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김장김치와 좋은 음식
엄마의 김장김치와 좋은 음식
  • 김맹진 백석예술대 관광학부 교수
  • 승인 2020.12.15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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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맹진 백석예술대학교 관광학부 교수

올해도 우리는 집에서 김장을 했다. 주말농장에서 손수 배추와 무, 갓, 쪽파 등의 채소를 길러 김장을 해온 지 7년째다.

처음엔 농사가 서툴러 기대만큼 수확하지 못했으나 지금은 그런대로 원하는 수준을 거두고 있다. 시장에서 보는 커다란 무와 통 큰 배추에는 비할 수 없지만 내 손으로 기른 채소로 김장을 한다는 게 뿌듯한 보람이다. 

채소를 기르는 것보다는 김장하기가 더 힘들다. 도시의 주거환경이란 뻔해서 아파트 베란다의 좁은 공간에 배추 30포기를 들여놓고 김장을 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배추를 소금에 절이고 씻을 때 이곳저곳에 널찍널찍이 나누어 늘어놓을 수가 있나, 물을 쫙쫙 뿌려댈 수가 있나.

마당 너른 집 샘가에서 식구들이 모여 김장을 하던 어릴 적 고향집 풍경이 새삼 그립다.
이번에도 아내는 김장김치를 딸네 집이며 조카네 집에 나눠주었다. 엄마표 김치가 최고라는 딸의 찬사를 듣기 위해 매년 이 고생을 반복하는 게 아닌 줄 안다. 어릴 적부터 엄마가 차려준 밥상에 익숙한 아이가 시집을 가서도 엄마의 김치나 게장, 생선 매운탕을 그리워하는 것을 보면서 자존감을 유지하는 게 아닌지. 음식문화는 모계에 의해 계승되고 발전된다는 주장이 틀리지 않음을 느낀다.

사람은 어릴 적에 익힌 음식의 맛을 평생 기억한다고 한다. 신체와 정신이 함께 발달하는 어린 시절에 어떤 음식을 먹었는가에 따라 평생의 음식 선호가 좌우된다고 볼 수 있다. 아동기에 패스트푸드나 간편식에 너무 치우치지 않게 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질 좋은 음식으로 음식 고유의 맛을 경험하고 지나치게 짜거나 단 음식을 피해 미각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어야 성인이 돼서도 건강한 음식 생활이 가능하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채소 기르기와 음식 만들기를 하는 것으로 안다. 어릴 때부터 자신이 먹는 음식이 어떤 식재료로 만들어지는지, 채소와 과일은 어떻게 자라는지를 알게 하는 것은 훌륭한 교육이다. 음식을 조리하기 전에 식재료의 모양이 어떻게 생겼는지 보여주는 것 외에도 식재료 고유의 맛과 향이 어떠한지 미각과 후각을 익히게 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인 농경 국가였지만 산업화를 겪으며 공업 국가로 바뀐 지 오래다. 반도체와 자동차, 통신기기를 수출해 번 돈으로 다른 나라로부터 식량과 고기, 채소, 과일을 수입한다. 그 사이 우리 농토는 경작면적이 줄어들고 농사를 업으로 하는 많은 사람이 직업을 바꿨다. 

우리나라 식량 자급률은 2019년 기준 45.8%로 떨어졌다. 가축 사료를 포함한 곡물자급률은 21.0%로 더욱 낮다. 이 땅에서 생산된 식재료로 만든 음식보다 다른 나라에서 생산된 식량을 더 많이 먹는 셈이다. 식량안보 위기는 오래된 화두다. 이번에도 코로나 팬데믹으로 물류가 제한되자 당장 세계의 곡물 가격이 요동쳤다. 

좋은 식재료가 좋은 음식을 만든다. 그래서 농업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 유지에 직결되며 외식산업과도 뗄 수 없는 관계이다. 음식 소비자들은 간편성과 익숙한 브랜드의 선호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 땅에서 생산되는 품질 좋은 식재료를 사용한 우리 음식점이 많아져야 한다. 

이번 김장에는 작은 무로 통무김치도 담갔다. 어렸을 적 어머니의 김치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갈수록 김장하는 가정이 줄고 있다. 친정 음식과 김장김치에 익숙한 딸아이도 제 아이가 크면 김장을 할지는 미지수다. 이 땅의 ‘친정엄마’로서 김장김치의 대를 이어가기를 바라는 내 마음은 간절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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