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키시야 이치모치, 니시가이토 유이치 대표
(주)키시야 이치모치, 니시가이토 유이치 대표
  • 신원철
  • 승인 2011.07.07 08: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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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이 유지되는 비결, 대를 이어주려는 마음가짐”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미식가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외식업체가 있어 화제다. 지난해 12월 문을 연 일본식 찹쌀떡 구이 야키모치전문점 ‘이치모치’다. 20평 남짓한 이곳 매장의 절반은 주방이다. 찹쌀, 팥 등 농산물을 손수 가공해 만든 야키모치를 사려는 고객들로 늘 붐빈다.

이곳의 대표인 니시가이토 유이치 씨(36)는 816년에 시작돼 400여년을 내려온 일본 전통 야키모치 장인의 7대 직계 전수자. 일본의 전통음식으로 한국에서 대를 이어가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니시가이토 유이치 씨에게 일본ㆍ한국의 외식문화, 전통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었다.

▲한국에 진출하는 일본 외식업체는 많지만 전통음식은 드문데.

- 한국과 일본은 가까운 나라가 아닌가. 최근 한류가 일본에서 인기를 끌면서 친숙한 나라가 됐다. 게다가 일본의 경제사정이 좋지 않아 해외진출을 생각하는 외식업체가 많다. 낯선 곳에서 사업을 시작한다면 일본과 가장 가까운 한국이 유리하다고 생각했다.
또 10여년 전부터 한국에서 라멘의 생면제조사업을 하는 지인을 통해 한국에서 사업할 것을 권유받기도 했다. 실제로 점포임대, 주방설비 구매, 인테리어 시공 등에서 큰 어려움을 겪지 않아도 됐다.
가게를 연 지 6개월 정도 됐는데 야키모치로는 한국에 처음 진출하는 것이어서 불안하기도 하지만 기대도 크다. 특히 찹쌀떡이어서 고령층이 주 고객이 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막상 문을 열고 보니 젊은이들이 많다. 워낙 한국에서 구하기 어려운 음식이어서 그런지 지방에서 이치모치를 찾아오는 고객도 있어 놀란다.

▲가격이 두개 1500원이다. 한국 물가로도 굉장히 저렴한데 이유가 있나?

- 야키모치는 일본에서는 가장 대중적인 서민음식 중 하나다. 집안의 전통이 ‘누구나 쉽게 그리고 맛있게 야키모치를 먹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 정신을 지키지 못한다면 사업을 하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1500원은 너무 비싸지도 너무 싸지도 않은 가격이다. 그 점이 좋았다.
물론 일본 물가와 한국 물가가 차이가 나서 처음에는 가격을 맞추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모든 재료를 한국산을 구해 썼다. 또 한국산 재료에 맞춰 조리법도 조절했다.

▲역사가 무려 400년이 된다고 들었다. 그동안 음식의 맛이 바뀌지는 않았나?

- 400년 전에는 일본에 설탕이 소개되기 전이어서 팥에 소금으로 맛을 냈지만 지금은 설탕으로 맛을 낸다. 또 찹쌀의 품질도 좋아져 아무래도 맛이 완전히 같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원재료의 맛을 그대로 살리려는 노력은 변함이 없다.
또 가게를 운영하면서 가장 큰 목표가 내 자식에게 대를 물려주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내가 만들고 싶은 야키모치가 곧 전통의 맛이 된다. 지켜야하는 전통과 바라는 것이 같은데 맛이 바뀌겠는가.
▶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위치한 이치모치.
▲그 전통은 어떤 것인가, 이치모치만의 철학이 있나?

- 철학이라고 하면 너무 거창하고, 집안 대대로 지켜나가는 고집은 있다. 일본에는 다양한 식품기업들이 야키모치를 만들어 편의점 등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야키모치들은 유통기한을 늘리기 위해 방부제 등을 넣거나 약품처리를 한다. 반면 이치모치에서는 화학처리가 되지 않은 원형의 식재료만으로 야키모치를 만들고 있다. 그 천연의 맛을 살리기 위해 심혈을 기울여 왔다. 또 모든 재료를 주방에서 만드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고객들이 우리가 만든 야키모치를 맛있게 먹는 것을 가장 큰 기쁨으로 삼고 있다. 이것이 이치모치의 고집이다.

▲한국의 외식산업에 대한 첫인상은 어땠나?

- 종업원들이 헌신적이고, 고객이 원하면 무엇이든 들어주는 점에 놀랐다. 흔히 일본 외식업체가 친절하다고 하지만, 한국처럼 무엇이든 들어주지는 않는다. 일본에서는 한국처럼 고객의 불평이 많지도 않지만, 요구해도 손해를 보면서까지 고객을 배려하는 외식업체는 많지 않다.
게다가 일본의 종업원들도 예전과 달리 회사, 외식업체에 헌신하려 하지 않는다. 예전에는 분명 헌신하는 문화가 있었지만 경기불황으로 회사가 직원을 챙기지 않으면서 헌신하는 근로문화도 사라졌다.
또 눈에 띄는 것은 한국인 고객들이 비교적 가게에 오래 머물며 대화를 나누는 점이다. 안타까운 것은 야키모치는 식으면 맛이 떨어지는데 한국인 고객들이 음식이 다 식은 후에 먹는 것이다. 일본인들은 성미가 급해 음식이 나오면 빨리 먹고 가게를 떠난다.

▲최근 한국에 소개되는 일본음식이 많다. 일본음식의 세계적인 확산 비결은?

- 일단 일본인으로서 일본음식이 소개되는 점이 자랑스럽다. 비결은 아마도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에 간장, 소금, 설탕 등을 더하면 일본음식만의 풍미를 낼 수 있는 점일 것이다. 그래서 전 세계 어디서나 고객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것 같다.
신원철 기자 haca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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