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과 시대정신
‘김영란법’과 시대정신
  • 식품외식경제
  • 승인 2016.05.16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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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훈 한국외식업중앙회 정책경영국장 행정학박사
▲ 신훈 한국외식업중앙회 정책경영국장 행정학박사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령안이 9일 입법 예고됐다. ‘벤츠 여검사’ 사건으로 촉발된 법 제정은 지금 우리 사회에 커다란 이슈가 됐다. ‘공무원 부패 방지’와 ‘소비경제 위축 방지’라는 두 가지 의제의 충돌이 갈등의 중심에 있다. 어떤 것이 우선하는 가치일까. 먼저 언론의 입장을 살펴봤다.

지난 10일 중앙일간지 중 7개의 신문이 김영란법 시행령 입법 예고를 1면 톱으로 다뤘다. 내수 부진을 우려해 기준이 다소 완화됐지만 공직사회 부패 방지라는 본래 목적을 지키자는 쪽에 시행령의 무게가 실렸다고 평가했다.

중앙일보와 경향신문 등은 사설로 김영란법 취지는 유지하면서 합리적 집행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리고 김영란법의 위헌성·반쪽 법률문제를 서둘러 해결할 것을 주문했다. 동아일보와 매일경제는 내수를 위축시킬 김영란법 시행령의 모법 보완을 주문했다. 다음날 한겨레신문은 사설에서 김영란 법의 충실한 이행을 촉구했다. 한국일보도 엄정한 이행 촉구와 함께 김영란법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모법이 보완돼야 함을 지적했다. 위헌성 문제는 차치하고 내수 부양 문제에 초점을 맞출 때 언론의 입장은 양쪽으로 의견이 갈려 있는 형국이다.

정당 역시 시각차가 존재한다. 새누리당은 ‘시행 전 보완’을, 더불어민주당은 ‘시행 후 개정’을, 국민의당은 ‘헌법재판소 판결이 우선’이라는 견해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여야는 서민경제에 피해가 없도록 보완해야 한다는 공통된 입장을 보이면서도, 법 개정은 여론을 의식해 신중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부정부패 방지와 소비 위축 방지라는 두 가지 의제 중 우선해야 하는 가치는 두말 할 것 없이 부패방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뜻 결정을 하지 못하고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우리 경제가 너무나도 심각하게 침체돼 있기 때문일 것이다.

농축수산업자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선물가격을 5만 원에서 10만 원대 혹은 20만 원대로 늘리거나, 외식업계와 화훼업계를 생각해서 음식가격과 선물가격을 10만 원대 혹은 20만 원대로 늘리는 예외를 둔다면 김영란법의 취지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게 된다. 진퇴양난이다.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그 여파로 수입 농산물이 식탁을 점령하고, 한식의 고급화 또는 한식세계화의 꿈은 주저앉게 된다. 사모(思慕)의 마음을 대신하는 꽃의 아름다움은 책갈피 속 메모장의 시(詩)구절로만 상상하게 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이 진정한 선진국이 되려면 무엇보다 공직사회의 부정부패가 사라져야 한다. 관료사회가 부패하면 그 병리 현상이 전체 사회에 전염되기 때문이다. 사회 전체를 볼 때 관료사회는 하나의 하위 체계지만, 또 다른 하위체계의 사회들과 끊임없이 교호작용을 하기 때문에 공직자의 부패 행위는 부정부패를 확대·재생산한다.

우리 사회가 소위 ‘중2병’을 극복하고 보다 나은 사회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각 분야에서 사람이 지켜야 할 당연한 도리인 ‘윤리’를 시대정신으로 받들어야 한다. 공무원 윤리, 생명 윤리, 음식 윤리, 금융 윤리 등이 정상적으로 작동해야 진정한 선진 국가가 된다. 따라서 시대정신과 경제를 동시에 살릴 수 있는 정책 대안의 모색과 시행이 필요하다.

명절에는 우리 농수축산물의 소비 캠페인을 범국민적으로 전개하고, 민간 주도 인센티브 정책 집행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외식시장 침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관공서 구내식당 휴무제의 전격적인 시행, 혹은 구내식당 폐지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다만, 꽃의 경우는 예외로 할 것을 제안한다. 꽃은 그 자체가 풍경화이면서 한편의 서정시다. 꽃을 선물하는 감사와 축하, 사랑의 마음마저 추악한 접대문화로 보는 사회는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나 각박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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