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거래로 치킨시장 ‘출사표’
직거래로 치킨시장 ‘출사표’
  • 신원철
  • 승인 2011.07.07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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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보루치킨마트, ‘치킨+생닭+훈제오리+계란’ 한번에 판다
직거래를 통해 외식업과 식품판매업을 병행하는 외식 창업 아이템이 나왔다. 지난 6월 출시된 ‘소보루치킨마트’는 900g 이상의 국내산 육계를 오븐에 구운 베이크치킨, 훈제 녹차 먹인 오리 포장육, 친환경 인증 계란, 냉장 생닭 등을 팔고 있다. 이들 제품은 모두 지역의 육계가공공장, 생산자 등과의 직거래로 가맹점에 공급되고 있다.

직거래의 중요성은 최근 외식업계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식재료의 물가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크게 오름에 따라 외식업계의 실수익 저하를 부르는 원인이 되면서 저렴한 가격에 고품질의 식재료를 확보하는 것이 외식업체 생존을 결정짓는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따라서 식재료가 생산돼 최종 소비자에게 전달되기까지의 과정을 얼마나 줄이느냐에 따라 외식업체의 경쟁력이 결정된다는 목소리도 높다.

소보루치킨마트에서 직거래를 고민하게 된 것은 외식업의 투자비 대비 수익성이 날로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고객의 외식업 시설에 대한 눈높이가 올라가면서 인테리어 시설 투자비 부담이 커지고 있지만 외식업체의 생명력이 줄고 있어 창업자들이 투자비를 모두 회수하기가 어렵다. 이에 따라 창업자의 영업이익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 유통단계를 줄이는 데 주목하게 됐다.

●“생닭 사러 마트까지 안 가도 됩니다”

직거래를 통해 소보루치킨마트에서는 생닭을 시중 유통가격보다 많게는 25% 저렴하게 가맹점에 공급한다. 직거래로 얻을 수 있는 이점은 저렴한 공급가격만이 아니다. 보통 대리점을 통해 생닭을 납품받게 되면 많게는 이틀 이상 냉동 창고에 보관해야 하지만 소보루치킨마트에서는 가공 직후 하루 안에 가맹점에 공급돼 닭고기의 신선도를 높일 수 있다.

업체 측에 따르면 베이크치킨은 한 마리 9900원, 900g짜리 10호 크기 생닭은 5500원, 800g 훈제오리는 1만9500원, 계란은 30입 6천원에 판매 중이다. 이들 제품의 수익률은 각각 45%, 25%, 25%, 20% 수준이다. 가맹본부, 가맹점, 고객 모두가 신선하고 저렴한 닭을 공급받아 실질적인 이익을 키울 수 있는 유통구조인 셈이다.

주목할 점은 소보루치킨마트에서 치킨배달을 하지 않고 포장판매만 하는 점. 기존 배달치킨집이 배달직원 관리의 어려움, 인건비 부담, 교통사고로 인한 처리비용 등으로 부담을 안는 점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다. 식품판매를 병행하는 것도 바로 배달판매를 제외함으로써 발생하는 수익저하를 보완하기 위해서다. 식품판매의 경우 완제품으로 공급되고 따로 조리할 필요가 없어 주방의 일손을 덜 수 있고, 치킨도 오븐구이로 양념된 닭을 오븐에 넣고 굽기만 하면 돼 기존 프라이드 배달치킨집보다 창업자가 할 일이 그만큼 적다.

또 생닭, 훈제오리, 계란 등은 고객들이 동네슈퍼에서 신선한 제품을 구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소보루치킨마트에서는 이점을 겨냥해 생산자 직거래로 신선한 제품을 매장에 공급해 가정주부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식재료 가격 연동제 ‘눈길’

이에 더해 식재료 납품가격ㆍ메뉴 판매가격 연동제도 시행 중이다. 매일 가맹본부에서 브랜드 홈페이지(www.soborubb.com)에 식재료의 공장 직거래 가격을 공시하고, 이 가격에 맞춰 가맹점에 식재료를 판매한다. 가맹점주는 식재료 납품가격에 일정 비율의 영업이익을 더해 마찬가지로 매장에 메뉴 판매가격을 공시한 뒤 고객에게 판매한다.

