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불만 잘 들어야 기업도 더 잘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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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리자
  • 승인 2006.01.11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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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임 제기 고객 첫대면시 공손함이 관건
"식품 문제엔 1천만원 보상" 오해에 진땀도
▶ OCAP식품분과위원회의 회원들. (좌로부터)오수경 과장(김정문알로에),박경서 실장(한국코카콜라보틀링),박봉욱 실장(동서식품),최인하 부실장(동아오츠카),변상만 실장(롯데제과),김동호 실장(롯데삼강),문백년 팀장(해태음료),최성남 과장(파리크라상).
OCAP 식품분과위원회

회사에서 일하는 것 중 쉬운 일이 있겠냐마는 그래도 이 업무만은 피했으면 좋겠다고 하는 업무 중 대표적인 것이 고객상담업무일 것이다. 회사와 소비자 모두에게서 좋은 소리보다는 싫은 소리를 들을 때가 많고, 특별히 실적이 오르거나 성과가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소비자 클레임이 많은 식품기업에서 이 업무를 본다는 것은 더욱 곤혹스러운 일일 것이다. 하지만 업무 특성상 전문가가 아니면 쉽게 소화할 수 없기까지 하니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런 사람들이 한데 모여 만든 모임이 있으니 바로 기업소비자전문가협회 식품분과위원회다.

기업소비자전문가협회(OCAP)는 기업의 소비자 보호 및 고객만족 활동을 보다 체계적이고 전문적으로 실천하기 위해 기업에서 소비자 업무를 관장하는 책임자들이 자발적으로 조직한 단체이다.

OCAP에는 총 6개 분과가 있는데 이 중 총 52개 회원사가 속해 있어 가장 규모가 큰 곳이 바로 식품분과위원회이다. 식품분과위원회는 식품1분과와 식품2분과로 나눠져 있다. 1분과에는 종합식품․제과․제빵․면류 등 주로 씹어 먹는 식품을 취급하는 회사들이 속해 있고, 2분과에는 음료․주류․유가공 등 주로 마시는 식품을 취급하는 회사들이 속해 있다. 1분과 위원장으로 해태제과 석길용 고객상담실장이, 2분과 위원장으로 한국코카콜라보틀링 박경서 고객상담실장이 수고하고 있다.

한해를 계획하는 신년 초, 동분서주 바쁜 두 위원장을 함께 만나 고객상담업무와 OCAP 활동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들을 들어봤다.


▶ 박경서 한국코카콜라보틀링 고객상담실장
이승현 기자 : 얼마동안 고객상담 업무를 했는가.

박경서 실장 : 92년부터 고객상담 업무를 했으니까 올해로 15년째다. 이 업무하면서 머리가 다 하얗게 됐다.

석길용 실장 : 제품개발과 품질관리업무를 하다 지난해부터 고객상담 업무를 했다. 이 업무에 관해선 아직까지는 초보다.

이 : 박 실장님은 경력이 오래된 만큼 여러가지 노하우가 있을 것 같은데 어떤 것들이 있나.

박 : 우선 클레임을 제기한 소비자를 대할 때는 첫 대면부터가 중요하다. 첫 대면시 태도가 공손하지 않으면 그때부터 막상 클레임 제기한 문제는 뒷전이 되고 태도 문제로 다른 갈등이 야기된다. 어떤 상황이든 무조건 만나면 죄송하다고 시작해야 한다.
소비자들을 많이 만나다 보니까 딱 보면 ‘어떤 사람이겠다’ 싶은 감이 온다. 그 감에 따라 행동하면 어느 정도 맞을 때가 많다.
그리고 처음부터 문제에 대해 말하기 보다는 다른 화젯거리를 찾아서 대화를 하다보면 분위기가 부드러워지고 클레임 해결도 비교적 쉬워진다. 예를 들면 집에 아이가 있으면 ‘참 잘 생겼다’, ‘예쁘게 생겼네’하고 칭찬하면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료수를 하나씩 주는 거다. 자기 아이 칭찬하는데 싫어하는 부모가 있겠나. 그렇게 분위기를 주도해 갈 필요가 있다.

석 : 쉽게 생각하면 클레임 처리가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이뤄지면 될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과학적 접근은 감정과 분위기 앞에서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한번 감정이 상하면 그때부턴 아무리 논리적으로 과학적으로 설명해도 통하지 않는다. 막무가내 식으로 따지는 소비자들도 많다.

이 : 소비자 클레임이 점차 증가해서 좀처럼 줄지 않는다고들 한다.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석 : 식품업체와 소비자 간의 강자, 약자가 바뀌었다. 70년~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식품업체가 강자였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와서 소비자가 강자가 됐다. 소위 말하는 소비자 주권 시대가 된 것이다.
가장 큰 이유는 매스컴의 힘이 커졌기 때문이다. 언론의 힘이 커졌을 뿐 아니라 인터넷과 통신기기의 발전이 가져다준 영향이 크다. 언론이나 인터넷을 통해 보고 듣는 사례가 많아 학습효과가 대단한 것 같다. 불만처리를 하려고 소비자를 만나면 식약청에 언론에 신고한다는 말부터 꺼낸다. 디지털카메라나 캠코더로 촬영해 놓는 것은 기본이다.
정부가 시행한 신고포상금제도 한몫했다. 그 제도에 대한 언론의 보도가 나온 이후 소비자들은 식품에 문제가 있으면 1천만원을 보상하는 줄 안다. 그래서 어떤 소비자는 인심 쓰듯 5백만원만 보상하라고 한 경우도 있다. 정부의 정책방향도 문제지만 언론의 정확한 보도도 아쉽게 느껴졌다.

