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것이 인간 역사를 바꿔왔다
먹는 것이 인간 역사를 바꿔왔다
  • 식품외식경제
  • 승인 2019.01.02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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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 신동화 전북대학교 명예교수·㈔한국식품산업진흥포럼 회장

우주에서 일어난 예측하기 어려운 여러 변화의 한순간에 지구생명체의 기본이 된 미생물이 탄생했다. 이 미생물이 수많은 유전적인 변화를 일으켜 식물과 동물 그리고 인간이 이 세상에 모습을 나타낸 것은 지금부터 250만 년 전이라 추정하고 있다. 그 과정이야 어떻든 실로 예상할 수 없었던 변천 과정을 거쳐 지금에 이르렀는데, 발전해온 자국을 보면 가장 두드러진 변곡점 몇 가지가 있다.

첫째, 일상생활에서 불을 인간 세계에 끌어들여 다양하게 이용할 줄 알면서 모든 생활이 바뀌었고 다른 동물과 차별성이 뚜렷하게 주목받으면서 생존에서 절대적인 우위를 점하게 됐다.
둘째, 약 1만 년 전 농업기술이 도입되면서 오랫동안 불안했던 수렵 채집 생활을 마감하고 한곳에 정착해 먹을거리 걱정에서 벗어났다. 그렇게 정신적 여유를 갖게 되면서 인간만이 갖는 차별화된 문화를 발전시켰다. 불 이용과 함께 농업발전은 우리 음식문화에도 큰 변화를 일으켰다.

모든 식재료를 날것으로 먹던 시기엔 불가능했던, 익히고 구워서 같이 먹음으로써 비로소 공동생활을 하게 됐다. 불로 굽고 끓여 함께 나눠 먹는 과정에서 더불어 사는 공동사회가 구성됐고 이 변화가 결국 지금의 현대사회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특히 날것을 익힘으로써 딱딱하거나 독성이 있어 못 먹던 것들을 먹을 수 있게 돼 사용하는 식재료 범위가 넓어졌고 충분한 영양섭취로 인해 체력과 건강 유지가 쉬워졌다. 

음식을 만들어 같이 먹는 행위는 공동식사의 의미를 넘어 정신문화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함께 조리하고 익힌 음식을 나눠 먹음으로써 상대를 이해하고 배려할 기회를 가졌고 정신적인 교감을 통해 모든 것을 공유하는 사회가 됐다. 특히 한 가족을 유지하는 가장 중요한 매체의 역할을 하게 됐다.
우리는 음식을 매체로 정을 나눴고 기본적인 삶을 유지하는 활력을 얻었다. 밥 한 끼 같이 먹자는 우리의 인사는 정을 주고 싶다는 의미로 더 정겹다.

근래 급격한 현대 사회생활의 변화로 가정에서도 가족 구성원이 한자리에 앉아 밥을 같이 먹을 기회가 점점 드물어지고, 일상에서도 나 홀로 먹는 혼밥이 유행하는 등 실로 수 천 년 내 경험해보지 못한 변화가 10년도 안 돼 다가왔다. 혼자 밥을 먹는 행위는 배를 채우는 동물적 행위일 뿐, 만나는 여러 대상과 정신적 교감을 할 기회가 박탈된 것이다. 이런 현상은 개인 정신문화에도 큰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사회 환경이나 집단 구성원 생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이제 우리 사회가 이런 정신영역에 식생활이 주는 영향을 고려, 가족과 같이하는 저녁 그리고 함께하는 식탁, 더불어 음식을 먹는 기회를 자주 마련해야 한다. 외식 업체도 같이 식사하는 기회를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고, 회사에서도 직원들이 함께 음식을 먹으면서 의견을 나누고 상담하며 정이 오고 갈 기회를 자주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 사회는 개인으로 구성돼있지만, 집단의 힘이 결국 더 큰 결과를 낸다는 것을 역사는 말해주고 있다.

혼밥에서 더불어 같이 먹는 식생활로 바꾸는 어떤 계기가 마련돼야겠다. 일본에서는 혼밥족에게 영상을 통해 같은 상에서 식사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등 정신안정에 도움을 주는 시도를 한다. 우리 모두의 노력으로 삭막하고 정이 깃들 수 없이 변해버린 우리 식생활 문화를 개선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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