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해먹는 떡보다 더 맛있는 ‘우리 쌀떡’
집에서 해먹는 떡보다 더 맛있는 ‘우리 쌀떡’
  • 이인우 기자
  • 승인 2016.11.11 16: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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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가공식품 개척한 50년 노하우로 일군 ㈜칠갑농산

충남 청양군의 도립공원 칠갑산은 해발 559.7m의 아담한 산이다. 등산로는 노약자도 부담없이 정상까지 오를 만큼 완만하다. 하지만 정상에 오르면 탁 트인 시야가 펼쳐지고 남쪽 장곡사로 내려가는 길은 가파르고 험하다. 우리나라의 주곡인 쌀가공식품 전문기업 칠갑농산은 이런 칠갑산을 닮았다. 우리나라 사람 모두에게 친숙한 떡과 국수 등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편안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이면을 들여다보면 누구나 잘 아는 맛이기에 만들기 더 까다롭고 시장 진입도 어려운 게 쌀가공식품이다.

칠갑농산은 지난 1992년 설립, 연매출 500억 원을 넘어선 중견식품기업이다. 최근 인터넷 쇼핑몰 등 신 유통경로 개척에 나서면서 일반 소비자들도 쉽게 알 수 있을 정도로 인지도가 높아졌다.

하지만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의 본사격인 일산사무실을 찾아가는 길은 중견식품기업이란 이미지를 여지없이 깨트린다. 일산의 번화가 중 하나인 마두역에서 한강 쪽으로 나가면 작은 규모의 공장들이 밀집해 있다. 그 사이 좁은 길을 한참 지나면 칠갑농산의 여러 낡은 콘테이너 가건물 창고가 나온다.

일산사무실은 1층은 창고로 쓰는 콘테이너 가건물 2층에 있다. 낡은 컨테이너 가건물 2층 한 켠이 칠갑농산을 설립한 이능구 회장의 사무실이다. 대표이사인 이영주 상무이사는 별도의 방도 없이 각 부서 직원들과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한다. 중견기업 회장실에 어울릴만한 대형 소파를 놓을만한 자리는 기다란 회의용 탁자와 평범한 사무용 의자가 차지하고 있다.

이같은 일산사무실 분위기에서 칠갑농산의 기업문화를 엿볼 수 있다. 형식보다는 내용을 중시하고 외부 시선을 의식한 꾸밈보다 질적 우수성을 내세우는 분위기다. 칠갑농산의 중추는 충남 청양군에 있는 청양공장이다. 이곳에서 제대로 된 쌀가공식품을 만들낸다. 시시각각 변하는 식품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신상품 개발도 청양공장에서 진행된다.

누구나 익숙한 맛이기에 더 어려워

칠갑농산은 내년 창립 25주년을 맞는다. 하지만 이능구 회장이 식품가공업에 뛰어든 것은 칠갑농산 역사의 곱절에 달한다.

오는 2018년은 이 회장이 식품가공업 진출 50주년이 되는 해다. 개인적으로 보면 ‘반백년’ 동안 식품가공의 외길을 걸어온 셈이다.

그것도 어렵다는 쌀가공식품을 만드는 일에 일생을 바쳐왔다.

지금 우리가 맛보는 칠갑농산의 다양한 상품에는 식품장인(食品匠人)과 다를 바 없는 이 회장의 50년 노하우가 녹아있다.

이 회장은 “제대로 된 쌀가공식품을 만드는데 꼬박 50년이 걸렸다고 보면 된다”고 털어놓았다.

그만큼 어려운 게 쌀가공식품이란 얘기다. 쌀로 만드는 식품은 우리 국민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그만큼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우리 국민들 모두 집에서 해먹을 수 있는 떡국이나 떡볶이, 수제비, 국수보다 더 맛있는 상품을 만들기 어렵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직접 불린 쌀을 인근 방앗간이나 떡집에 맡겨 해먹는 떡국보다 맛이 떨어진다면 상품 가치가 없다는 게 칠갑농산의 기준이다. 소비자들이 구입할만한 상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집에서 해먹는 떡국 등보다 맛있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제대로 된’ 상품을 만들어 낸 성과는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칠갑농산 홈페이지(chilkab.co.kr) ‘FAQ 자주 묻는 질문’ 란에는 지난 2015년 12월 흥미로운 글이 올라왔다.