가격 연동제는 사실상 국내 치킨업계에서는 최초다. 지난해부터 롯데마트의 통큰치킨으로 인해 촉발된 치킨 소비자가격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마련됐다. 가맹점, 고객 모두가 믿을 수 있는 투명한 유통구조를 만들어 짧은 기간에 충성도가 높은 단골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는 업체 측의 설명이다.
계육가공공장 등 지역의 생산자들은 소보루치킨마트와의 거래에 우호적이다. 최근 판로를 다양화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프랜차이즈 팀을 구성해 브랜드 사업에 나서는 곳도 있지만 경쟁이 치열해 후발주자로 외식시장에 진입하는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기 때문.

생산자들은 별도의 외식사업에 무리하게 투자하는 대신 소보루치킨마트에 도매가격에 식재료를 공급하고, 그 대신 가맹점에 대한 독점공급권을 인정받는 협약을 맺어 소보루치킨마트의 가맹사업이 성장하는 만큼 수익이 안정화되는 상생전략을 택했다.

소보루치킨마트 관계자는 “수년간 외식시장의 경영환경이 악화되고 있음에도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들이 새로운 사업모델을 개발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더 적극적으로 가맹점주, 고객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원철 기자 haca13@

<인터뷰>소보루치킨마트 하경석 본부장
“치킨 가격 비싼 건, 왜곡된 유통구조 때문”
▲식재료 직거래에 대한 관심이 크지만 치킨업계는 흔치 않은데.

- 대리점을 통한 납품구조를 깨기 어렵다. 많은 치킨 가맹본부가 대리점과의 납품계약을 통해 성장해왔고, 일부 본부는 대리점과의 이면계약으로 얻을 수 있는 혜택을 포기하지 못한다. 하지만 이럴 경우 여름철 최장 7일밖에 되지 않는 생닭 유통기한의 5~6일을 대리점에서 보내야 한다. 따라서 냉장 닭이라고 말을 하면서도 실질적으로는 냉동 닭이 유통될 때가 많다.
가맹본부들이 치킨의 맛을 바꿔 수익을 늘리려 하지만 맛 경쟁력으로 차별화하기는 어려워지고 있다. 빠르게 조리기술이 평준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계육 가격 연동제가 인상적이다.

- 불투명한 유통구조가 가맹본부에 더 큰 수익을 줄 수도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신뢰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가맹점, 본부, 고객이 모두 상생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게다가 시세를 그대로 경영에 반영할 수 있다. 소보루치킨마트에서는 계육협회 등을 통해 공시된 계육가격을 투명하게 공개한다. 가맹점, 고객 모두 가맹본부가 폭리를 취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흔히 프랜차이즈 사업을 유통사업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정작 식재료 대리점의 역할을 충실히 하는 본사를 찾기 어렵다. 대부분이 재위탁을 통해 손쉽게 식재료를 납품하려다보니 유통가격이 올라간다. 그보다는 직거래 망을 뚫어 가맹점의 이익을 지켜주는 것이 본사의 역할이다.

▲포장판매를 전문으로 하는 치킨 브랜드 중에 실패한 사례가 많은데.

- 계육 공급 가격을 안정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계육 가격은 보통 1년의 절반은 저렴하고, 여름을 포함해 나머지 절반은 그보다 심하게 100% 정도 가격이 뛴다. 포장판매는 보통 저가메뉴 판매형태일 때가 많은데 1년의 절반은 수익저하로 가맹점주가 애를 먹는 셈이다. 따라서 직거래로 계육 공급가격을 안정시킨다면 현재의 시장상황에서 경쟁력이 뛰어난 아이템이 될 수 있다.

신원철 기자 haca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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