이사를 소개한다.

대담 = 김병조 편집위원


'푸짐함'과 '정성’ 담은 기본이념

어느 기업이나 독특한 기업문화가 있다. 정주영이 일군 현대그룹의 독특한 기업문화 중 하나가 직원들에 대한 복지가 남다르다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직원들에게 먹고 자는 문제만큼은 반드시 해결해주는 것이 다른 기업과는 다른 점이었다. 건설회사가 모태인 기업에서 직원들에게 사원 아파트를 제공하는 것은 당연히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먹는 문제에 특별한 관심을 갖는 것은 남다르다.

중소기업 시절부터 부인 변중석 여사가 직원들을 위해 직접 밥을 지어 날랐던 전통이 오늘날 단체급식 업장에서 푸짐하게 제공하는 컨셉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현대 계열사의 구내식당을 가보면 급식비에 비하면 식사가 매우 푸짐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게다가어느 기업도 시도하지 않았던 학교급식에서의 복수메뉴+자율배식을 2006년부터 업계 최초로 시작한 것 등도 바로 이 같은 기업문화의 한 사례다.

‘푸짐함’을 기본 이념으로 하던 현대푸드시스템에 홍성원 사장이 오면서 조용한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 우선 가장 큰 변화는 ‘푸짐함’에 ‘정성’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홍 사장이 취임한지 6개월만인 지난해 8월 현대푸드시스템은 ‘정성담은 味소’라는 슬로건과 캐릭터 선포식을 가졌다.

고품격 식문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종합 식생활 문화기업’으로 재도약 할 것을 천명한 것이다. 홍 사장의 철학과 의지가 담겨있는 첫 작품인 셈이다.

“대기업의 약점은 정성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조직이 커지면 정성대신 형식이 앞서기 마련입니다. 현대푸드시스템이 운영하는 식당은 왠지 편안하고 따뜻한 휴식처라는 느낌을 고객들에게 남겨줄 수 있다면 성공한 것이라고 봅니다. 주목 받지 못했던 일본의 아사히 동물원이 인기를 끌게 된 것은 특별한 비결이 있어서가 아니라 작은 부분에서 고객을 배려하는 변화를 가져왔기 때문입니다. 결국은 작은 변화가 관건이고, 급식업장에서의 그 작은 변화는 곧 정성을 담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가 취임해서 내놓은 첫 작품 ‘정성담은 味소’가 그냥 탄생한 것이 아니라 그의 철학에서 비롯됐다는 말이다. 그동안 현대푸드시스템은 매출증대 및 외형성장을 목표로 쉬지 않고 달려온 시기였다면 이제는 이러한 기반을 발판으로 새로운 도약을 위한 변화의 시기라는 것이 홍 사장의 진단이다.

그래서 기업 이미지 쇄신과 진직원 마인드 변화를 위해 슬로건과 캐릭터를 개발하게 됐다는 것이다. 단순히 급식만 제공하는 수준에서 한발 나아가 고객의 건강과 즐거운 삶을 중시하는 푸드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나아가야 할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이라는 것.

이를 위해서는 고객 중심적 관점과 행동을 통한 ‘정성경영’을 실현해야 한다는 것이 홍 사장의 논리이자 철학이다.

‘정성경영’과 함께 홍성원 사장이 가장 관심을 갖고 추진하고 있는 일은 급식의 질적 수준향상이다. 말하자면 프리미엄 급식을 만들겠다는 생각이다.

‘지금 현재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부분이 뭐냐’는 질문에 “급식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을 바꾸는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홍 사장은 급식에 대한 인식전환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이미 배고픈 시절은 지났는데도 ‘급식’이라는 단어에는 얻어먹는다는 이미지가 남아있어 ‘급식은 싸구려’라는 인식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시너지 낼 수 있는 방향으로 사업 다각화 모색

“이제 급식산업도 전문화돼야 하고 전문영역으로 인정을 받아야 합니다. 따지고 보면 국민 대다수가 급식과 무관하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급식은 아무나 하는 사업이라고 생각하는 인식이 있는데 이런 인식이 있는 한 급식산업이 발전할 수는 없습니다.”

식당 운영 한번 안 해 본 사람이 급식을 하는 일은 없어야 하며 전문가에게 맡겨져야 한다는 것이 홍 사장의 생각이다. 홍 사장은 “선진국의 식당은 단지 밥을 먹는 장소라는 의미를 넘어 커뮤니케이션의 장이 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기업체의 구내식당이 문화공간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실제 현대푸드시스템이 운영하고 있는 식당 중에는 이미 프리미엄 급식장들이 적지 않다. 현대캐피탈이나 현대카드 구내식당의 경우 식사는 물론 회의나 영화관람까지도 가능하다.

최근에 오픈한 일산 MBC드림센터 구내식당의 경우는 ‘서브웨이’라는 샌드위치 전문 브랜드를 입점시키는 등 다양성도 추구하고 있다. 구내식당도 밥만 먹는 단순한 식당의 개념을 넘어 열린공간, 문화공간으로 만들어져 궁극적으로는 식생활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해야 한다는 것이 홍 사장의 지론이다.

