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감시로는 부족 자주위생관리제 도입해야”
“행정감시로는 부족 자주위생관리제 도입해야”
  • 김병조
  • 승인 2005.11.11 12: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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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CCP 보다 문턱 낮아 영세업체 참여 쉬워
인증 및 사후관리 지자체가 운영해야 효율적
최근 식품․외식업계의 화두는 단연 위생관리다. 작년 만두 파동 이후 연이어 터지고 있는 식품위생 관련 사고들이 소비자들에게 먹거리에 대한 불신을 초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규모가 있는 식품․외식업체들은 HACCP(식품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을 적용하는 등 나름대로 위생관리를 위한 기준을 정해놓고 이를 통해 일정 정도의 위생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중소 식품․외식업체들이다. 이들은 HACCP을 적용하기엔 재정적 부담이 크기 때문에 불가능하고, 그렇다고 마땅히 준용할 기준도 없는 형편이다. 자체적으로 위생관리를 위해 애써보지만 공을 들인 만큼 표가 나는 것도 아니고,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니다. 가물에 콩나듯 나오는 위생당국의 단속이 있긴 하지만 재수 없으면 걸린다고 할 정도로 유명무실하다. 이런 형편이다 보니 중소 식품․외식업체들은 사실상 위생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식품․외식업계에서는 중소업체들을 위한 위생관리기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기업들은 정부가 인정해주는 HACCP로, 중소업체들은 HACCP보다는 조금 수준이 낮더라도 업체들이 적용할 수 있는 수준의 위생관리기준으로 위생관리를 하면 사각지대 없이 효율적인 위생관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사)한국식품안전협회 신광순 회장은 자주위생관리란 개념을 들고 나왔다. 자주위생관리란 식품․외식업체 스스로가 자신의 업소에 맞는 자체 위생기준을 설정하면 이를 심사기관이 심사를 하고, 지방자치단체는 인증마크를 부여해 위생업소로 대외적으로 알리는 제도이다.

신 회장은 “HACCP 등 위생관리시스템의 정신은 자율성인데 우리는 피동적, 타율적인 위생관리만 해 왔다”며 “식품․외식업소가 폭발적으로 증가해 더 이상 행정감시로는 위생관리를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제는 정부가 나서서 위생관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업체 스스로가 자율적으로 관리하는 제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자주위생관리의 가장 큰 특징은 업소가 스스로 업소에 맞는 위생기준을 정한다는데 있다. 정부나 외부에서 어떤 기준을 들이대면서 여기에 맞출 것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적용할 수 있는 기준을 스스로 만든다는 것이다.

또한 과도한 투자비가 들지 않는다. 자주위생관리는 하드웨어 보다는 소프트웨어 즉 직원들의 위생관념, 작업시스템 등을 교육과 컨설팅을 통해 개선하는 것이기 때문에 시설․설비의 개선은 최소한의 부분만 하면 된다. 이같은 특징으로 인해 자주위생관리는 거의 모든 식품․외식업체들에 적용될 수 있다.

자주위생관리 인증을 위해선 우선 심사기관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심사기관은 민간기관․단체가 맡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정부는 HACCP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제도를 추가적으로 운영하지도 않을 뿐더러 여력도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익단체가 아닌 객관성과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기관․단체를 단수 또 복수로 선정하고, 여기에 각 분야별로 구성된 심사위원회를 두면 된다.

인증은 심사보다 더욱 공신력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정부기관에서 맡아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특히 정부기관 중에서도 중앙정부 보다는 지자체가 맡아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식품․외식업체 수를 고려하면 지자체가 해야 효율적이라는 것. 중앙정부는 이 제도를 적극 홍보하고 권장하는 역할과 함께 심사기관에 대한 관리를 담당하면 된다. 따라서 지자체가 조례를 제정해 시행하는 형태가 합리적이고, 지자체는 인증업소에 대한 사후관리까지 책임져야 한다.

식품․외식업체들은 자신의 업소에 맞는 위생기준을 정해야 한다. 물론 이를 돕기 위해 지자체와 중앙정부, 심사기관들은 업종별, 규모별 위생관리 매뉴얼을 제작해야 한다. 단 이 메뉴얼은 기준이 아니고 참고자료여야 한다.

자주위생관리 인증의 절차는 식품․외식업체는 매뉴얼을 참고해 자체 위생관리기준을 정하고, 심사기관은 이를 심사해 기준에 맞는지 평가하며, 지자체는 인증 및 사후관리를 담당한다.

