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업계 ‘각방 살림’ 청산
급식업계 ‘각방 살림’ 청산
  • 김병조
  • 승인 2006.01.12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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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과 의미 그리고 남은 과제는
단체급식 업계에 모처럼 희망적인 소식이 생겼다. 대기업 중심의 (사)한국위탁급식협회와 중소기업 중심의 (사)한국급식관리협회가 단일 협회를 설립키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마치 같은 집안에 살면서도 오랜 기간 ‘각방 살이’를 해오던 부부가 ‘합방’을 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양쪽이 지루했던 ‘각방 살림’을 청산하고 새 출발을 하게 된 배경은 무엇이며, 또 그것이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는 무엇인지를 짚어본다.

<통합 합의에 이르기까지 과정은>
칼로 물베기 식의 부부싸움과 같은 자존심 대결

그동안 급식업계가 한 지붕 아래서 딴 살림을 하게 된 것은 (사)한국급식관리협회가 결성될 때부터 이미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2000년에 설립된 중소기업 중심의 (사)한국급식관리협회의 태동은 배경 자체가 급식시장에서 대기업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일부 대기업에는 발기인대회 당일에 행사 안내문을 팩스로 보낸 사실 등이 이를 뒷받침 해주고 있다. 그나마도 주무관청인 식약청 고위 관계자가 협회를 인가해주는 데는 대기업을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는 조건을 붙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초기에는 일부 대기업이 급식관리협회에 회원사로 참여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급식관리협회는 최대 회장인 임채홍씨를 중심으로 출범을 했지만 대기업 쪽에서는 협회를 단체급식 업계를 대표하는 단체로 인정하지 않았다. 게다가 협회 내에서도 내분이 발생하고 파벌이 조성돼 초기에 참여했던 일부 대기업을 비롯한 몇몇 회원사들이 탈퇴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2004년 2월 끝내 대기업과 급식관리협회를 탈퇴한 일부 중견기업들이 ‘한국위탁급식협회’라는 별도의 협회를 만들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감정의 골은 극에 달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 이전에 최대회장인 임채홍씨가 대기업과의 통합을 추진하다가 회원사들로부터 ‘배신자’라는 소리까지 들으면서 쫓겨나다시피 한 일도 있었다.

대기업은 대기업대로 자기네들이 시장을 70%나 차지하고 있는데 중소업체 중심의 협회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고, 협회 소속 회원사들은 대기업이 자기네들 밥그릇을 빼앗아 간다는 피해의식 때문에 상종 자체를 거부하는 꼴이었다.


<전격적인 합의배경과 의미는>
대기업 독자법인 설립에 중소업체 위기의식 작용

2004년 7월에 임채홍씨 뒤를 이어 박홍자씨가 급식관리협회의 새로운 회장이 된 후, 전임 회장인 임채홍씨 등의 중재로 또다시 협회 통합논의가 일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감정의 골이 깊어진 양측은 한 치의 양보 없이 자존심 싸움으로 시간만 낭비했다.

그러던 중 대기업 중심의 위탁급식협회 회장이 원명재씨에서 정순석 현 회장으로 바뀌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정순석 회장은 협회 통합논의와 관련해 시간만 끌 일이 아니라고 판단, 그동안 주장해 온 통합 협회의 공동대표제를 급식관리협회측이 수용하지 않을 경우 복지부에 독자적으로 법인설립을 추진하겠다는 최후통첩을 보냈다.

급식관리협회측이 이같은 최후통첩에 대해 명확한 입장표명을 하지 않자 위탁급식협회측은 결국 복지부에 독자적으로 법정동업자조합으로 사단법인 설립신고를 냈고 지난 12월 30일 정식 허가서를 받아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다급해진 쪽은 급식관리협회였다. 설마 설마 하다가 허를 찔린 꼴이 된 급식관리협회측은 그동안 무슨 일이 있어도 양보 못하겠다던 공동대표제를 수용하겠다며 다시 통합논의를 하자고 제안했다.

