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불황 속 따뜻한 나눔 이어가는 ‘선한영향력가게’
코로나19 불황 속 따뜻한 나눔 이어가는 ‘선한영향력가게’
  • 신동민 기자
  • 승인 2022.01.05 15: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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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왼쪽) 인천 미추홀에서 파스타 전문점 쿡대디를 운영 중인 임희섭 대표(가운데)는 아이들에게 밥 한끼 편하게 먹일 수 있다는 생각으로 망설임 없이 선한영향력가게와 동행을 시작했다. 인천 미추홀에서 파스타 전문점 쿡대디를 운영 중인 임희섭 대표(가운데)는 아이들에게 밥 한끼 편하게 먹일 수 있다는 생각으로 망설임 없이 선한영향력가게와 동행을 시작했다. 사진=이경섭 실장
(사진 왼쪽) 인천 미추홀에서 파스타 전문점 쿡대디를 운영 중인 임희섭 대표(가운데)는 아이들에게 밥 한끼 편하게 먹일 수 있다는 생각으로 망설임 없이 선한영향력가게와 동행을 시작했다. 인천 미추홀에서 파스타 전문점 쿡대디를 운영 중인 임희섭 대표(가운데)는 아이들에게 밥 한끼 편하게 먹일 수 있다는 생각으로 망설임 없이 선한영향력가게와 동행을 시작했다. 사진=이경섭 실장

코로나19 사태로 자신의 가게 하나 건사하기 힘든 요즘 배고픔으로 설움을 겪는 아이들이 없도록 자발적으로 선한 영향력을 전파하는 외식업체들이 있다. 바로 선한영향력가게이다. 선한영향력가게는 급식카드를 이용하는 취약계층 아이들에게 무료로 식사를 제공하는 자발적인 시민모임이다. 사진=이경섭 실장


가진 것 나눌 수 있는 방법 고민
서울 강서구 공항대로에서 ‘양평해장국’을 운영 중인 김도훈 대표가 결식하는 아이들을 돕기 시작한 것은 TV를 통해 선한영향력가게에 대한 소식을 접하고부터다. 
한번은 고등학교 1학년 여학생이 매장으로 직접 전화를 해 지자체에서 지급하는 급식카드가 있으면 진짜 밥을 무료로 먹을 수 있냐는 문의를 했다. 그렇다고 답하니 며칠 뒤인 어느 무더운 여름날 초등학교 1학년 동생 손을 꼭 잡고 매장을 찾아왔다. 그런데 급식카드에 충전돼 있는 6000원으로는 마땅히 주문할 메뉴가 없었다. 김도훈 대표는 쭈뼛쭈뼛 서 있는 자매에게 음식값 걱정하지 말고 주문하라고 말해줬다. 또 자매가 눈치보지 않고 밥을 먹을 수 있도록 일부러 일반 고객들과 똑같이 대했다. 

김도훈 대표는 “십시일반이라는 말이 있듯이 밥 한끼 나누는 것은 어렵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감사한 일”이라며 “끼니를 거르는 아이들의 딱한 사정을 알게 된 후 비슷한 상황에 처한 아이들을 돕겠다고 다짐했다. 코로나19 여파로 매출은 줄었지만 좋은 취지의 선한영향력가게는 계속 이어갈 방침이다. 개개인이 나누는 선한영향력이 더욱 널리 퍼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인천 부평 일신동에서 ‘장금수부대찌개’를 운영하고 있는 신석정 대표 역시 방송을 보고 선한영향력가게를 시작하게 됐다. 평소 나눔에 관심이 많아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지 고민하던 중 지난해 초 선한영향력가게 동행을 신청했다. 장금수부대찌개에서는 아이들이 급식카드를 들고 오면 동반한 사람도 함께 식사가 가능하도록 운영 중이다.  

신석정 대표는 “오랫동안 장사를 하면서 내가 가진 것을 나눌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왔다. 그런데 시간적, 금전적 여건 때문에 한계가 있었다”며 “선한영향력가게를 운영하면 큰 부담없이 직접 만든 요리를 아이들에게 먹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돼 신청했다”고 밝혔다.