‘흥국사 나비스님’이란 닉네임을 사용한 소비자는 “㈜칠갑농산은 소비자를 우롱하여 기만한 것에 대해 대오 각성할것을 촉구 한다!”며 “소비자를 우롱, 기만한 내용: 너무 맛있는 떡국(똑쌀떡국)을 만들어 소비자의 입맛을 고급화해 아무 제품이나 못 먹게 한 죄”라는 글을 게시했다.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식품 만들어야’

칠갑농산은 최근 태양열건조국수로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태양열건조는 보일러 등 인위적인 뜨거운 열로 국수를 말리는 일반적인 생산공정을 따르지 않고 옛 국수집에서 햇빛과 자연풍으로 건조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말린 국수는 적정한 수분이 남게 돼 삶은 뒤에도 탄력있는 식감과 풍부한 감칠맛을 낸다.

칠갑농산은 국수뿐만 아니라 총 500여 가지의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이들 상품의 70%는 국내 시장에서 유통되고 나머지 30%는 세계 주요국으로 수출된다. 최근 HMR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쌀로탕면(버섯·김치), 칠갑쫄면떡볶이, 가마솥곰탕떡국, 똑쌀떡국1호, 곰탕떡국, 바지락우리쌀국수 등 다양한 즉석용기식품의 판매량이 늘고 있다.

또 칠갑농산의 오랜 쌀가공식품 노하우로 만든 한입떡볶이, 고다치즈떡볶이, 일반미햅쌀떡, 칠갑조랭이쌀떡볶이 등이 다른 업체 제품과 차별화한 맛으로 충성 소비자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밖에 앞서 말한 태양열건조방식으로 만든 칠갑수연소면, 칠갑국수1호(중면), OPP칠갑국수(소면·중면), 쌀국수, 우리밀국수, 메밀면, 우동국수, 흑메밀냉면, 동치미물냉면, 천원의 행복 수제비 등을 망라하고 있다. 건조국수뿐만 아니라 다양한 칼국수 생면과 떡복이양념소스, 면비빔장, 진곰탕국물, 가스오브시액상스프 등 소스류도 생산한다.

칠갑농산은 ‘사람이 먹을 제품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경영철학에다 ‘농민과 함께 성장하는 기업’이란 기업정신을 바탕에 깔고 있다.

경영철학에는 수많은 제품 하나하나에 정성을 쏟아 맛과 영양, 위생이 뛰어난 식품을 만들어야 시장에 내놓을 수 있다는 생각이 녹아있다. 또 농민과 함께 한다는 기업정신에 따라 모든 식재가 우리 농산물이다. 값싼 수입농산물을 쓸 경우 가격경쟁력을 높일 수 있지만 우리 땅에서 우리 농민이 가꾼 농산물을 버리지 않겠다는 의지가 더 강하다.

대기업 부럽지 않은 기술력의 강소기업

우리 한식을 기반으로 한 쌀가공식품을 만들어내는 의지도 굳건하다. 쌀가공식품은 이제 아무나 만들 수 있지만 직접 해 먹는 떡국 등의 맛보다 더 좋게 만드는 일은 어렵다. 무수한 시험과 시행착오를 겪은 뒤에야 얻은 칠갑농산 노하우가 있기 때문에 구수하고 달큰한 쌀 특유의 맛을 살려낼 수 있었다.

칠갑농산이 가진 R&D 기술력의 핵심은 이 회장이다. 50년 가깝게 쌀가공식품 사업의 외길을 걸어오면서 체득한 노하우가 다양한 신제품 개발에도 그대로 반영된다. 여기다 6년 전 차장으로 입사한 이영주 대표의 젊은 감각이 더해져 즉석용기조리식품을 쏟아낼 수 있었다.

판로 확보의 어려움과 유통망의 한계 등 중소기업의 어려움이 곳곳에서 드러나지만 칠갑농산은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바꾸지 않을 생각이다. 칠갑농산이 일궈 놓은 분야에 대기업이 치고 들어와도 영역이 다르다고 보기 때문이다.