대기업 중심의 협회가 정식으로 설립인가를 받은 이상 회비조차 제대로 내지 않는 급식관리협회의 결속력 약화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기에 졸지에 극도의 위기감이 ‘무조건 통합’ 쪽으로 기울게 만들었지 않았겠는가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또 대기업들 입장에서는 협회 설립 인가가 난 이상 느긋하게 목에 힘을 줄 수 있는 상황이지만 업계가 양분돼 있는 것보다는 단일 협회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대의명분 때문에 그동안 상종 상대로 생각조차 않던 집단과 ‘불편한 동거’를 선택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향후전망과 풀어야 할 과제는>
통합정신 살리려면 상호 이해와 존중이 전제돼야

급식업계가 단일 협회로 새 출발하겠다는 합의에 이른 것은 외부적으로 보면 갈등의 봉합으로 보인다. 그래서 협회를 중심으로 급식산업이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고, 또 그럴 것이라는 기대도 한다. 그러나 그러기까지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은 진정한 통합정신을 살리려면 각자의 존재를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중소기업 쪽에서는 대기업들을 자기네들의 밥그릇을 빼앗아 먹는 위협적인 존재로만 인식해서는 안 된다. 대기업들과 같은 살림살이를 함으로써 대기업이 가지고 있는 노하우와 선진기술을 습득하고 배울 수 있는, 그래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생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 밥그릇 싸움 상대로 생각할 것이 아니라 파이를 키울 수 있는 협력자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대기업 쪽에서도 중소기업들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할 부분이 많다. 단체급식 사업은 자본력이 풍부하다고 무조건 잘 할 수 있는 사업은 아니다. 혼이 담긴 정성과 맛을 내는 기술이 필요한 사업이다. 그런 면에서는 오너 중심의 중소기업이 훨씬 경쟁력이 있다. 다시 말하면 급식사업은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에 어울리는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런 시장에서 대기업이 발을 붙이려면 대기업은 대기업대로 역할을 하면서 중소기업이 가진 장점을 배우려는 자세가 필요한 것이다.

그리하여 진정으로 업계가 대동단결(大同團結)하는 모습을 보일 때는 단체급식 산업도 지금까지의 ‘밥장사’ 내지는 ‘식중독의 온상’이라는 이미지를 탈피하고 국내 외식산업의 중심축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통합 급식협회 위상과 역할은?>

식품위생법(제44조 조합의 설립)에 따르면 영업자는 건전한 발전을 도모함으로써 국민보건향상에 이바지하기 위하여 대통령령이 정하는 영업의 종류 또는 식품의 종류별로 동업자조합을 법인으로 설립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사)식품공업협회나 (사)한국제과협회 등 기존의 식품관련 협회들이 바로 이에 해당한다.

그런데 위탁급식 업계의 경우 기존에 (사)한국급식관리협회가 2000년에 설립됐지만 이 단체는 법정동업자조합이 아니었다. 당시에는 식품위생법상에 ‘위탁급식’이라는 영업의 종류가 없었기 때문에 식품위생법 관장 기관인 보건복지부에 법인 설립이 불가능했다. 이 때문에 협회는 복지부의 산하기관인 식약청에 민법상 사단법인으로 등록돼 있는 상태였다.

그러나 2003년 4월 식품위생법 개정을 통해 위탁급식이 새로이 규정되면서 위탁급식 업계도 보건복지부에 식품위생법상 동업자조합으로 설립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식품위생법(제45조 조합의 사업) 규정에 따르면 조합은 1)영업의 건전한 발전과 조합원 공동의 이익을 도모하는 사업 2)조합원의 영업시설의 개선에 관한 지도 3)조합원의 경영지도 4)조합원 및 그 종업원의 교육훈련 5)조합원 및 그 종업원의 복지증진을 위한 사업 6)보건복지부장관이 위탁하는 조사 및 연구사업 7)1호 내지 5호 사업의 부대사업 등을 할 수 있다.

또 조합원의 영업시설에 관한 지도와 경영지도사업 등의 효율적인 수행을 위해 자율지도원을 둘 수도 있다.

특히 식품위생법 시행규칙(제37조 위생교육기관)에 따라 보건복지부장관이 지정 고시할 경우 위생교육전문기관 또는 단체로서의 자격도 부여받을 수 있다. 현재 식품공업협회가 대행하고 있는 단체급식 종사자 위생교육을 급식협회가 맡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처럼 급식협회가 보건복지부에 식품위생법상의 동업자조합으로 설립된다는 것은 업계의 위상이 그만큼 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 기회의 땅에 싹을 틔우게 하는 것은 ‘농부’, 즉 급식업계 종사자들 스스로의 몫이다.

김병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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