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는 조선구마사 사건을 잊었는가?
KBS는 조선구마사 사건을 잊었는가?
  • 권대영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정회원, 대한발효식문화포럼 회장
  • 승인 2021.12.17 17: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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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봄에 SBS TV에서 ‘조선구마사’ 사극을 방영하려다가 역사 왜곡 논란이 거세지자 결국 제대로 방송하지 못한 사건이 있었다. 주된 이유는 역사 왜곡이다. 조선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월병과 만두 같은 중국음식이 마치 우리 음식인 것처럼 나온 것이다. 결국 sbs는 이 역사 왜곡이라는 불명예를 극복하지 못하고 방송을 중단했다. 아무리 극 중 전개는 실제적인 사실과 다른 것이 방송 드라마의 성격이라 하더라도, 기본적인 역사 인식이나 사건이 왜곡돼서는 안 된다. 

지난 12월 11일과 12일에 KBS 역사 사극인 ‘태종 이방원’이 방송됐다. 드라마 내용이 역사적인 사실에 근거했느냐에 대해 왈가왈부할 의사는 없다. 그러나 극 중에서 나오는 소품이나 의상은 역사적인 사실에 근거를 둬야 한다. 역사적인 사실에 근거를 두지 않으면 우리 민족의 역사 왜곡에 기여하기 때문이다.

특히 백성의 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 음식에 대해서는 매우 면밀하게 과학적으로 검증돼야 한다. 그런데도 극 중에 음식은 어찌 된 일인지 조선구마사 극에 나오는 음식과 하등에 다를 바가 없었다. 태조 이성계와 태종 이방원이 술을 따를 때 나온 음식은 우리 민족이 밥이나 술을 먹을 때 먹었던 반찬이나 안주는 하나도 나오지 않고 제사 때나 볼 수 있는 음식이다. 고려의 땅인 개성에서 중국음식이 우리 음식으로 버젓이 나왔다. 

SBS를 포함해 KBS 등 방송에서 우리 음식 역사에 대해 참 광범위하게 오류가 판치고 있다. 특히 1980~1990년대를 걸쳐오면서 방송작가들의 우리 음식에 대한 시각이 매우 왜곡돼 있다. 왜 이렇게 우리 음식에 대한 왜곡이 일어났을까?

이들은 소위 배운 세대가 쉽게 범하기 쉬운 우를 범한 것이다. 우리 음식의 문화나 역사, 지혜를 이야기하는 것은 우리 어머니, 할머니 등 여성들의 생활, 의견이 매우 중요한데 주로 못 배운 세대의 여성들에게서 나온 이야기라 폄하하기 일쑤였다.

음식의 모든 것이 여성 조상들의 지혜와 경험에서 나오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글이 아니고 정제된 언어로 표현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우리 어머니들의 이야기는 하찮은 걸로 여기고 귀 기울여 듣지 않고 아버지의 책, 특히 어려운 한자책을 갖고 이야기하는 것은 대단하고 진짜인 줄 아는 풍토와 차별의식에서 이러한 오류가 나온 것이다.

남성들이 한자, 영어, 심지어 일본말로 이야기하면 배운 사람의 말로서 진실과 멀어도 상관없이 진실인 줄 받아들이는 풍토에서 우리 어머니 음식에서 말하는 진실과 진리가 심하게 왜곡됐다. 그 풍토가 오늘날까지 이어지기 때문에 이러한 대형 참사가 자주 나온다. 

특히 방송작가들이 진실을 추구하고 어머니의 정신과 우리 음식에 대한 혼을 배우고 어렵게 연구하기보다는 주위에서 쉽게 쉽게 주워들은 것을 과학적인 검증도 거치지 않고 함부로 퍼뜨리고 심지어는 가르치기까지 하면서부터 방송가 주위에서 우리 음식에 대한 심각한 왜곡이 일어난 것이다.

음식의 농경학적, 역사적, 문화적, 지리적 배경은 하나도 연구하지 않고 말 잘하는 일부 비과학자의 말에 놀아나고, 일부 고문헌을 잘못 해석해 이야기하는 사람의 말이 진실인 줄 알고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인 풍토에서 비롯된 결과로 왜곡된 우리 음식에 대한 실상이 방송전파를 타게 된 것이다. 

대표적으로 천 년 전부터 즐겨 약으로까지 생각하고 먹었던 ‘닭도리탕’이 일본말에서 왔다고 해 방송에서 ‘닭볶음탕’이라 하자고 퍼트린 것도 방송작가이다. 우리 어머니가 왜 이렇게 붙였는지 말은 듣지 않고 고스톱판에서나 돌던 이야기는 아무 거리낌 없이 받아들인 것이다.

고추의 품종이 수백만 년 전에 이미 100여 가지가 되고 지구상에 수백만 년 전에서부터 지구상에 다 퍼져서 자라고 수천 년 전부터 한반도에서 재배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대학교수가 구하기 어려운 ‘지봉유설’이라는 책을 들먹거리며 고추가 임진왜란 때 들어왔다고 비과학적으로 퍼트리니까 그 말을 다 믿고 조선시대 전에는 우리나라 음식은 아무 장도 없고, 양념도 없고, 색깔도 없는 맹탕, 맛없는 음식으로 작가들에게는 인식돼 버린 것이다.

지봉유설을 제대로 읽어보았다면 ‘고추가 일본에서 들어왔다’는 말이 전혀 사실이 아님에도 교수가 한자를 갖고 이야기하니까 진실을 말하는 것처럼 알고 방송은 맹목적으로 이들을 따라 하니 이렇게 된 것이다. 

올봄 중국의 김치 종주국 논란에서도 지적한 바와 같이 고문헌 특히 한자 문헌 하나만 들고 이야기하면 대단한 사람으로 알고 그의 입에서 나오는 어려운 이야기가 진실인 것으로 받아들이는 풍토가 벗어나지 않는 한 이러한 역사 왜곡은 계속될 것이다. 방송작가들도 쉽게 쉽게 넘어가려 할 것이 아니라 진지하게 진실을 나누고 과학을 연구하며 배워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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