신 회장은 “자주위생관리는 모든 업종에 도입이 가능하지만 우선 시급하고 적용이 쉬운 단체급식소 및 음식점에 우선적으로 도입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추후 적용업종를 순차적으로 늘려나가면 무리하지 않은 제도 운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신 회장은 “자주위생관리란 제도가 새로운 것이 아니며 단지 일부 업체들이 이미 하고 있는 내부위생관리를 좀더 체계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전 업계로 확산시켜 나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위생전문가들은 자주위생관리는 위생관리의 사각지대 없이 모든 식품․외식업체의 위생을 관리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또한 도입 업체측에서 보면 식품위생이 경쟁력으로 부각되고 있는 상황에서 위생인증 마크 자체가 좋은 홍보효과를 줄 수 있는 이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승현 기자 dream@



“강제성․인센티브 조화 필요”
외식업계, 제도안 긍정적 반응
現 지방 인증시스템과 차별화, 인프라 등 구체적 방향 요구

자주위생관리에 대해 외식업체들은 제도안의 취지와 일부 시행 방법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으나, 전반적으로는 구체적인 계획이 나와야 그 효용성을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했다.

최근 식품·외식에 대한 소비자들의 위생·안전성에 대한 관심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것은 외식업계도 이미 주지한 바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이번 제도안의 취지는 일반 외식업소에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문제는 1차적으로 소비자들에게 어느 정도의 홍보효과를 줄 수 있느냐이다.

지금까지 외식업소를 대상으로 각종 지방단체 등이 인증한 위생·서비스·품질 관련 인증시스템이 10여개에 달하지만 일반 외식업소들이 이에 대한 혜택을 직접적으로 느끼는 것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업계는 이번 제도안도 비슷한 사례가 되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을 보이고 있다.

또 다른 문제는 ‘정부가 요구하는 수준까지 올라가는데 있어 어느 정도의 초기투자비용이 들어갈 것이냐?’는 것이다.

제도안에서는 업소 자체적으로 정한 기준을 정부가 정한 기관이 평가하고 이에 대해 지자체가 인증한 마크를 부여한다고는 하지만 정부에서도 요구하는 일정수준이 있을 것이기 때문에 하드웨어적인 면에서 전혀 필수사항이 없을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는다.

때문에 투자해야 할 비용에 대비해 얻을 수 있는 혜택이 더 많기를 바라는 업소의 입장이 충분히 고려돼야 한다는 점이다.

이외에도 소프트웨어적인 면에서 정부가 요구하는 수준까지 도달하는데 있어 업체의 자본이나 인프라가 뒷받침 하는데 있어 무리수가 없는가도 관건으로 작용한다.

현재 외식업소들은 대부분 프로그램을 정형화 해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주방이나 홀에서 부분적·임의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직원의 위생상태를 수시로 지적해 보완하고, 식기, 주방기기의 정기적인 소독 등이 업체에서 운영할 수 있는 전부이기 때문이다.

이는 외식업계에서 규모에 따라 운영되는 수준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므로 정부는 대상을 세분화해 적절한 강제성과 인센티브를 차별적으로 함께 제공해야 효과적으로 운영될 것으로 업계는 평가한다.

업계는 이러한 당근과 채찍이 주어져야만 업계와 소비자가 만족할만한 인증사업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소비자들의 위생에 대한 높은 관심에 따른 정부차원의 위생인증사업, 업계의 평균적인 규모를 고려할 때 하드웨어에서의 비중을 대폭 줄여야 한다는 점, 민간단체를 심사기관으로 둬야 한다는 점 등에는 업계도 공감하고 있다.

이형곤 기자 coolcub@

▶ 내부 HAACP인증제를 도입, 자발적 위생관리를 하고 있는 CJ푸드시스템의 급식소 내부 전경.

급식업계 자체위생관리 현황

CJ푸드시스템(주)은 자사가 운영하는 급식업장의 위생수준을 전체적으로 업그레이드시킨다는 취지로 지난해부터 내부 HACCP인증제도를 도입, 자발적인 관리에 주력하고 있다.

이 제도는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인정하는 HACCP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되 현실 적용가능성을 높였다는 것이 식약청에서 검증하는 정식 HACCP 인정과 약간 다른 점이다.

