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명 중 1명 당뇨병, 2025년 100만 명 우려
아세안 주요국가도 ‘대세’ 설탕세
최근 세계보건기구(WHO)를 중심으로 비만 퇴치를 위한 ‘설탕세(Sugar Tax)’부과 움직임이 합의점을 찾지 못한 가운데 개별국가별로 설탕세를 도입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북미정상회담 개최로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됐던 싱가포르 역시 최근 Gan Kim Yong 싱가포르 보건부 장관<사진>의 언론 인터뷰로 설탕세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코트라에 따르면 Gan Kim Yong 장관은 인터뷰에서 “당뇨병 예방을 위해 포장음료(packaged drinks) 제품에 설탕세 부과, 광고 제한, 라벨 표시 등과 같은 규제 조치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며 “추후 공개 의견 수렴(public consultation)을 통해 구체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설탕세 걷어 국민건강 진흥프로그램에 활용해야”
설탕세 인터뷰가 공개되자 싱가포르의 관련업계는 도입 효과를 두고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세계적인 회계회사 Ernst&Young사의 Yeo Kai Eng 파트너는 “설탕세 부과가 ‘종가운임(ad valorem rate; 과세가격의 백분율)’과 ‘특정 과세율(단위량 당 특정 세액)’ 또는 두 방식 모두를 바탕으로 부과될 수 있으며, 설탕 함유량이 높을수록 높은 세율을 적용하는 누진세율이 도입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또 “음료 제조사가 조세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시켜 가격이 오를 경우 구매패턴 변화, 인접국 구매, 인상가격에 적응 등 다양한 소비자 반응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보건의료계에서는 아시아의 비만율 증가와 이로 인한 의료비 부담을 근거로 설탕세와 같은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또 설탕세를 통해 벌어들인 세수를 국민 건강 진흥 프로그램에 활용하면 조세부담이 완화될 수 있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이번 설탕세 도입 관련 인터뷰 이전부터 싱가포르는 ‘당뇨병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 2016년부터 싱가포르 보건부는 당뇨병 발병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리센룽 싱가포르 총리는 지난해 National Day Rally 연설에서 싱가포르인 9명 중 1명은 당뇨병을 앓고 있으며, 이는 선진국 중 미국 다음으로 높은 수치라며 심각성을 알린 바 있다.
싱가포르 보건부(MOH)에 따르면 현재 40만 명 이상의 싱가포르인이 당뇨병을 앓고 있으며, 현 상황이 지속될 경우 2050년까지 당뇨병 환자수가 100만 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이 경우 당뇨병으로 인한 의료비용이 현재 연 10억 싱가포르달러에서 2050년에는 연 25억 싱가포르달러로 증가할 것으로 분석했다.
‘2형 당뇨병’ 위험 높이는 설탕
싱가포르인은 하루 평균 12 티스푼의 설탕을 섭취해 세계보건기구(WHO) 권장량인 5 티스푼의 2배가 넘는다. 또 싱가포르인들의 전체 설탕 섭취량 중 약 60%가 설탕이 첨가된 음료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때문에 싱가포르 정부는 설탕 섭취가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진 ‘2형 당뇨병’을 예방하기 위해 설탕섭취를 줄이는 라이프스타일, 식습관 개선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싱가포르 보건부와 교육부는 학교 내에서 설탕 함유량이 6% 미만인 음료만 판매를 허용했다.
건강진흥청은 외식업계도 건강한 성분을 이용해 식사의 질이 개선될 수 있도록 장려하기 위해 지난해 Healthier Ingredient Development Scheme을 도입했다. 일례로 통밀 함유량을 높인 면을 개발하거나, 알룰로스(allulose)와 같은 설탕 대체재를 이용해 음료를 재개발(reformulate)하는 등 건강한 성분 또는 제품을 개발할 경우 최대 50만 싱가포르달러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임정연 싱가포르무역관은 “싱가포르 전체 음료시장의 70%를 차지하는 Coca-Cola, Nestle 등 7개사는 2020년까지 싱가포르에서 판매되는 제품의 설탕 함유량을 12% 이하로 낮추기로 약속했다”며 “설탕 함유량이 높은 제품은 앞으로 싱가포르 시장 진출 자체가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설탕 함유량은 이제 싱가포르뿐만 아니라 브루나이, 태국, 필리핀, 베트남 등 아세안 주요 국가에서도 도입됐거나 앞두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들 지역에 관련 제품으로 진출을 준비하는 기업들은 각국의 설탕 함유량 관련 규정을 필수적으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