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의 의미
노동의 의미
  • 윤광희 win-win노사관계연구소 소장, 법학박사·공인노무사·한경대 겸임 교수
  • 승인 2021.12.06 17: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윤광희 win-win노사관계연구소 소장, 법학박사·공인노무사· 한경대 겸임 교수

최근 화제가 된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은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준다. 무수한 사람들이 돈을 위해서 게임에 목숨을 거는 드라마 장면은 섬뜩한 것이지만 대중들은 열광하고 있다.

세계인들도 공감하는 것을 보면 비단 우리만의 현상은 아닌 것 같다. 돈에 모든 가치를 부여하는 현대사회의 인간 단면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돈을 위해 목숨까지 기꺼이 희생하는 인간의 군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들에게는 돈이 목적이고 노동의 의미는 존재하지 않고 있다. 인간에게서 과연 돈이란 무엇이고 노동이란 가치 없는 것인가? 

노동에 대한 무가치한 현상은 우리 사회에 그대로 표출되고 있다. 코로나 시대에 외국인 근로자들이 입국하는 인원이 줄어들어서 산업현장에 인력난이 심각하다고 한다. 특히 농어촌의 일손 부족이 심각해 외국인 근로자 도입 관련 정책토론회가 개최되고 있다.

한돈협회는 최근에 고용노동부에 외국인 근로자 입국을 위한 전세기 운항을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우리 사회는 청년 실업문제가 심각한데 다른 한편으로는 더 심각한 인력난을 겪고 있다. 여러 가지 면에서 논의될 문제가 있겠지만 우리 청년들의 노동에 대한 의미 재정립이 시급한 과제로 판단된다. 힘들고 급여 수준이 낮은 일은 하지 않으려는 인식이 청년들의 내면에 깔려 있다고 본다. 이러한 점은 우리 사회 전반에 만연해 있는 일에 대한 시각의 문제이다.

실업급여를 받을 요건만 되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놀다가 다시 취업해서 얼마간 일하다가 실업급여 요건만 되면 다시 직장을 그만두는 젊은이들이 너무 많아서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요건을 더 높인다고 한다. 먹고 살 수 있고 생활이 안정되면 일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풍토이다.

노동은 단순히 먹고 살아가기 위한 수단으로서만 의미가 있는 삶의 태도가 우리 주변에 어느새 자리 잡고 있다. 노동은 고통스러운 것이고 힘들고 피하고 싶은 것으로만 의미가 부여된다면 돈을 갖게 되면 노동을 하지 않아서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고민하다가 그 돈을 소비하기 위해 향락과 과소비의 버릇으로 빠지게 되고 본인과 가족들이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다.

돈이 있으면 노동을 하지 않고 인생을 즐기겠다는 사고는 노동에 대한 부정적인 사고에서 비롯된다. 돈이 목적이 되고 돈을 벌기 위해서만 노동을 하는 가치관은 돈이 되는 것이라면 무엇이라도 할 수 있다는 사고로 연결되게 된다. 진정한 땀의 가치를 알지 못하고 쉽게 돈을 벌겠다는 풍토는 비트코인 광풍으로 우리 젊은이들이 몰려들고 있다. 시급하게 일에 대한 의미 재정립이 필요하다. 

마르크스 등 좌파에 따르면 분업화된 노동 과정에서 인간은 전체 생산 과정 중 일부분만 담당하기 때문에, 자기 자신을 실현하고 충족하기보다는 자기 자신이 부정되고 대상화·수단화돼 노동 과정에서 소외되며 노동은 고통스러운 것이며 이로부터 해방돼야 하고 이를 위해 노동운동을 통해 분배를 더 받아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노동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노동을 기피하는 현상으로 연결된다. 노동은 신성하고 가치 있는 것이며 인간을 가치 있는 존재로 만드는 숭고한 것인데도 불구하고 노동의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

헤겔 등 노동에 대한 긍정적인 철학자들은 노동은 자연환경뿐만 아니라 인간 존재 자체의 변형을 일으킨다고 보았으며, 자아를 실현하기 위한 필수적인 구원 수단, 해방의 도구임을 강조했다. 노동이 인간을 인간답게 하며, 일하는 자만이 자유를 얻을 수 있다고 보았다. 노동은 단순한 생계의 수단으로서만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사회 일원으로서 더 가치 있게 만들고 건강과 진정한 휴식을 부여한다. 노동에 대한 의미를 생계 수단으로만 바로 보는 시각은 일하는 과정을 고통스럽게 만든다.

이에 반해 생계 수단의 의미보다 자아실현과 사회 일원으로서 보람된 역할을 다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일을 하면 기쁨과 만족이 뒤따를 것이다. 특히 외식산업 등 서비스 산업에서는 일에 의미를 긍정적으로 부여하지 않으면 일을 하는 과정에서 억지로 하게 돼 쉽게 피로가 올 것이고, 일하는 과정의 부정적인 고통이 고객에게 그대로 노출돼 고객과의 갈등으로 비약될 수도 있다. 일에 대한 긍정적인 의미를 갖고 서비스에 임한다면 일하는 과정도 즐거울 것이고 서비스 질이 높아져서 사업도 번창해지고 고객과의 만남도 행복한 순간이 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송파구 중대로 174
  • 대표전화 : 02-443-4363
  • 청소년보호책임자 : 우대성
  • 법인명 : 한국외식정보(주)
  • 제호 : 식품외식경제
  • 등록번호 : 서울 다 06637
  • 등록일 : 1996-05-07
  • 발행일 : 1996-05-07
  • 발행인 : 박형희
  • 편집인 : 박형희
  • 식품외식경제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정태권 02-443-4363 foodnews@foodbank.co.kr
  • Copyright © 2024 식품외식경제. All rights reserved. mail to food_dine@foodbank.co.kr
인터넷신문위원회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