HACCP기준을 적용하기에 구조적으로 열악한 급식현장의 사정을 최대한 고려해 최소한의 투자로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시설을 개선하고, 종사원들에 대한 교육을 집중적으로 실시함으로써 위생사고를 일으킬 수 있는 위험요소를 최대한 줄이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우선 급식업장에서 본사로 HACCP 심사를 요청하면 사업부 차원의 위생담당부서에서 적합성을 체크한 후 CJ푸드시스템 내부의 식약청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식품안전센터에 심사를 의뢰한다. 정식심사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3개월간의 교육자료 및 일지 등 HACCP 인증에 필요한 실적이 갖춰져야 한다.
체크리스트는 크게 3개 부분으로 나눠져 시설 및 위생관리 72개 항목, 공정관리 15개 항목, HACCP관리 16개 항목으로 구성돼 각 부분별로 80% 이상 득점을 해야 인증을 받을 수 있다. 심사를 통과해 인증을 받은 업장은 식약청과 똑같이 1년 후 사후 심사를 실시해 지속적인 관리를 하고 있으며, 동기부여 차원에서 30만원 상당의 포상금이 지원되기도 한다.

내부 HACCP 인증의 심사를 맡고 있는 식품안전센터 이 철성 대리는 “내부 HACCP 인증제도를 실시한 후 종사원들의 마인드가 틀려진 것을 볼 수 있으며, 비록 시설이 열악해 제대로 된 HACCP 기준을 지킬 수 없는 업장이라 하더라도 위생관리를 왜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종사원들 스스로가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내부 HACCP 인증제도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특히 눈높이 교육에 포인트를 맞추고 있다. 영양사와 조리원, 지역팀장 등 직무와 직급을 나눠 각 파트를 대상으로 정기적 및 비정기적 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인지도가 떨어지는 조리원들을 위해서는 그림 등을 사용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교재를 자체적으로 제작하고 있다.

현재 CJ푸드시스템 600여개 점포 중 10월말 현재 129개 점포가 내부 HACCP인증을 받고 있으며, 오는 2007년까지는 전 점포가 인증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학교급식전문업체 (주)LSC는 19개의 학교급식업장을 매월 불시 점검해 결과를 분석, 즉시 시정해야할 사항은 개선하고 근본적인 문제는 방학 등을 이용해 보완하는 방법으로 위생관리에 철저를 기하고 있다.

자체 점검리스트는 식약청과 교육부, 구청 위생과 등에서 체크하는 항목들을 취합해 주요부분을 세분화한 총 80여개의 항목으로 ‘지점 평가표’를 만들어 실시한다.

최근에는 대장균 표면검사배지와 핸드체커 등 세균검사에 필요한 기구를 구입해 세균검사까지 실시하는 등 보다 세부적인 위생관리에 주력하고 있다.
이 회사 운영부 박진숙 차장은 “학교는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급식을 실시하는 업장의 특성상 특히 위생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며 “종사원들에게는 손 등에서 나오는 대장균 등 세균검사를 실시해 직접 눈으로 확인하게 함으로써 위생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는 경각심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LSC는 또 싱크대, 칼, 도마, 발판 등 주방기구나 기기를 소독하는 소독제의 희석비율을 정확하게 지키기 위해 ‘타임마이저’를 설치, 물과 소독액이 일정한 비율로 나올 수 있도록 개선했다. 현재는 3곳에 설치해 시험 중이며 조만간 전 점포에 타임마이저를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박지연 기자 pjy@

▶ 일본 위생자주관리인증 마크



일본의 위생자주관리인증제도

일본 동경도에서는 지난 2003년 8월부터 ‘식의 안전과 안심확보’를 위해 ‘식품위생자주관리인증제도(食品衛生自主管理認證制度)’를 도입하고 있다. 이 제도는 위생 시설면을 중시하는 HACCP과는 달리 위생관리 부분을 인증하는 제도로 일본에서도 유일하다.

이 제도의 특징은 ▲노력만 하면 규모와 시설에 상관없이 모든 업종 및 업장에서 인증을 받을 수 있다 ▲영업자가 스스로 자사의 환경에 맞는 위생관리 방법을 구체적으로 매뉴얼을 작성해 그 매뉴얼을 기초로 인증을 받는 제도 ▲인증 심사는 도가 지정하는 제3의 기관이 도에서 규정한 기준을 근거로 실시한다는 것이다.

인증 유효기간은 1년이며, 1년 이후에 갱신을 신청하면 유효기간은 3년까지 연장된다. 시설투자 등 큰 돈을 들이지 않고도 주어진 환경 내에서 얼마나 관리를 철저히 지속적으로 하느냐가 심사의 관건이므로 작은 자영업자도 인증 획득이 가능하다.

시작할 당시 2003년도에는 단체급식과 콩제조업체부터 시작해 현재는 모든 업종과 시설규모 등에 제한이 없다.

현재까지 인증을 받은 업체는 단체급식 28개소, 두부제조 17개소를 포함해 도시락, 반찬제조, 스시, 생과자 등 총 80여개에 이른다.

박지연 기자 pj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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