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과 사람의 온정
로봇과 사람의 온정
  • 신동화 전북대학교 명예교수, ㈔한국식품산업진흥포럼 회장
  • 승인 2021.07.19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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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제조업에서 자동화와 기계화는 작업속도, 인력 대체와 원가 절감을 위해 수용해야 하는 대세가 됐는데 이 산업군에 외식산업도 예외가 아니다.

로봇은 사람의 손을 대신해 갖가지 일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척척 해낸다. 실내 서비스 로봇을 시작으로 우선 조금 간단한 피자 만드는 것, 배달 서비스를 로봇에게 맡기고 있으며 이제 상당한 수준의 조리까지도 로봇이 담당하고 있으니 로봇이 요리사의 영역을 완전히 대체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아마도 외식업계에 처음 로봇이 등장한 것이 지난 2019년쯤이니 그 사이 로봇 이용영역이 크게 확대돼가고 있다. 치솟는 인건비와 거기에 더해 힘든 일이라 치부하는 조리 및 배달을 사람 대신 로봇이 대행하는 것은 필요에 따른 필연의 변화라 생각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걱정되는 것은 로봇의 가격이 만만치 않으니 이런 변화 바람에 업체 규모 간 격차가 더 벌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다. 

예로부터 ‘음식은 손맛이다’라는 말은 허튼 수사가 아니다. 같은 식재료로 같은 시간대에 만든 음식이라 하더라도 만드는 사람에 따라 맛과 모양이 다르고 노력한 만큼 그 질이 달라지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우리 간에 회자하는 말로 한 집안에서 같이 만든 김치도 시어머니 것과 며느리가 버무린 김치 맛이 다르다고 한다. 어머니가 해주신, 잊지 못하는 여러 음식의 맛은 음식의 재료가 달라서가 아니다.

어머니의 끝없는 자식 사랑이 음식으로 전달됐고 그 진한 정을 느끼기 때문이다. 살아가는 평생 ‘어머니표’ 음식 맛을 잊지 못하는 것은 음식 그 자체가 아니다. 그 마음과 정성이 배어있기 때문이다.

과연 기계인 로봇으로 조리한 음식에 정이 들어가 있을까? 불황에도 손님이 그치지 않는 음식점, 소문난 맛집은 조리하는 음식점 주인의 손맛이 손님의 마음을 끌고 감동을 준다. 어려운 시대 상황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조리돼 포장된 음식을 배달받아 먹고 HMR이 큰 사업 영역으로 확대되고는 있지만 음식은 역시 사람의 손에 의해서 조리돼야 그 진수를 느낄 수 있다. 

음식점에 따라서는 수타 국수를 선전의 매체로 사용하고 있으며 현장에서 뽑는 면발로 만든 자장면은 확실히 그 맛이 다르다.

한손 한손 떼어져 만든 수제비는 기계가 만든 것에 비할 것이 아니다. 가끔 일식당에서 주방장이 만들어주는 초밥을 먹는 기회가 있다. 바로 눈앞에서 고슬고슬한 밥을 적당량 손으로 쥐어 누르고 다시 이기는 과정을 거쳐 밥을 뭉치고 그 위에 맵시 있게 금방 자른 횟감을 얹고 고명을 더하면 맛깔스러운 초밥이 된다.

어찌 기계화된 초밥과 주방장이 정성 들여 만들어 준 초밥을 비교할 수 있겠는가. 근래 조사된 것을 보면 밥과 다른 재료들 사이에 들어 있는 공기의 양도 음식의 맛에 큰 영향을 준다고 한다. 적절한 공기가 음식 사이에 들어 있어야 그 음식이 가진 진정한 맛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심지어 간단한 햄버거도 재료 사이사이에 얼마큼 공간이 있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니 결국 사람의 손이 가야 이런 미묘한 차이를 줘 맛을 창조할 수 있는 것이다. 

모든 것이 사람의 손을 떠나 기계화되고 자동화됨에 따라 인간의 정이 들어갈 틈새가 없어져 버린 현실이 조금은 서글퍼진다. 감정이 없는 TV나 전자기기는 전혀 문제가 없다.

또한 대량 생산해 판매하는 많은 종류의 가공식품은 어찌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음식점에서 먹는 음식만은 사람의 온기가 들어간, 배를 채우기 위한 사료가 아닌 음식을 먹고 싶다. 지금도 이름 있는 식당에서 음식을 먹을 때 로봇이 조리를 하고 바퀴 달린 로봇이 서비스를 한다면 과연 음식의 맛을 즐길 수 있으며 우아한 식당의 분위기를 감상할 수 있겠는가를 생각해본다.

식당이 아니라 어느 공장에 들어가 배를 채우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아무리 산업사회가 돼 효율을 바탕으로 한, 경제성이 앞선 상황이 됐다지만 살면서 느끼고 즐기는 음식은 행복감을 주는 제일매체인데 기아해결 차원을 넘어 인간의 정, 마음이 오고 가는 그런 분위기가 됐으면 한다.

오늘 나는 주방장이 직접 조리해주는 음식점에서 점심을 먹고, 사람의 온정을 느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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