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치는 수제맥주의 거품이 오래 가기 바라며
넘치는 수제맥주의 거품이 오래 가기 바라며
  • 김맹진 전 백석예술대학교 관광학부 교수
  • 승인 2021.12.21 08: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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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를 좋아하다 보니 우리 집 냉장고에는 겨울에도 맥주가 들어있다. 마트에 갈 때마다 주류코너에서 이 브랜드 저 브랜드를 살펴보며 어느 양조장에서 생산되었는지 확인하고 수집하듯 몇 개씩 고른다. 생산지를 보면서 그 지역의 추억과 사람들, 자연환경을 떠올리기도 한다. 집에 와서는 품평하듯 브랜드별로 비교하며 마시는 것도 즐겁다.

길을 걷다 보면 수제맥주집 간판이 더러 눈에 띈다. 대규모 생산시설을 갖춘 기존의 유명 맥주회사 제품만이 아니라 여러 수제맥주 회사의 맥주를 함께 판매하는 맥주집이다. 바에 설치된 디스펜서의 멋진 탭이 눈길을 끈다. 탭의 숫자만큼 다양한 브랜드의 수제 생맥주통이 바 아래 연결돼 있음을 말한다. 좋아하는 타입의 맥주를 골라서 마시는 재미가 있다.

유럽의 맥주 양조장은 그 자체가 관광코스다. 규모가 크진 않으나 몇백 년의 역사를 간직한 고색창연한 건물에서 지금도 맥주를 양조해 방문객에게 시음용 맥주를 내놓는 곳. 우리나라 막걸리 양조장처럼 동네마다 특색이 뚜렷한 맥주 양조장이 있어 관광객들을 즐겁게 한다. 이런 작은 양조장 중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맥주 브랜드를 생산하는 곳이 있다는 것도 놀랍다. 

국내에는 140개 정도의 소규모 맥주 양조장이 생산 활동을 하는 것으로 안다. 이 중에 양조장과 펍(brewing pub)을 동시에 운영해 유명한 곳은 많지 않다. 가장 큰 이유는 유동인구가 많은 도심에서는 넓은 장소를 확보하기가 어렵고 외곽에 자리를 잡게 되면 고객의 발길이 멀어지기 때문일 것이다. 소매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다양한 수제맥주를 생산하는 양조장도 그 숫자는 손에 꼽을 정도다. 대기업과 콜라보레이션 브랜드를 만들어 판매하는 양조장은 10여 개 남짓이다. 

수제맥주를 양조장 외부에 유통이 가능해지고 주세가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바뀐 이후 소형 맥주 양조장이 많이 생겨났다. 하지만 소매점 판매용 맥주를 만들기 위해서는 병과 캔에 담아야 하는데 그러한 패키지 시설에 대한 투자 비용이 적지 않다는 게 문제였다. 뿐만아니라 전국에 유통할 만한 대량 생산능력이 갖춰지지 않은 것은 더 큰 한계였다. 

수제맥주는 혼술과 홈술의 유행 덕분에 전성기를 맞았다. 20대~30대 젊은 소비자들의 대량생산 맥주에 대한 식상함에서 벗어나려는 욕구가 수제맥주 시장을 확대시킨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이들은 맥주 헤비 유저들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러다 보니 기존 대형 맥주회사가 시장점유율이 저하돼 새로운 브랜드로 수제맥주 시장에 진입하는 기이한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소비자에게는 수제맥주 덕분에 다양한 맥주를 취향에 맞게 골라 마시는 즐거움이 생겼다. 이 즐거움이 오래 가기 위해서는 몇 가지 고려해봐야 할 문제가 있다. 첫째, 국내 수제맥주는 거의 대부분이 에일 타입의 맥주다. 살아있는 효모가 제대로 여과되지 않은 채로 상품화될 경우 유통과정에서 변질될 우려가 높다는 점이다. 에일타입 맥주의 다양한 맛과 품질의 일관성 유지를 위해 애써야 한다.

둘째, 생산지의 특징이 반영된 맥주를 만들어야 한다. 대부분 수입한 맥아와 부재료로 맥주를 양조하는데 각 지방의 다양한 곡물과 과일 등을 활용해 지역 주민들의 소득증대에 도움이 되게 하고 관광객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것도 좋을 것이다.

셋째, 패키지 디자인에서 양조장이 어딘지 알아내기가 어렵다. 콜라보레이션 브랜드로 유명기업의 브랜드 이미지를 차용해 판매를 증대시키는 효과에 만족해서는 곤란하다. 양조장의 브랜드 이미지를 노출시켜 브랜드 자산을 쌓아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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