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영급식 의무화가 부른 충암고 급식비리
직영급식 의무화가 부른 충암고 급식비리
  • 식품외식경제
  • 승인 2015.10.16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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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밝혀진 충암고 급식 비리는 직영급식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부조리를 한 자리에 모아놓은 급식비리 백화점이라 할 수 있다. 다른 곳도 아닌 교육현장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마저 들게 된다.

충암고 급식비리는 지난 2011년 학교급식을 전면 직영급식으로 전환할 때 업계에서 우려했던 일들이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의 감사결과 충암고 측은 직영급식의 허점을 이용해 최소 4억 원 이상의 급식비를 횡령했으며 그 방법도 매우 다양하고 교묘했다.

조리실에서 교실까지 급식배송을 용역회사에 맡겼다고 서류를 조작했는가 하면 용역근무일지까지 허위로 작성해 위탁업체에 4년간 5억2천여만 원을 지급했다고 기록했다. 매일 아침 급식에 사용할 식재가 학교에 도착하면 이중 일부를 식품운반차량에 실어 외부로 반출하는 수법까지 동원해 식재 대금을 가로채기도 했다.

이런 비리에 따라 학생들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는 심각한 수준의 저질급식이 제공될 수밖에 없었다. 식용유는 최소 2~4회 사용하는 것도 모자라 심지어 색깔이 검게 변할 때까지 사용해 성장하는 학생들이 먹을 수준의 급식은 아니었다는 것이 조리원들의 고백이다.

급식비 조작 길 터준 직영급식의 민낯

지난 2011년 학교급식이 전면 직영급식으로 전환한 이후 학교급식 비리는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폐기해야 할 계란 8t으로 계란찜, 계란탕, 계란말이, 수제 돈가스 등을 만들어 납품하기도 하고 값싼 옥수수유를 섞어 만든 가짜 참기름을 학교에 납품하는가 하면 유통기한이 지난 돼지고기, 소고기, 닭고기 등 각종 축산물을 납품하는 일도 흔하다.

이는 식재의 질보다 최저가격을 찾는 학교 측의 요구 때문이다. 이 모두가 학교급식 운영자들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급식비를 조작할 수 있는 직영급식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다.

지금의 직영급식 시스템은 학교급식 현장의 식재 구매나 직원 채용 과정에서 각종 로비를 부추기는 구조를 만들어내고 있다. 위생과 안전, 안심은 물론이고 식재의 질과 식단 만족도, 조리원의 수준 등 다양한 평가를 통해 경쟁 입찰하는 위탁급식에서는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이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직영·위탁급식 공동체제 도입 서둘러야

직영급식의 부조리 없이 건실하게 관리하는 학교에서도 수많은 고충이 발생하고 있다. 학교급식에 투자되는 조리시설이나 위생에 관한 문제는 물론이고 조리원 구인과 급여 지원문제, 그리고 급식운영에 따르는 갖가지 인프라 등 전문 인력이 없기에 겪는 고충은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다는 것이 학교 측의 지적이다.

심지어는 조리원들이 파업이라도 하면 대책은커녕 이들에게 끌려 다닐 수밖에 없는 구조적 모순을 안고 있다. 학교급식의 직영 의무화는 시작 전부터 갖가지 문제점을 안고 출발했다. 수없이 많은 문제점을 안고 출발한 학교급식의 직영의무화는 시간이 갈수록 더 큰 문제를 남길 뿐이다.

‘성장하는 학생들에게 바른 먹을거리를 제공해 건전한 급식문화를 이루겠다’는 직영급식 전환의 취지는 더 이상 찾을 수 없게 됐다.

따라서 건전한 학교급식을 위해서라면 하루속히 직영급식 의무화를 철폐하고 각 학교의 실정에 맞는 직영과 위탁급식의 공동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 지금과 같이 직영급식 의무화를 지속한다면 제도적 허점을 악용한 제2, 제3의 충암고 급식 비리가 계속될 것이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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