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 세대의 집밥과 외식시장의 발전
밀레니얼 세대의 집밥과 외식시장의 발전
  • 식품외식경제
  • 승인 2019.01.14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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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김맹진 백석예술대학교 관광학부 교수

엄마가 차려주신 밥상의 기억은 늘 푸근하고 정답다.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갓 지은 밥과 된장찌개는 밥상의 고유한 향기를 풍긴다. 김치며 나물이며 생선구이 한 토막, 이런저런 갖가지 반찬이 잘 배열된 밥상은 엄마의 사랑이 표현된 걸작이다. 엄마의 밥상은 단순한 맛의 표현으로만 그치기엔 너무나 많은 복합적인 감각과 정서를 담고 있다.

이러한 집밥이 점점 집에서 사라지고 있다. 식구들을 위해 밥상을 차려줄 만한 한가한 엄마들이 줄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20~30대 후반인 밀레니얼 세대에게 엄마 밥상은 그리움으로 남아있다. 이들은 혼자 사는 경우가 많으며 집에서 밥을 지어먹을 여유 시간이 부족하고, 갖가지 반찬과 식재료를 집에 보관하고 있지도 않다.

이들이 집에서 차려먹는 밥상은 예전에 엄마가 차려주신 밥상과 다르다. 국과 찌개가 생략되고 여러 가지 반찬이 함께 차려지지도 않는다. 가정간편식(HMR) 상품으로 간단히 해결하거나 손수 조리해 먹더라도 서양 밥상과 흡사하다. 한 그릇에 뚝딱 담아낼 수 있는 단품 위주의 음식이 대세를 이룬다. 조리하기 쉽고 차리기 쉬우며, 치우기에 간편한 메뉴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밀레니얼 세대 식사와 관련한 빅데이터 분석에 의하면 집밥에 연관된 단어로 샐러드와 파스타, 스테이크가 상승하는 대신, 외식에 연관된 단어로는 불고기, 된장찌개, 김치찌개가 상승하고 있다는 보고가 있었다. 집에서는 간편한 HMR이나 서양식으로 때우고, 오히려 집 밖에서 반찬이 골고루 차려진 집밥을 선호한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집에서는 엄마가 차려준 집밥을 먹고 집밖에서 외식을 할 때는 간편식을 선호했던 이전 세대와는 다른 모습이다. 고슬고슬하니 윤기 나는 밥과 보글거리는 국이나 찌개, 정갈한 반찬이 차려진 엄마의 밥상은 집안 식탁이 아닌 외식시장 음식점에서 구하고 있는 것이다.

인공지능이 장착된 로봇이 음식을 만들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대, 화면을 터치해 음식을 주문하고 결제까지 해 길게 줄을 서지 않아도 되는 시대,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이나 음식을 조리하는 사람이 안 보이는 그야말로 무인 서비스 음식점이 등장하고 있는 시대다. 기술의 발달이 가져온 변화가 밀레니얼 세대에겐 매우 익숙하지만, 그들은 오히려 잘 차려진 집밥을 외식에서 찾는다.

4차 산업혁명은 발달한 기술이 산업과 우리 생활을 변화시키는 과정이다. 사라지는 업태가 있는가 하면 새로운 업태가 등장하기도 하는 소용돌이가 예상되나, 지레 너무 겁낼 일은 아니다. 기술의 발전이 우리를 힘들게 할 것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우리가 먼저 외식사업 경영에  필요한 기술을 도입해서 사용하는 지혜를 가지면 될 일이다.

한식은 한국인의 음식이다. 기술 발전과 사회문화적 변화가 음식문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건 맞지만, 한국인에게 새겨진 한식 DNA는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이러한 변화를 계기로 외식시장이 한 차원 높게 발전할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정갈하게 잘 차려진 집밥이 되었건, 특정한 재료를 사용한 전문 메뉴나 기존 형태와 서비스 방식이 다른 새로운 업태의 출현이 되었건 한식은 우리나라 외식시장을 받쳐주는 든든한 기반으로서 유효한 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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