현대푸드시스템은 다소 보수적이고 계열사 위주의 영업에 안주한다는 이미지가 있고, 또 국내 급식시장이 이미 포화상태인지라 대부분의 급식업체들이 외식업 진출 등 사업다각화를 하고 있는 추세이기에 이에 대한 생각이 궁금했다. 그런데 홍 사장의 입을 통해 나온 대답은 다소 의외였다.
“사업다각화에 다소 적극적이지 못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현재 타 급식업체들이 전개하고 있는 외식사업은 성공적이지 못하다고 봅니다. 굳이 외식이 아니더라도 급식을 프리미엄화하는 과정에 또 다른 시장이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시장을 재분류해서 현장 사업에 맞는 프리미엄급식을 만들어갈 계획입니다.”

너나 할 것 없이 뛰어드는 외식사업 진출에 대해 적극적이 않은 이유를 묻자 “사업은 통계가 중요하다. 지금까지 유명 외식 브랜드가 크게 뻗어나가지 못하고 있는 것은 그만큼 이익을 내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우리가 외식사업을 하기에는 소비자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할 것이므로 섣부르게 뛰어들 사업은 아니라는 뜻이다. 갈 수 있는 길을 가야지 남들이 한다고 다 따라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홍 사장은 그 대신 현재 하고 있는 급식사업에서 더욱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향으로의 사업다각화를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것이 바로 병원급식에서의 환자식 개발과 웨딩사업이다.

병원 환자식의 경우 지난 3월에 서울 영동세브란스병원, 4월말에 서울 아산병원 신관 환자식을 시작했다. 이를 계기로 환자에게 단순히 식사를 제공하는 차원이 아닌 치료식 개념의 환자식 개발에 힘을 쏟겠다는 생각이다. 웨딩사업의 경우는 현대그룹과 컨텐츠를 결합해 시너지를 내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의 노하우와 현대푸드시스템의 노하우가 결합하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부분이 많다는 것이 홍 사장의 생각이다. 이밖에 해외로 진출하는 회사와 제휴해 급식사업의 동반 진출도 모색하고 있다.

위생에 착안해 ‘손씻기 30초 송(song)'도 제작

홍 사장이 급식업계 입문한지 이제 1년이 조금 지났다. 짧은 시간임을 감안하면 그가 펼치고 있는 ‘정성경영’과 ‘급식의 프리미엄화’라는 두 축의 경영혁신은 밖에서 보면 별로 티가 나지 않을지 몰라도 현대푸드시스템 입장에서 보면 적지 않은 변화다.

일종의 ‘조용한 혁명’인 셈이다. 홍 사장이 일으키고 있는 ‘조용한 혁명’은 사업적인 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업무 스타일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홍 사장은 최근 ‘손 씻기 30초 송(song)’을 만들었다. 급식업체 직원으로서는 위생이 가장 중요한데 손은 30초 이상 씻어야 효과가 있다는데 착안해 30초짜리 노래를 만들어 노래가 끝날 때까지 손을 씻는 것을 습관화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정성경영’의 일환으로 위생도 정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홍 사장은 동료간이나 상하간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는 인터넷으로 직원들과 하루에 수십 통의 ‘쪽지’를 주고 받는다. 의사소통 통로를 만들어 놓고 이를 통해 현장의 소리를 들을 수도 있고 대표의 뜻을 전달하는 수단으로도 활용한다.

그러다 보니 그는 문서 없는 보고를 생활화하고 있다. 사장실 입구에는 ‘당신은 페이퍼리스(paperless) 보고가 준비되어 있습니까’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보고서를 자세히 작성하는 것은 대표가 업무를 모르기 때문에 알려주기 위함인데 ‘쪽지’를 통해 웬만한 일은 이미 알고 있어서 굳이 보고서 작성이 필요치 않다는 것이다.

대기업 출신으로, 생면부지의 단체급식 업계에 뛰어들어 1년간 일해 본 소감이 궁금했다.

“지금까지 못해 본 다채로운 경험을 할 수 있어 좋습니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먹는 것, 즉 ‘식’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고 볼수록 중요한 사업임을 깨닫습니다. 마지막으로 화려하고 의미 있는 직업으로 직장생활을 마무리 하고 싶습니다.”

그는 그러나 국내 외식 및 급식시장의 현실에 대해서는 냉철한 분석을 내놨다.

“외식이나 식자사업이 자체 소비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인구가 1억명은 돼야 한다고 봅니다. 그러나 국내시장은 한계가 있어 제살 깎아 먹는 출혈경쟁을 하고 있습니다. 대기업이 참여함으로써 음식산업을 글로벌화시키는데 기여해야 하는데 한두 사람과 하루 이틀에 될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장인정신’이 있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너무 미비한 상태라고 봅니다.”
홍성원 사장은 그래서 경영자로서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부분이 첫째는 시장 예측이고, 둘째는 자신이 끌고 가는 회사의 현 위치를 냉정하게 파악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는 임기 중에 모든 것을 이루고 변화시켜야 한다는 욕심은 없다고 말한다.

사업을 키울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하는 것이 자신의 임무이며, 결실은 후임 CEO의 몫이라는 것.

이를테면 그는 준비된 CEO가 아니라 준비하는 CEO인 셈이다. 크게 욕심 부리지 않고 지속적으로 노력하면 직원들도 급식업계도 변화될 것으로 믿고 있는 그의 ‘조용한 혁명’이 급식업계의 선진화를 주도할 것으로 믿어 의심이 가지 않는다.

정리 = 박지연 기자 pjy@foodbank
사잔 = 최원우 기자 beon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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