❶경기도 고양시에서 피자전문점 대디스오피스를 운영하는 부부 이주형(오른쪽), 원혜진 대표는 아직까지 선한영향력가게에 참여하고 있다는 것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 안타깝다고 전했다. ❷오인태 선한영향력가게 의장·진짜파스타 대표. 서울 마포구 상수동에서 진짜파스타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❸신석정 장금수부대찌개 대표는 급식카드를 들고 오면 동반한 사람도 함께 식사가 가능하도록 운영 중이다.❹양평해장국을 운영 중인 김도훈 대표는 밥 한끼 나누는 것은 어렵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감사한 일이라고 말했다. 사진=이경섭 실장
❶경기도 고양시에서 피자전문점 대디스오피스를 운영하는 부부 이주형(오른쪽), 원혜진 대표는 아직까지 선한영향력가게에 참여하고 있다는 것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 안타깝다고 전했다. ❷오인태 선한영향력가게 의장·진짜파스타 대표. 서울 마포구 상수동에서 진짜파스타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❸신석정 장금수부대찌개 대표는 급식카드를 들고 오면 동반한 사람도 함께 식사가 가능하도록 운영 중이다.❹양평해장국을 운영 중인 김도훈 대표는 밥 한끼 나누는 것은 어렵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감사한 일이라고 말했다. 사진=이경섭 실장

JTBC ‘뉴스룸’ 보도 후 2000여 곳 가입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상에서는 ‘선한영향력가게 프로젝트’가 공유되고 있다. 결식 아이들을 위해 무료로 음식을 제공하는 등 선한 영향력을 보여준 매장에 가서 소비함으로써 선행을 베푸는 매장이 늘어나도록 독려한다는 취지다.

2019년 7월 출범한 선한영향력가게는 급식카드를 이용하는 취약계층 아이들에게 무료로 식사를 제공하는 자발적인 시민모임이다. 지난 7월부터 비영리단체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으며 사단법인 출범을 준비중이다.

코로나19 사태로 매출이 급감했음에도 불구하고 결식아동을 돕겠다고 나서는 이들은 점점 늘고 있다. 
선한영향력가게는 지난해 말까지 700여개 매장이 가입했다. JTBC ‘뉴스룸’에 보도된 올해는 전국적으로 2000여 곳이 새로 가입, 현재 2780곳이 참여 중이다. 요즘은 가입 문의가 매주 40여건씩 들어오고 있다. 지방 업소의 참여율도 높다. 서울과 경기권이 50%이고 나머지는 지방이 차지하고 있다. 

선한영향력가게 의장직을 맡고 있는 ‘진짜파스타’ 오인태 대표는 “처음에는 지자체에서 진행하는 무료 급식 사업에 참여하려 했다. 그런데 아이들 입장에서 서류 증빙 등 절차가 복잡하고, 지자체에 따라 사용기준도 제각각이었다. 급식카드에서 비용을 차감하는 방식인데 충전된 돈은 이월되지 않을 뿐더러 식당에서 식사를 하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차라리 소상공인들끼리 합심해서 아이들이 급식카드만 보여주면 무상으로 음식을 제공하자는 생각으로 마음 맞는 가게들끼리 무료나눔을 시작하게 됐다”고 전했다.

서울 마포구 상수동에 자리 잡은 이탈리안 식당 진짜파스타에 들어서면 벽면을 가득 채운 손글씨가 눈길을 끈다. 특히 ‘푸짐한 음식을 먹으면서 따뜻한 마음이 온전히 전해졌어요’, ‘돈 걱정 없이 맛있게 먹었어요. 이 은혜 제가 커서 저 같은 아이들에게 베풀겠습니다’ 등 학생들이 적어놓은 글귀가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오인태 대표가 2016년 오픈한 진짜파스타는 원래 줄을 서야 맛볼 수 있는 홍대 맛집이었다. 그런데 2019년부터는 맛집 타이틀에 더해 선한 영향력을 전국에 전파하는 가게로 언론매체에 등장하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이탈리안 식당 진짜파스타에 들어서면 벽면을 가득 채운 감사의 손글씨가 눈길을 끈다.
이탈리안 식당 진짜파스타에 들어서면 벽면을 가득 채운 감사의 손글씨가 눈길을 끈다.사진=이경섭 실장

아이들 눈치… 가게 못 들어오기도
선한영향력가게를 운영하는 점주들이 어려운 점은 놀랍게도 아이들이 많이 찾아와서 힘들다는 내용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아이들이 찾아오지 않아 고민이라는 것이었다. 선한영향력가게에 등록한 지 1년이 넘었는데도 아이들에게 연락 한번 오지 않아 아쉬워하는 업주들도 있었다.