물론 아쉬움은 있다. 이 회장은 일찌감치 즉석밥 시장을 눈여겨보고 지난 1996년께 일본으로 날아가 제조설비 도입을 타진했다. 당시 일본에서 제시한 가격은 약 30억 원이었다. 중소기업으로서 그만한 자금을 변통할 수 없어 포기하고 말았다. 이후 CJ제일제당에서 햇반 사업을 시작해 탄탄대로를 걷고 있다.

하지만 칠갑농산은 대기업 앞에서도 기죽지 않는다. 나름대로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데다 필요한 설비도 갖추고 있기에 나오는 자신감이다.

‘박사, 변호사, 공인회계사보다 좋은 일자리’
▲ 50년 동안 쌀가공식품산업의 외길을 걸어온 이능구 칠갑농산 회장(왼쪽)과 공인회계사로서 전문직을 마다하고 가업승계에 나선 차녀 이영주 대표이사. 사진=이인우 기자 liw@

이영주 칠갑농산 대표이사는 이능구 회장의 1남 2녀 중 차녀다. 그는 누구나 부러워하는 공인회계사다. 하지만 6년 전 사회적 성공이 보장된 자리를 버리고 부친이 일군 작은 회사에 차장으로 입사했다.

이 대표의 언니는 미생물학 박사로 역시 칠갑농산 제품개발 업무를 맡고 있다. 막내인 남동생은 대형로펌 변호사로 근무하다 청양공장에서 땀 흘리고 있다. 이 회장은 공인회계사와 변호사가 뭐 대단하냐는 입장이다.

그는 “변호사든 회계사든 결코 좋은 직업이 아니다”라며 “아이디어가 넘치는 젊었을 때 세계로 나가 하나라도 제대로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게 훨씬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도 “처음 회사에 들어왔을 때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회계서로서는 절대 얻을 수 없는 보람과 즐거움을 갖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이런 생각은 장녀나 막내아들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부창부수(夫唱婦隨)가 아니라 부창자녀수(父唱子女隨)인 셈이다.

이 회장은 자신이 닦아놓은 쌀 가공산업의 초석 위에서 자녀들이 우리 식품 세계화를 이루길 바란다. 이를 통해 칠갑농산이 한 단계 더 도약하고 쌀 가공산업도 제 자리를 찾을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이 회장은 정부의 부족한 정책적 지원에 쓴 소리를 마다하지 않는다. 먼저 쌀직불금 제도 등 농민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안 되는 정책 남발을 지적한다. 또 농촌구조 개선에 앞서 농민 보조에 급급하는 정책도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내년 쌀 관련 예산만 3조 원을 편성했다. 대부분 제대로 농사 짓지 않는 영세농에게 돌아가는 지원금이다. 이 회장은 이와 관련, “선거를 의식한 생산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자금살포일 뿐”이라고 지적한다.

반면 정부는 쌀 가공산업에 필요한 가공용 쌀의 가격 조정 등은 검토조차 하지 않고 있다. 벼 수매 가격이 80㎏에 8만 원일 경우 절반은 정부가 부담하고 절반 가격에 쌀 가공업계에 판매한다면 농민 지원예산도 줄일 수 있고 업계도 살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럴 경우 쌀 가공업계는 적은 부담으로 보다 우수한 쌀을 확보, 경쟁력을 키울 수 있게 된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한다면 칠갑농산의 대를 이은 쌀 가공사업도 더욱 활성화될 수 있을 거란 바람이다. 이 대표는 부친의 뜻을 이어받아 더 적극적인 비즈니스를 펼치고 있다.

그는 “빠르게 변화하는 소비자 니즈를 적극적으로 반영해 다양한 신제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며 “즉석 조리가 가능한 덮밥류, 볶음밥류 등 쌀로 만들 수 있는 상품은 무궁무진하다”고 전했다.

여기다 온라인 쇼핑몰은 물론 카카오톡을 이용한 선물하기 등 SNS 기반 유통 시스템을 강화하고 수출시장을 다변화하는 등 중소기업의 빠른 기동력을 살린 비즈니스에 집중하고 있다.

이 회장은 이 대표에게 “식품사업을 하면서 돈을 벌면 안 된다”며 “돈보다 가치를 창출하는 일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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