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임대차보호법 환산보증금 기준에 따라 적용 실효성 논란
서울시 9억 원, 부산광역시 6억9000만 원까지만 법 적용 가능
서울 강남권·홍대 등 주요 상권 대부분 환산보증금 보호 범위 밖
코로나19 사태로 피해를 본 자영업자가 상가 임대차계약을 중도에 해지할 수 있는 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
법무부는 코로나19 사태로 집합금지·제한조치를 받은 상가 임차인의 해지권을 인정하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지난 17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올해 하반기 국회에 제출되는 이번 개정안은 상가임차인이 코로나19 등 감염병으로 인한 집합금지 또는 집합제한 조치를 3개월 이상 받음으로써 발생한 경제 사정의 중대한 변동으로 인해 폐업한 경우 임대차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했다.
법무부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 상황에서 상가 임차인에게만 희생을 강요하기보다는 임대인과 상생을 논할 수 있는 공정한 사회기반 조성이 시급하다”며 “상가 임차인에 대한 최소한의 보호조치로서 이 경우 임대차계약을 중도에 해지할 수 있도록 하여 상가 임차인의 차임 부담을 해소하해 한다”고 밝혔다.
법무부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폐업한 경우에 적용되는 법정해지권은 민법 체계상 원론적으로 인정되던 사정 변경에 의한 해지권에 기반한 것으로 법리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외식 자영업자들은 이 법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먼저 이 법안에서 보호를 받을 수 있는 범위가 환산보증금 보호범위 안에서만 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상가임대차보호법 시행령 제2조에 따르면 환산보증금 기준 서울시 9억 원, 경기도 내 과밀억제권역과 부산광역시 6억9000만 원, 기타 광역시와 세종특별자치시, 경기도 내파주·화성·안산·용인·김포·광주시 5억4000만 원, 그 밖의 지역 3억7000만 원까지 보호를 받을 수 있다.
서울시의 경우 월 임대료가 900만 원이 넘어가면 보증금 여부에 상관없이 환산보증금 9억 원을 초과하게 돼 상가임대차 보호를 받지 못한다. 이 때문에 강남·홍대·압구정 등 주요 상권에 점포를 개설한 상인들은 대부분 상가임대차 보호 대상에서 제외돼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와 관련 고장수 전국카페연합 회장은 “서울의 강남권·홍대 등 주요 상권 대부분이 환산보증금 보호 범위 밖”이라며 “결국 이 법이 통과되더라도 아주 영세한 자영업자들이 아니면 전혀 도움을 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또 강남권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공신 사장은 “대부분의 자영업자들이 개업을 하기 위해 금융권 대출을 안고 있고 폐업하는 순간 대출 상환 청구서를 받게 되는데 이 또한 난감한 상황”이라며 “결국 부채없이 순수하게 자기자본만으로 창업을 한 자영업자들만 이 법을 이용할 수 있는데 그 수가 얼마나 될까”라고 말했다.
이창호 전국호프연합 대표는 “폐업을 하게 되면 인테리어 철거비용 등에 대한 부담이 막대하다. 강남권 같은 경우 30평 기준 1000만 원 이상 들기도 한다. 이 법안의 보호를 받아 보증금을 받고 임대차계약을 해지하더라도 받은 보증금보다 더 많은 철거비용을 납부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정부는 폐업 유도보다는 자영업자들이 장사를 계속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법과 제도를 고민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