경기도 고양시에서 피자전문점 ‘대디스오피스’를 운영하고 있는 부부 이주형, 원혜진 대표도 SNS를 비롯해 복지회관 등에 다각도로 선한영향력가게임을 홍보했지만 1년 가까이 지난 현재까지 단 한명도 찾아오지 않는 상황이다. 

원혜진 대표는 “아이들이 찾아오지 않으니 먼저 다가섰다. 지난 어린이날 피자 55판을 인근 복지회관에 기부했다. 지속적으로 나눔을 하고 싶지만 아직까지 선한영향력가게에 참여하고 있다는 것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 안타깝고 속상하다. 주변에 초등학교 3곳, 중학교 1곳, 고등학교 1곳이 있는데 왜 아무도 안 오는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며 “현재 프랜차이즈를 준비 중인데 본사에서 비용을 다 책임지더라도 모든 매장을 선한영향력가게에 가입시킬 것”이라고 다짐했다.

인천 미추홀에서 파스타 전문점 ‘쿡대디’를 운영 중인 임희섭 대표는 원래 취미로 요리를 했는데 딸이 태어나고 회사를 그만두게 되면서 식당을 차리게 됐다.
“아이들에게 밥 한끼 편하게 먹일 수 있다는 생각으로 망설임 없이 선한영향력가게와 동행을 시작했다”는 임희섭 대표는 “하지만 급식카드를 들고 오는 아이들 중 주변의 눈치를 보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고 밝혔다. 

사춘기 아이들은 특히나 더 하다. 무엇보다 일반 카드와 다르게 생긴 급식카드가 아이들에게 안 좋은 낙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래서 임희섭 대표는 별도로 엑셀 파일에 인적사항을 정리해둬 처음 한번만 급식카드를 보여주면 되도록 운영하고 있다.  

임희섭 대표는 “아이들이 찾아오는것만 기다릴 수 없어 보육원 같은 곳에 재능기부처럼 직접 찾아가서 요리를 해주고 싶었다. 그런데 알아보니 금전적인 부분은 쉽게 지원이 가능하지만 요리를 해주는 데에는 의외로 제약이 많았다. 선한영향력가게가 좀 더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루 빨리 사단법인으로 등록됐으면 좋겠다. 그래야 지자체와 보다 적극적인 협업이 가능하고 아이들에 대한 지원 또한 업그레이드 될 수 있다”며 “개인적으로는 주변의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주말에는 한가한 편이다. 푸드트럭을 만들어 돌아다니며 결식 어린이들에게 직접 찾아가서 요리를 해주고 싶다”고 희망했다. 

선한영향력가게 앞에 세워진 홍보용 배너. 사진=이경섭 실장

후원 모집 확대, 펀딩 통해 넓혀 갈 것
경기도 수원에서 ‘그렇게 함박이 된다’를 운영 중인 김중수 대표는 단순히 선한영향력가게 리스트만 올려놓는 것만이 아닌 아이들에게 다각도로 접근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중수 대표는 “아무리 좋은 취지라 할지라도 아이들에게 알려지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며 “단순히 카드 발급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대상이 되는 아이들의 거주지와 가까운 가게의 위치 등 실질적인 정보를 제공한다면 그 효과가 커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선한영향력가게는 지난 8월 온라인 기부 플랫폼 이너바스켓과 결식아동 지원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선한영향력가게와 이너바스켓은 펀딩을 통해 회원사 및 후원 모집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이를 통해 결식아동 지원범위도 점차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김영란 이너바스켓 대표는 “이번 협약을 통해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각각 품고 있는 상생과 나눔의 정신이 마음껏 발현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오인태 진짜파스타 대표는 “조직이 커질수록 규모가 크든 작든 비리가 생길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를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통제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이너바스켓과 업무협약을 맺게됐다. 자금을 투명하게 쓸 수 있는 안전장치를 단 셈”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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