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은 생각하며 먹는 음식이다
한식은 생각하며 먹는 음식이다
  •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한국식품산업진흥포럼 회장
  • 승인 2021.12.13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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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사는 곳에는 어디에나 먹고 살아야 할 음식이 함께 있어야 한다. 생활하는 곳에서 생산되는 식재료를 이용해 처리하거나 삶고 볶아 입맛에 맞게 조리하는 과정을 거쳐야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된다. 

세계 각국은 자국의 여건에 맞게 개발한 음식이 있고 이들 음식은 민족의 역사에 걸맞은 정식적 배경을 갖고 있다. 음식이 걸어온 발자취는 인류 문명사와 궤를 같이하고 있지만 수렵·채집 시기에는 음식이라기보다는 굶주림을 해결하기 위한 매체였고 조리의 개념을 불어 넣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지금 숲속에 사는 원숭이와 고릴라 등과 비슷하지 않았을까 여겨진다. 호모사피엔스에 속하는 인류가 조리를 해 먹기 시작한 것은 불을 생활에 이용하기 시작한 때와 같고 특히 농업을 통해 정착한 시기와 맞게 될 것이다. 인류가 자신에게 필요한 곡류를 재배하며 먹기 시작한 것은 지금부터 겨우 1만2000년 경이라고 하니 지금의 우리음식 역사는 그렇게 오래된 것은 아니다. 음식 조리를 위해서는 불을 이용할 줄 알아야 했고 가열하고 담는 용기가 필요했다. 최초로 사용할 수 있는 그릇은 아마도 주위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흙을 이용한 토기가 식생활에 들어온 때부터일 것이다.

한민족의 역사는 만주에서 시작해 한반도로 남하하면서 집단을 이뤘고 우리의 고유한 식생활 문화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에서 출토되는 토기는 본래 기원전 30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우리의 선조들이 그 이전부터 이 땅에 생활터전을 마련했다고 여겨진다. 음식 재료를 생산하는 수단인 농업은 기후와 토양이 품목을 결정하게 되고 한반도의 여건에 맞는 대상은 아마도 지금 우리가 먹고 있는 곡류와 채소류들일 것이다. 물론 농사를 짓기 위해서 순화시킨 가축은 필수였으나 가축은 힘을 이동하기 위한 수단이 우선이었고 육류를 공급하는 식재료는 그 의미가 낮은 순위로 여겨진다. 곡류를 주식으로 하고 채소류를 부식으로, 즉 반찬으로 이용하는 우리 식단이 고착됐고 지금도 수천 년 지속해 온 우리 식단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음식에 대한 기록이 많지 않아 우리의 앞선 선조들의 식생활 상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물려 내려온 우리 것의 뿌리는 결국 우리 조상이 물려준 것이라 생각한다. 일부 변화는 있었지만 큰 흐름, 즉 곡류 중심 식단에 부식이 곁들어진 지금의 식생활은 아마도 비슷하지 않았나 여겨진다. 이런 흐름에서 우리 한식이 한민족의 식문화로 정착됐고 독창적인 차별화를 형성하는 계기가 됐을 것이다.

한식은 한상차림으로 대표된다. 물론 단품으로 한 끼를 때우는 경우도 있지만 여유가 있는 경우 밥과 반찬, 그리고 탕이나 국물이 곁들어진 한상차림은 음식 배열과 색의 조화, 음양의 이치까지를 생각한 우리 식문화에 정착된 식단의 모습이다. 주식인 쌀로부터 시작해 하나하나의 반찬과 그 반찬을 만들기 위한 조미료들을 생각해 보면 그 뿌리를 생각하게 되고 이 음식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살펴보게 된다. 쌀 한 톨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자연에서 100여 일을 보살피며 기다려야 하고 채소류는 계절 가려 씨 뿌려 가꾸고 거름과 물을 제때 줘야 한다. 이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수확한 모든 식재료는 번거로운 처리 과정을 거쳐야 우리 한상차림의 식단구성원으로 참여가 가능하다.

한식의 또 하나 특징은 삭힘을 거친 발효식품이 모든 음식에 근간을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맛을 책임지고 있는 장류는 물론이고 발효의 정수인 김치는 좋은 재료가 알맞게 조합돼야 진가를 발휘한다. 젓갈과 각종 절임은 시간이 축적돼야 제구실을 한다. 한상차림에 오른 모든 음식은 우주를 담았고 나름의 역사를 품고 있으며 먹는 사람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를 감추고 있다. 식재료의 탄생부터 음식이 돼 상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을 생각하면 우리 한식은 먹으면서도 음식의 뒤쪽에 따라오는 얘기를 음미하면서 먹어야 할 음식이다. 대부분 한식은 원료생산을 넘어 조리에서 상당한 시간이 축적된 음식으로 구성돼 있다. 그래서 음식 하나하나에 대해 깊게 생각하는 여유를 가져야 하는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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