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식품도 변해간다
전통 식품도 변해간다
  • 신동화 전북대학교 명예교수, ㈔한국식품산업진흥포럼 회장
  • 승인 2022.04.07 09: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역사가 있는 민족에게는 세계 어느 나라나 세대를 이어가면서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아 자손에게 면면히 이어지는 독특한 전통식품이 있다. 전통식품의 종류는 역사와 비례해 다양하고 폭넓게 분포돼 있으며 국가와 민족을 세계에 알리는데 유용한 수단으로 활용된다.

지금까지 세계에 널리 알려진 대부분의 전통식품은 국가의 힘과 역사에 의해 유럽 식품들이 많고 우리에게 익숙하다. 우유를 원료로 한 치즈와 요구르트, 와인, 각종 햄과 소시지 등 육류제품들, 올리브유, 우리에게 익숙한 식초까지 이미 세계에 알려진 상품들이 지금도 특정 나라나 지역을 표방하면서 판매된다. 

이제 한정된 지역을 넘어 세계인에게 사랑받는 상품이지만 그 식품의 근원에 대해 우리는 안다. 이미 세계 여러나라에서 보편화된 스파게티는 이탈리아 음식으로 뿌리를 두고 있으나 이제 세계의 음식이고 각지의 특성이 가미돼 지역 식습관에 융화됐다. 불가리아 등 유럽에서 발원된 요구르트도 많은 나라 사람들이 즐겨 먹고 있는 건강 음료가 된 지 오래다. 세계문명발상지의 한 곳인 인도의 경우 농수산물을 이용한 수많은 전통식품이 있으며 세계적으로 5000 여종의 전통식품이 알려져 있다. 

 이렇듯 전통식품은 한 민족의 정신과 얼이 응축된 식품이지만 끊임없이 소비자의 요구와 원・부재료의 사정, 그리고 인간의 지식과 지혜의 축적에 힘입어 변화를 거듭 해 왔다. 

우리나라 식품산업지흥법 제2조 정의에서 전통식품이란 ‘국산 농수산물을 주원료 또는 주재료로 해 예로부터 전승되어 오는 원리에 따라 제조·가공·조리돼 우리 고유의 맛・향 및 색을 내는 식품을 말한다’고 규정한다. 이는 큰 범주를 규정한 것이고 현 시점에서 현상적인 상태를 전통식품으로 정의한다.

즉 지금 우리가 보고, 먹고 있는 전통식품은 수 세기를 걸쳐 수많은 선조들의 생각과 그들이 살았던 자연 환경에서 얻을 수 있는 식재료를 기반으로 당시 생활지식을 동원해 만들어졌고 따라서 절대불변이 아니라 폭넓은 가변성을 지닌다. 결코 인위적으로 의도해 만들어진 음식이 아니라 주어진 당시 여건에 따라 지역 거주인에 의해서 자연스럽게 탄생한 것들이다. 이렇게 탄생한 전통식품의 맥을 잇기 위해 우리나라는 ‘대한민국명인제도’를 통해 전통식품이 보존되고 이어지도록 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 전통식품도 한 시점에서 보면 고정돼있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 결국 변화를 거듭해 왔다. 전통식품을 고정된 개념으로 판단한다면 유리진열장에 전시돼 박제된 제품이 돼버린다. 즉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특정 전통식품은 고정됐다기보다 매일매일 달라지고 변화되는 살아있는 생물과 같은 대상으로 변화의 한 과정에서 이를 전통식품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몇 대에 걸쳐 승계됐고 한 개인이 20년 넘게 같은 제품을 생산한 경험이 있으며 오랜 역사를 가진 전통을 그대로 이어받았다고 하나 세부적으로 보면 지나온 시간에 계속 변화됐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김치를 예로들면 우선 주재료인 배추의 품종이 계속 변해 모양과 포기의 모습도 시대에 따라 달라졌다. 부원료인 고춧가루는 어떤가. 고추 품종은 물론이고 고춧가루를 제조하는 방법도 크게 달라졌다. 전통적으로 절구에 찧어 만든 고춧가루와 분쇄기로 제분한 고춧가루의 특성은 다르다. 

또한 같이 사용되는 양념들은 옛날 그 형태와 맛인가. 많이 변했다. 특히 소금은 천일염을 사용하지만 생산지역이나 시기에 따라 달라진다. 이렇게 원부재료가 달라지는 것은 물론이고 숙성방법도 달라졌다. 김칫독을 사용하다가 이제 절임탱크를 사용하고 있으며 발효조건도 자연 상태에서 발효하는 게 전통방법이나 이제 대부분 발효온도를 냉장고로 관리하고 더 나아가서 김치발효에 관여하는 미생물을 자연미생물이 아니라 우수균으로 대체해 품질 균일화와 품위를 높이고 있다. 

이런 여러 조건을 종합해 보면 선조들이 만든 김치와 지금의 김치가 모두 같다고 주장할 수 있을까? 또 앞으로 생산되는 김치도 지금과 같을 것이라 장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기본원리는 같으나 세부사항은 계속 변화한다. 그렇게 해야 시대의 변화에 부응하고 소비자의 요구를 맞춰 생존 할 수 있다.

전통식품은 과거를 바탕으로 하되 새롭게 변화되는 여건, 즉 원부재료의 변화와 소비자의 취향에 따라서 변화를 거듭해야한다. 전통과 진화는 모순되는 것 같지만 동일한 사물의 양면으로 승계돼 생존하기 위해서는 변화를 거부해서는 안된다. 전통을 존중하되 변화를 기피하기보다는 수용자세를 가져야 더 나은 미래를 예약 할 수 있다. 명인을 포함해 모든 식품제조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창의력을 발휘해 시대에 맞는 새로운 영역을 꾸준히 개척해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송파구 중대로 174
  • 대표전화 : 02-443-4363
  • 청소년보호책임자 : 우대성
  • 법인명 : 한국외식정보(주)
  • 제호 : 식품외식경제
  • 등록번호 : 서울 다 06637
  • 등록일 : 1996-05-07
  • 발행일 : 1996-05-07
  • 발행인 : 박형희
  • 편집인 : 박형희
  • 식품외식경제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정태권 02-443-4363 foodnews@foodbank.co.kr
  • Copyright © 2024 식품외식경제. All rights reserved. mail to food_dine@foodbank.co.kr
인터넷신문위원회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