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즐거운 외식의 필요충분조건
[전문가 칼럼]즐거운 외식의 필요충분조건
  • 관리자
  • 승인 2006.03.23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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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前 (주)타워호텔 대표이사 최종문
즐거운 외식의 필요충분조건

팔불출 같은 소리라 좀 거시기 한데, 젊은 시절부터 빼어난 요리 솜씨를 자랑하셨던 우리 어머니는 8순을 슬쩍 넘긴 지금도 솜씨 하나는 여전하시다. 음식 맛이 시쳇말로 입천장에 짝 달라붙기로 말하면 우리 어머니 음식이 단연 으뜸인데 세상 어느 자식이 제 어머니 음식을 싫어하겠는가마는 그 이유가 딱히 오랫동안 길들여졌거나 인 박혔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이 같은 어머니 덕분에 6남2녀 우리 남매들의 입맛 수준이 덩달아 높아지는 바람에 애꿎은 며느리들의 마음고생도 이만저만 아니었으리라.

그런데 어머니는 음식솜씨만 뛰어난 게 아니라 외식을 매우 좋아하고 즐기셔서 안목과 식견도 장난이 아니다. 그래서 가령 형제들이 어머니를 뵈려 집으로 오면 어머니가 음식을 만들어 주기를 은근히 바라는 형제들과 좋은 음식점으로 당신을 모셔 가기를 바라는 어머니 사이에 잠깐 심리전이 벌어질 때도 전혀 없지 않은 듯 하다.


평생 못 잊을 즐거운 외식?

하지만 정작 어머니가 평생 동안에 겪은 외식경험 중 가장 멋진 것으로 꼽은 것은 아버지와 함께 가시곤 했던 일식집이나 중국집, 또는 '그릴'이라는 이름의 양식당이 아니었다. 호텔외식이나 한정식 집, 또는 외국계 프랜차이징 레스토랑 외식도 아니었다.
“아범이 아직 태중에 있을 때 아버지가 하루는 할머니 몰래 바깥으로 불러내더니 느닷없이 뭘 먹고 싶냐고 물으시는 거야. 나는 대뜸. 평양냉면이 먹고 싶다고 했지 ….”

그래서 어머니는 어른들 몰래 아버지와 함께 어느 냉면집에 갔는데 그 때 드신 냉면 맛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는 게 8순 노모의 수줍은 고백이시다. '냉면 한 그릇에 평생 감동이라니 …' 좋은 음식 먹으며 자라난 요즘 세대의 눈높이로는 우리 어머니의 고백이 좀 뜨악하게 느껴질 지도 모른다. 하지만 꼼꼼히 뜯어보면 즐거운 외식의 조건을 이처럼 완벽하게 갖추기도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드는 게 사실이다.

첫째, 외식의 동기가 멋지고 아름답다.. 첫 아기를 낳기 전, 사랑하는 남편이 시어머니 몰래 불러내서 맛있는 걸 사 주겠다는 시나리오가 얼마나 근사한가. 그것이 아마 발칙하게도 어른들 몰래 외식을 감행했다는 젊은 며느리의 찜찜한 마음을 달래 주었을 것이다.

둘째, 당시 냉면의 맛과 퀄리티도 아주 좋았다는 게 어머니의 회고다.

셋째, 당시 냉면집의 서비스와 분위기도 흠잡을 데 없었을 것이다. 아니라면 어머니가 최고 외식으로 꼽을 리가 없다.

이러나저러나 외식의 명분과 기회가 자꾸만 늘어난다. 젊은 세대일수록 유난하다. 하지만 외식한다고 폼 잡고 나섰다고 모두 즐거운 외식이 보장되는 건 아니다. 모든 일이 그렇듯 조건이 있게 마련이다. 필요조건이 있는가 하면 충분조건도 있다.

앞에서 본 우리 어머니의 경우, 어머니에게 그 날이 최고였던 것은 넉넉한 필요조건과 충분조건 때문이었다. 아버지의 사랑과 그 시나리오에 감동되는 것만으로 평생 최고 외식일 수는 없는 노릇이다. 가령 음식이 형편없었다거나 서비스와 분위기가 엉망이었다면 문제는 달라졌을 것이다. 반대로 최고 품질의 냉면에다가 좋은 서비스, 그리고 최상의 분위기를 갖추었다고 해도 외식의 동기가 가령 어머니의 간청이나 투정에 못 이겨 응한 것이었다든가 당시 대화내용이 썰렁했다면 그 또한 즐거운 외식이 될 리 없었을 것이다.

아버지의 어머니에 대한 따뜻한 사랑과 세심한 배려, 좋은 음식, 흠잡을 데 없는 서비스와 식당 분위기가 때로는 필요조건으로 또 때로는 충분조건으로 서로 엉키며 상승작용을 일으켜 시너지효과를 냄으로써 영원히 기억될 즐거운 외식을 만들어 낸 것이다.

고객혼절 서비스에 올인 해야 하는 이유

반면에 악몽처럼 끔찍한 외식도 있으니 내 경우에는 조리 방법과 절차가 엽기적 또는 가학적이었을 경우가 그랬고, 좀 생뚱맞은 사연으로 덤터기를 쓴 경우가 그랬다. 음식 맛이 좋다는 것과 바쁘다는 이유로 손님에게 막말을 하거나 물수건을 집어 던지는 등 엽기서비스를 마구 행하는 것을 목격한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외식은 무조건 즐거워야 하는데 말이 쉽지 참으로 어렵고 까다롭다. 그리고 예민하기 짝이 없다. 같은 조건임에도 만족도와 반응은 손님에 따라, 손님의 그 때 그 때 기분과 정서에 따라 다르다. 시간과 공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기도 한다. 외식의 구매 목적물은 음식이라기보다는 일련의 서비스 행위 또는 그 과정이므로 즐거움은 손님과 업소의 상호작용과정에서 생산된다. 그리고 그 평가는 주로 손님에 의해 일방적, 주관적으로 이루어지기 마련이다.

외식업 관계자들이 고객만족-고객감동-고객낙루-고객혼절 서비스에 진짜로 고민하고 올인 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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