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주기 불황은 유쾌한 민생정책 발표를 기다린다
10년 주기 불황은 유쾌한 민생정책 발표를 기다린다
  • 식품외식경제
  • 승인 2016.07.18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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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훈 한국외식업중앙회 정책경영국장 행정학박사
▲ 신훈 한국외식업중앙회 정책경영국장 행정학박사

인생의 수첩에 위기의 순간은 10년 단위로 있다. 1998년에는 IMF 구제금융 위기가 있었고, 2008년에는 미국 발 금융위기가 기억 창고에 저장돼 있다. 올 2016년에는 영국 발 브렉시트(Brexit: 영국의 EU 탈퇴)가 금융과 환율시장을 강타했다.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는 2018년을 가늠하면, 불황은 마치 10년 단위로 찾아오는 ‘여름철 장맛비’와 같다.

여기서 2008년 금융 위기가 의미하는 바를 곰곰이 생각해 보자. 혹자는 2008년의 금융위기를 ‘신자유주의의 종언’이라고 이야기 한다. 2008년에 들어서 저성장, 저소비, 실업율 증가, 정부 역할 증대 등은 ‘뉴 노멀(New Normal: 기존의 기준이 아닌 전혀 새로운 기준)’이 됐다. 2008년 이래 8년이 경과한 지금의 우리나라는 저성장, 저소비, 고실업의 늪에 빠져 있다.

서양에서 신자유주의 정책은 이제 한 철 지난 이념이자 사조다. 그런데 대한민국은 아직도 신자유주의 이념을 금과옥조로 여기고 있다. 정부의 역할 증대가 필요한 시점에서 몸집 큰 정부의 움직임은 둔하기만 하고, 사고는 경로 의존성(Path Dependence, 기존 제도 또는 방식의 고수)을 띠고 있는 것으로 보여 진다.

10년 주기의 불황 도래는 김현철 서울대 교수의 전망에서도 읽어낼 수 있다. “2017년에는 소비 절벽으로 인해 식당들이 한 집 건너 하나씩 문을 닫을 것”이라는 그의 강연은 잔뜩 위축돼 있는 외식산업계에 긴장을 더하고 있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인구 절벽과 소비 절벽의 시대”에서 경제 주체인 국가, 가계, 기업체에게 뉴 노멀이란 어떤 것일까. 행정과 경영의 모든 분야에서 새로운 규범을 디자인해야 하기에 향후 추경 예산 및 세법 개정안 편성, 2017년 예산안 및 새해 경제정책 방향의 수립은 대한민국의 새로운 신화를 창조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방안이 돼야 한다. 지금의 불황을 L자형으로 본다면야 절망이겠으나, 대한민국 경제는 ‘장마가 끝나고 난 뒤의 태양’이었으면 하는 것은 우리의 절실한 바람이다.

어떻게 보면 정부는 1970년대 이래 지금까지 공공재 공급을 위한 사회간접자본과 수출 진흥을 위한 기간산업, R&D 분야를 중심으로 재정을 투입해 왔다. 정책 및 행정 담당자들은 효율과 정량적 성과 측정이 용이하다는 점에서 제조업 분야의 예산 투입에만 초점을 맞추었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이러한 올드 노멀(Old Normal)이 산업화 시대에서는 정부와 시장 모두에게 성공을 안겨 주었으나, 소비의 낭떠러지 시대에는 사고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우리에게 있어 뉴 노멀은 서양이 주창하는 것과는 결이 달라야 한다. 선진국은 1970년대 이후부터 40여 년 간 자유시장과 규제 완화, 자유방임경제를 지향하는 신자유주의를 구가해왔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IMF 구제금융이 있었던 1998년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기껏해야 20여 년 정도 신자유주의 정책이 시행돼 왔기에 정책 집행과 효과 면에서 서양과는 엄연한 시차가 존재한다. 이러한 차이의 극복은, 물론 현실적으로 쉽지 않겠지만, 서비스산업과 정량화하기 어려운 가치산업 부문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는 방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혁명적인 사고의 전환을 배태하고 있지 않으면 뉴 노멀은 단지 구두선일 뿐이다.

우리식 뉴 노멀을 수립할 때, 전향적인 내수 부양책이 나올 수 있다. 수출 위주의 경제 정책이 빈곤, 실업, 양극화 등의 문제를 낳았다는 점을 정책 당국자가 진지하게 인식해야 한다. 새로운 방식을 시도하지 않고, 신자유주의 정책을 계속 고집한다면 이는 ‘희망고문’이다. 인생 수첩에 적혀 있는 10년 주기의 불황을 이번에는 멋지게 극복해보자. 혁신의 정신이 반영된 유쾌한 민생 정책의 발표를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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