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 정체성 되살려주기
탈북민 정체성 되살려주기
  • 최종문 우양재단 이사장
  • 승인 2020.08.26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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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문 우양재단 이사장, (전)전주대 교수

국내외 통틀어 식품외식 관련 최고 전문지의 하나로 꼽히는 이 지면에 ‘웬 탈북민?’. 제목부터 생뚱맞아 좀 뜨악하게 생각하실 독자님들께 변명을 드리며 너그러운 이해를 부탁합니다.

진작에 ‘탈북민’ 이야기를 쓰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대표로 있는 사회복지법인과 재단법인의 지원대상에 탈북민이 포함돼 있기에 자칫 후원 캠페인용 자화자찬이라는 논란촉발의 우려로 미루어 왔습니다. 그러길 여러 해, 탈북민들의 상처받은 긍지와 자부심에 대한 더 이상의 침묵은 비겁하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이 글을 씁니다. 첨예한 대립갈등 구조의 정치적 진영논리나 탈북동기에 관계없이 인생 모두를 담보로 결단한 그들의 선택은 정체성 그 자체이므로 존중, 보호돼야 옳거니와 그것이 곧 국민적 책무이기 때문입니다. 

탈북민들의 요즘 심경은 몹시 착잡합니다. 무겁고 어둡습니다. 자신의 정체성을 떠받쳐 주던 탈북 스토리에 대한 자부심도 완전소진, 무기력합니다. ‘탈북민’ 타이틀을 영광의 ‘훈장’이 아니라 폐기해야 할 ‘주홍 글씨 완장’으로 보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앞서 말한 사회복지법인(2007년 설립)은 지난해 일반관리비를 빼고 총 11억500만 원의 복지 사업비를 집행했습니다. 그중 10% 살짝 넘는 1억1000만 원이 탈북민 관련 사업비입니다. 그와 별도로 장학재단(1995년 설립)을 통해 탈북학생 포함 435명에게 4억8000만 원의 장학금을 지급했습니다.

저희 2개 재단의 유동성 외에 일반시민들의 십시일반 후원과 ‘축구사랑 나눔 재단’, ‘남북하나재단’, ‘통일과 나눔 재단’, ‘파고다 어학 아카데미’, ‘KEB하나은행’, ‘통일신문’, ‘데상트 스포츠재단’ 등 외부기관 참여와 후원으로 이뤄진 값진 성과물입니다. 그에 따라 탈북민들의 호응이 늘어나야 순리인데 정체 또는 약간의 감소 현상이 안타깝습니다. ‘탈북민’ 등 호칭의 낙인효과 중 부정적 측면의 한 장면이겠지요. 

지난해 저는 탈북 재학생이 많다는 어느 대학의 보직교수님께 탈북민 학생회 창설을 제의하며 우수&모범 학생에 대한 장학금과 알바 보장을 함께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기대 밖, 탈북 학생들을 탐탁잖게 여길 뿐 아니라 누가, 몇명이 탈북민인지 조차 모른다는 씁쓰레한 회답이었습니다. 탈북민이라는 신분에서 얻는 이익보다 손실이 크다는 낙인효과 탓이라는 교수님의 해석에 저도 그만 속절없이 동의하고 물러섰습니다. 

그 이후 저는 탈북민이라는 말보다 더 따스하고 품격있는 호칭이 없을까 골똘히 생각했지만 허탕이어서 포기하고 탈북민만의 인생을 건 선택에 대한 보상 차원으로 그들의 긍지와 자부심, 곧 정체성을 되살려주는 데 집중하자고 마음을 고쳐먹었습니다.

그리고 70년 전 6·25전쟁 앞뒤 1세대 탈북민들의 성공법칙을 떠올렸습니다. 당시 탈북민들의 호칭은 ’피난민‘이나 ‘실향민’, 속어로는 ‘38따라지’였습니다. 그리고 전국 각지에서 자영업으로 시장을 장악한 탈북민들에겐 ‘38따라지 장사치’ 라는 막말 호칭이 풍속화의 낙관처럼 찍혔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에게 찍힌 낙인효과를 무서운 투지와 돌파력으로 짓뭉개며 놀라운 성공신화를 창조했습니다. 그들 뒤에는 늘 남쪽 국민들의 참여와 성원이 자리하고 있었으니 그 성공을 제 나름 탈북민과 남쪽 국민들의 시너지 효과의 결정판으로 보는 이유입니다.

탈북민의 긍지와 자부심, 곧 정체성 되살려주기에 우리 독자들도 한 몫 거들자는 말씀을 감히 올리는 근거이기도 합니다. 길고 지루한 글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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