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점의 세제류 사용과 고객안전
음식점의 세제류 사용과 고객안전
  • 식품외식경제
  • 승인 2016.05.20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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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맹진 백석예술대학교 외식산업학부 교수
▲ 김맹진 백석예술대학교 외식산업학부 교수

지푸라기를 둘둘 말아 물에 적신 다음 곱게 빻은 기왓장 가루를 묻혀 놋그릇과 수저 젓가락을 닦으시던 어릴 적 어머니의 모습이 떠오른다. 이렇게 닦인 그릇들은 밥상 위에서 반짝반짝 빛이 났다.

지금은 그릇을 씻을 때 합성세제를 쓰는 것이 상식이 되고 있다. 사용하기에 편리하고 쉽게 잘 닦이기 때문이리라. 생활 속에서 간편성과 효율성, 생산성을 추구하다 보니 어느새 화학물질로 만들어진 세제가 우리 주변에 넘쳐난다.             

최근 어느 생활용품 회사의 가습기살균제가 수많은 사람들의 죽음과 병고를 불러온 것으로 알려져 소비자들이 충격에 빠졌다. 특정 살균제의 사용과 사망 간의 인과관계 논란이 이미 오래전부터 있어왔고, 이를 증명하기 위한 과정이 있었음에도 시간은 흘러갔고 사람들은 서서히 죽어갔다.

살균제 뉴스를 보면서 나는 데자뷔(Deja-vu)를 겪는다. 수많은 학생들이 침몰해 가는 배안에 갇혀 살려달라고 아우성치다 한꺼번에 바다 밑에 가라앉아버리고 만 그 실시간 중계 장면이 서로 다르지 않아 보여서다. 그 참담한 광경을 목격한 사람들은 살균제 뉴스 앞에서 나처럼 또다시 아뜩해질 것이다.

오래전에 소비자는 해당기업과 공기관에 살균제 사용에 관한 문제제기를 했고, 기업은 대학에 이를 증명하기 위한 실험을 의뢰했다. 실험의 결과는 왜곡되었고 공기관은 오랫동안 방치했다. 억울한 소비자와 느긋한 공무원, 양심을 사고 판 기업가와 학자의 얼굴이 떠오른다. 우리 사회를 유지하고 발전시켜나갈 사람들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일그러진 모습이다.

원론적인 이야기이지만 국민은 사회시스템 안에서 안전하게 살 권리가 있다. 국민은 시스템이 잘 운영되도록 세금을 내고 나라를 지킨다. 국민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마음이 없는 사람들에 의해 운영되는 시스템 안에서 국민은 불안해한다.

주위를 돌아보면 우리 사회에 안전한 것은 무엇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하루에 한 두 끼는 외식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우리의 일상도 예외가 아니다. 일상의 식사를 위해 또는 맛있는 음식을 찾아 유랑하는 도시의 유목민을 꿈꾸는 소비자들 앞에 음식점의 환경은 안전한가?

식탁에 앉자마자 나오는 물수건의 세제 냄새가 너무 심해 사용하기가 싫은 경험을 여러 번 했다. 손가락 끝만 살짝 문지르고 놔두는 경우도 많았다. 옆자리에서 종업원이 테이블을 닦기 위해 세제를 분무하는 경우에도 심한 세제 냄새를 맡은 경험이 있다.

음식점은 여러 가지 세제류를 사용한다. 주방에서는 그릇과 집기들을 닦기 위해 세제가 필요하고 채소와 과일을 씻기 위해서도 세제를 사용한다. 특히 기름때가 많은 고기집의 불판이나 튀김 음식을 판매하는 곳의 튀김기 등을 세척하는 데에는 세제가 필수적이다. 냄새가 옷에 배는 음식점에서는 식사 후 고객의 옷에 탈취제를 뿌려주기도 한다.

고객이 식사하는 홀의 바닥이나 테이블을 청소하는 데에도 세제가 사용되며 화장실에도 물비누와 방향제가 있다. 그러고 보니 세제류 없이는 음식점의 청결과 위생유지가 어려운 지경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성능이 우수하고 가격이 낮은 세제를 선호하는 경영자를 노리고 무허가 세제업자가 파고드는 경우는 더 큰 문제다. 비용을 낮추려는 입장에서 제조근거도 없는 말 통들이 대용량 세제를  싼값에 제시하는 유혹을 물리치기 힘들 것이다.

청결하고 위생적인 음식점 운영을 위해 세제류의 사용은 필수적이다. 다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반드시 품질이 인체에 무해한 검증된 제품을 사용해야 하며 사용량이나 희석비율 등의 사용규정을 무슨 일이 있어도 준수해야 한다는 점이다. 어떠한 경우에도 고객은 안전한 식사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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