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급식, 무엇이 문제인가
학교급식, 무엇이 문제인가
  • 김병조
  • 승인 2008.05.15 0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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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54년 외국의 원조를 학생들에게 나눠 주는 것으로 출발된 우리나라 학교급식은 1981년 학교급식법령이 제정되고 1995년 대통령의 공약사업으로 진행되면서 급속도로 확대되기 시작했다.

급식은 초등학교, 고등학교, 중학교순으로 확대 실시됐으며 급식시행 초기인 1995년에는 초등학교가 71.7%에서 2006년 99.9%로 10년 사이에 거의 전면급식이 이뤄졌다.

2000년부터 시작된 중학교의 경우는 초기 56.6%에서 2006년 90.0%, 고등학교의 경우 2000년 94.7%에서 2006년에는 99.0%로 확대됨으로써 짧은 시기에 양적 팽창을 지속해 왔다.

2006년 현재 학생들의 급식이용률을 살펴보면 초등학교 95.3%, 중학교 96.1%, 고등학교 87.8%로 전국의 초중고등학교를 통틀어서 학생 10명 중 9명은 급식을 받고 있거나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남으로써 학교급식이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어느 정도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이제는 학교급식도 양적 팽창에서 질적수준 향상으로 전환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질적 개선 욕구 분출

최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일선학교 교사와 학생, 학부모, 영양교사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들은 학교급식에 있어 가장 시급한 문제는 ‘급식시설확보와 현대화’를 꼽았다. ‘학교급식 시설의 확보 및 현대화’가 20.7%로 가장 높았으며, ‘정부의 지원 미흡’이 18.0%, ‘재정부족으로 인한 효율적인 인력운영의 어려움’ 14.7% 순이었다.

이와 함께 가장 시급히 개선해야 할 사항으로는 ‘조리실의 현대화’ 29.0%, 이어 ‘식당면적 확보’ 27.8%, ‘급식보조 인력증원 18.2%, ’급식실의 냉난방 시설‘ 14.4% 등이었다.

학교급식에 국내산 음식재료만 사용하는 것에 대해 묻는 질문에는 '필요하다'는 응답이 70.9%,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이 6.2%였고 친환경 음식재료만 사용하는 것도 '필요하다'(68%), '필요하지 않다'(6.2%)로 우수 음식재료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별도로 학생 508명을 대상으로 학교급식에 대한 전반적인 만족도를 묻는 질문에는 57.9%가 '만족한다'고 답했고 13.9%는 '불만족하다'고 응답했으며 '보통이다'는 응답은 28.1%였다.

만족스럽지 않은 이유는 '음식이 맛이 없어서'(32.8%)가 가장 많았고 '식단이 단조로워서'(17.2%), '음식이 비위생적이어서'(14.1%) 등 순이었다.

학생들은 시급한 과제로 '다양한 음식 제공'(26.1%)을 최우선으로 꼽았고 그 다음은 '음식의 맛과 질 향상'(22.4%), '학생의 기호를 고려한 식단'(20.8%) 등이었다.


지자체 우리농산물 사용 지원 ‘대세’

학교급식의 질적 수준 향상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들의 요구가 높아짐에 따라 정부에서도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다양한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특히 우리농산물 사용을 확대하려는 각 지자체들의 노력은 학교급식에 친환경농산물을 적극 지원하려는 사례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3월 18일 서울시의회는 급식에 우수한 식재료를 공급토록 서울시가 지원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학교급식지원조례’ 개정안을 통과시킴으로써 학교급식 질적 수준 향상을 가속화시키는 계기를 마련했다.

서울시는 또 성장하는 어린이들에게 안전하고 저렴한 친환경농산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오는 2010년 3월까지 정부와 함께 90억원의 시설비를 들여 친환경농산물급식유통센터를 건립하기로 했다.

