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의 사회학, 성형의 정치학
거울의 사회학, 성형의 정치학
  • 관리자
  • 승인 2006.02.22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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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 타워호텔 대표이사 최 종 문
거울이 무슨 축하 선물 용품으로 크게 인기를 끌었던 시절이 있었다. 국민소득이 세 자리 수에 묶여 있었던 암울한 시대의 이야기다. 가격에 비해 만족가치가 높은데다가 고급 인테리어 용품으로도 손색이 없다는 웃대로부터 물려받은 가치인식 때문이었다.

그래서 우리나라 곳곳이 거울이다. 집안의 현관과 욕실은 말할 것도 없고 방마다 한 개 이상은 기본이다. 관공서, 학교, 회사, 식당, 가게, 빌딩, 터미널등 사람이 모이는 곳이면 에누리 없이 걸려 있는 게 거울이다. 그래서 가령 '사람 있는 곳에 거울 있고, 거울 있는 곳에 사람 있다' 든가 '세계최고의 거울 공화국, 대한민국'이라며 허풍선이 너스레를 떨어도 그다지 밉상이 아니다.

인테리어 컨셉트를 아예 '거울 효과'로 잡아 놓고 실내 벽면과 천정을 온통 거울과 반사효과가 뛰어난 장식재로 도배하다시피 발라 버린 곳도 적지 않다.

거울과 성형수술의 함수관계

개인적 외모성형수술의 증가세도 장난이 아니다. 남녀노소, 신분여하, 직위고하를 불문하고 보편화 된 눈 쌍꺼풀 만들기나 코 높이기 정도는 이제 성형수술 축에 끼지도 못한다. 얼굴 크기를 줄이거나 얼굴의 틀을 바꿀 정도가 돼야 성형수술이라는 말을 붙일 수 있게 되었다.'작은 얼굴' 이라는 상호를 붙인 성형외과 병원이 생길 정도다.

그런데 이 같은 외모성형의 수요증가는 거울의 공급확대와 상당한 함수관계를 맺고 있다
는 게 내 생각이다. 이른바 '얼짱선호', '외모중시'의 사회분위기가 성형수술 만능풍조를 이끄는 가운데 거울이 확 뜯어 고쳐야 할 곳과 살짝 손댈 곳을 일러주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늙은 엄마 때문에 기죽으면 안 된다며 늦둥이 아이를 위해 주름제거 등 성형시술을 하는 여성이 20-30% 늘었다니(한국일보2006.2.13일자 A9) 이래저래 거울과 성형수술이 늘 수밖에 없지 않을까 한다. 영화 '왕의 남자' 이후의 이른바 '예쁜 남자'신드롬도 그 같은 증가추세에 일정부분 영향을 미치게 될 것 같다.

게다가 황우석 박사 팀의 배반포 젖가락 기술처럼 뛰어난 의술을 자랑하는 성형전문의 들이 즐비한 우리나라가 아닌가.
개인적인 외모성형만 느는 게 아니다. 정부가 벌이는 공공성형도 쉴새 없는데, 뉴스 꺼리로 심심찮게 오르내리는 국토성형, 사회성형, 역사성형이 바로 그것이다.

예컨대 행정중심복합도시, 행복도시, 혁신도시 건설 등 국가 리모델링 프로젝트가 국토성형이고, 과거사 재평가 와 반민족행위 ,의문사 진상 규명 등을 역사성형이라고 한다면 교육개혁, 양극화 해소와 계층간 갈등해소 등은 사회성형이라 할 수 있다.

천금의 무게로 신중해야 할 공공 성형수술

하지만 어느 쪽 성형이건 수술결과가 늘 좋은 것만은 아니다. 그것을 보장할 수 있는 건
더욱 아니다. 황 박사 팀의 저 유명한'인위적 실수'로 인한 실패에서 보듯 수술결과가 신통치 않거나, 수술은 잘 됐는데 개념이 없이 어정쩡해 보인다던가, 부작용과 후유증이 심각한 경우가 한둘이 아닌 것이다.

개인적 외모성형의 실패는 그래도 좀 낫다. 개인의 자유의지에 의한 선택 결과이므로 그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그 개인의 몫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토성형, 역사성형, 사회성형 등 공공성형 수술의 경우는 썩 다르다. 그 실패는

심각한 후유증을 동반하기 마련인데 그 엄청난 손실이 애꿎은 백성들의 몫으로 몽땅 돌아오기 때문이다. 더욱이 개인성형의 실패에 따른 손실은 소송을 통하여 보상 받을 수 있지만 정부의 공공성형의 실패에 따른 백성들의 정신적 물질적 손실에 관해서는 마땅한 구제방법이 없기에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성형수술이 개인, 공공 할 것 없이 마구 자행돼서는 안 되고, 비록 수술이 불가피하더러도 천금의 무게로 신중해야 하는 이유다.

그 뿐 아니다. 정치지도자들이'세상의 거울'(H.H.엘리스: 영국 심리학자, 예술비평가) 인 신문을 비롯한 언론매체에서 교훈을 얻지 못한다면 그 역시 문제다.'추녀는 거울의 정직을 싫어한다'더니(이어령) 거울에 비친 내 모양과 세상모습이 맘에 들지 않는다고 거울 볼 생각을 않는다거나, 거울을 박살내 버린다면 더욱 큰 문제다. 또한 '역사의 의무는 진실과 허위, 확실과 불확실, 의문과 부인을 분명히 구별하는 것'인데(J.W.괴테), 구별은커녕 더 헷갈리게 한다면 그야말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칼이 음식 만드는 데 꼭 필요한 주방용품이지만 인명을 살상할 수 있는 흉기가 되는 것처럼 거울을 어떻게 쓰느냐, 성형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득(得)'이 되기도 하고'독(毒)'이 되기도 한다는 사실 앞에서 우리는 좀더 겸손해 지고 숙연해 져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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