박 : 해외교류가 활발해지면서 소비자들의 의식이 높아진 경향도 있다. 소비자 피해보상에 대한 해외사례가 전해지는 것도 많고 직접 경험한 사람도 많아졌기 때문이다.
솔직히 기업들의 책임도 크다. 회사 이미지 관리 차원에서 클레임에 대해 정당하게 대처하기 보다는 대충 보상해주고 끝내자는 식의 처리가 많았던 것이 소비자들의 요구 수준을 높이고, 기업 환경을 악화시킨 원인이 됐다. 원래 소비자피해보상규정에 따르면 문제가 된 제품에 대한 환불이나 교환이 원칙인데 그렇게만 보상하면 소비자들이 황당해한다.
내 경우에는 음료캔 제품에 문제가 있으면 캔 6개 포장제품을 가져가서 소비자피해보상규정을 설명하고 나머지 5개는 우리 회사에 관심을 가져준데 대한 감사의 표시라고 설명한다. 귀찮은 일이지만 이렇게 해야 소비자가 원칙에 대해 정확하게 인지하게 된다.

석 : 사회적 분위기가 클레임만 제기하면 뭔가 생긴다는 인식이 자리잡은 것 같다. 과거에는 잘못된 문제를 바꿔야 한다는 정의감으로 클레임 제기하는 소비자들이 많았는데 요즘에는 처리하다보면 궁극적으로 돈을 바라는 경우가 많다. 개중에는 일부러 이물을 넣고 클레임 제기하는 소비자들도 있다.
국민소득이 1만5천달러에서 2만달러 사이에 있는 나라에서 소비자 클레임 증가하고, 2만달러 이상이 되면 줄어든다는 조사 결과를 본 적이 있는데 빨리 2만달러 이상으로 발전했으면 좋겠다.
2004년 만두 사건이나 지난해 김치 파동을 보면 정부가 국민들에게 식품에 대한 괜한 우려와 불신을 조장한 측면도 크다. 식품기업에 들어오는 클레임의 대부분이 이물이 들어있다고 하는 것인데 이런 문제는 식품안전 문제에서도 저급 수준의 것이다. 아주 특이한 경우를 제외하고 국민건강을 심각하게 해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정부가 이런 수준의 문제에 경거망동할 것이 아니라 본질적인 부분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석길용 해태제과 고객상담실장
이 : OCAP 식품분과위원회는 어떤 활동들을 하는가.

박 : 위원회의 주 업무는 회원사 상호간의 정보교류다. 소비자 클레임은 내용과 제기방법 면에서 계속해서 다양해지고 있다. 하지만 여러 회사가 모여 얘기를 하다보면 유형별로 묶을 수가 있고, 이에 따른 대처 방법도 찾을 수가 있다. 사례 연구를 통해 각 회원사들이 대처 방법에 대한 노하우를 갖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전체 모임도 있지만 식품군별 소규모 모임도 활발하게 운영하고 있다.
이밖에 소비자 관련 자료수집과 정보 공유, 연수․세미나 개최, 교육자료 간행과 정보제공, 우수업체 공장견학, 소비자업무 관련 대정부 창구역할 등을 한다.

석 : 사실 회원사간 정보교류가 이뤄진 것이 오래된 일은 아니다. 처음에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사례발표하기를 서로 꺼려했다. 2~3년 전부터 분위기가 많이 변해서 지금은 서로 털어놓고 얘기하면서 해결책을 찾아가고 있다.
아쉬운 점은 지금까지는 주로 대기업들이 참여했는데 정말 이런 모임이 필요한 중소기업들의 참여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최근 들어 악성클레임이 대기업 상대에서 중소기업 상대로 공격 대상이 이동하고 있는 추세다. 중소기업들도 조금 어렵겠지만 OCAP에 들어와서 함께 논의하고 정보를 얻으면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박 : 올해 소비자 관련 업무에서는 소비자불만 자율관리시스템(CCMS)이 이슈로 등장할 것이다. 정부에서 의지적으로 추진하고 있기도 하고, 업계에서도 이에 대한 관심이 높다. 체계적인 시스템을 통해 기업과 소비자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이라 생각한다. OCAP이 주도적으로 시스템에 대해 홍보, 교육하고 있다.
또한 소비자 교육 자료도 만들고 있다. 소비자들이 식품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해서 불신하는 경향이 크다고 생각해서 식품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일이다. 이 정보를 통해 소비자들의 인식이 바뀌길 기대한다.

석 : 기업들은 식품안전시스템을 강화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소비자 문제에 있어서도 선진 시스템들을 도입하고 있는데 소비자들이 이를 잘 알아주지 않는 것 같아 아쉽다.
소비자 단체들도 활동 방향이 바뀌어야 한다. 언론의 관심을 얻으려고 소비자 편에만 서서 선정적인 발표를 하는 모습들이 있다.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 생각한다. 정확하고 공정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는 소비자 단체가 결국엔 인정받고 살아남을 것이라고 믿는다.

기업과 소비자 사이에서 늘 치이기만 해 업무에 보람이나 즐거움이 없다고 불평하는 그들. 하지만 그들의 말 속에서 식품에 대한 열정과 고객에 대한 사랑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래도 과거에 비해 고객상담실의 위상도 많이 높아졌고, 소비자들의 클레임에 대처하는 노하우도 많이 생겼다고 하니 다행이다. 앞으로 이들로 인해 기업과 소비자가 서로 신뢰하며 존중해주는 진정한 의미의 소비자 주권 시대가 열리길 기대해 본다. 그때가 되면 이들의 입에서 고객상담 업무를 하길 참 잘했다는 보람의 말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이승현 기자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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