서울시 외에도 경기도 의회가 지난 2월 학교급식 식재료로 ‘국내에서 생산되는 우수 농․축․수산물’을 사용하도록 규정하는 ‘학교급식지원조례안’을 통과시킨 것을 비롯해 창원시는 관내 모든 초중고교와 특수학교에 우수농산물 공급을 위해 23억원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용인시도 학교급식에 우수농축산물을 공급하기 위해 올해 23억4000여만원을 각급학교에 지원하기로 했다. 용인시는 이에 따라 20억2000만원의 예산을 확보하고 학생급식에 사용하는 정부양곡 쌀 대신 지역 특산품인 백옥쌀을 구입할 경우 구입가 차액을 지원하기로 했으며, 관내에서 생산되는 한우고기와 돼지고기 등 우수 축산물을 구입하는 학교에 대해서도 3억2000여만원의 예산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전라북도의 경우 올해 5억여원을 들여 ‘친환경 쌀 학교급식 전용단지’를 설립한다는 계획이다. 도는 학부모와 학생들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 .GAP(우수농산물관리) 인증을 받은 뒤 파종에서 수확, 유통까지의 전 과정을 인터넷 등에 공개하고 학생들이 현장을 직접 찾아 재배과정도 살펴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인천시도 올해 366개 학교에 친환경 우수농산물급식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인천시는 지난 2005년부터 친환경쌀급식을 실시해 오고 있으며, 올해도 76억원의 예산을 확보하고 학교들이 친환경쌀로 급식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예산이 부족해 친환경쌀 급식이 매년 10월경 중단되는 현상을 막기 위해 학부모들에게도 연간 9000원 가량을 부담시키기로 했다. 내년부터는 쌀 이외에 채소, 과일, 육류 등도 친환경농축산물로 급식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급식단가 현실화가 질적 개선 전환 계기


한편 서울시 조사결과 친환경농산물을 급식에 사용함으로써 급식비가 인상되는데 대해 96.3%의 학부모들이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나 양질의 식자재 사용에 대한 욕구가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케 한다. 급식비 인상분에 대해서는 10% 인상에 찬성한다는 답이 95.1%로 가장 높았으며, 이어 20% 인상이 77.7%, 30% 인상이 40.1%, 40% 인상이 24.1% 순이었다.

그러나 실제로 현장에서 급식단가를 올리는 일이 가능할 것인가는 미지수다. 정부차원의 지원이 있다하더라도 친환경급식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개인부담이 적지 않게 들어가야 하는 상황에서 학부모들이 이를 수용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운영의 효율화도 학교급식 질적 향상에 필수


지난 2006년에 발생한 대형식중독 사고로 인해 지난해 교육부는 서둘러 학교급식법을 개정, 2009년까지는 현재 위탁으로 운영되고 있는 학교급식을 모두 직영으로 전환하도록 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학교급식의 문제는 위탁, 직영의 운영체제가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일선학교에서 조차 직영에 대한 부담감을 감추지 않는다. 전문인력 부재로 인한 운영의 미숙함과 위생사고 등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한 학교 관계자는 “현재 학교급식에서 빈번이 발생하고 있는 노로바이러스에 의한 위생사고는 위탁에서나 직영에서나 똑같이 노출돼 있다는 사실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면서 “지금이야말로 급식운영에 전문가가 필요한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무조건 체제만 바꾸는 것이 과연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털어 놨다.

이 관계자는 또 “양질의 식자재를 구입하고 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정부차원의 지원과 일원화된 관리체계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학교급식 종사자들의 효율적인 인력관리도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학교급식 운영에 있어 영양교사와 조리사의 긴밀한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역할분담이 명확하지 않아 불협화음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국학교조리사회 관계자는 “지난해 학교급식법이 개정되면서 영양교사와 조리사가 전담직원으로 동일하게 배치됐음에도 불구하고 영양교사의 직무만 학교급식법령에 규정하고 조리사의 직무는 명시돼 있지 않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나는 처사”라며 “서로의 직무가 정확하게 정해진 상태에서 적극적인 협조가 이뤄져야만 학교급식이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러한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교육부는 지난해 충남대 김판욱 교수 학교급식 연구팀에 영양교사와 조리사의 직무분석을 의뢰한 바 있다.

김판욱 교수가 지난해 10월 24일 교육부 정책연구과제 중간연구 결과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영양사는 38개의 작업을 단독적으로 수행하고 있는데 비해 조리사는 2개의 작업만 독자적으로 수행하고 있으며, 조리 작업은 대부분 조리원과 같이 하고 있는 등 조리사로서 정체성을 찾기 어려운 현실이다.

학생들에게 공급되는 음식이 영양도 중요하지만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조리하는 일도 중요하므로 급식준비, 식재료 관리 임무 등 조리와 직접 관련되는 작업들을 독자적으로 수행하게 해서 조리사로서 정체성을 확립하고 영양사와 균형을 유지해 보람 있게 직접생활을 하도록 해 주어야 한다’고 분석했다.

박지연 기자 pjy@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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