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과 편의식
한식과 편의식
  •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한국식품산업진흥포럼 회장
  • 승인 2022.04.19 15: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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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산업과 외식산업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코로나19 사태로 한식에도 그 영향이 미치지 않을까 걱정이다.

한식이 서양식과 큰 차이 나는 영역은 원료와 구성의 다름이다. 한식은 주원료가 곡류를 중심으로 한 밥과 같은 익혀먹는 온식(溫食) 문화고 여기에 곁들여 각종 채소류를 그대로 먹거나 염지해 무치거나 발효로 독특한 향미를 내면서 밥과 어울리게 반찬 곁들인다. 다양한 채소류를 독특한 방법으로 처리해 맛을 내는가 하면 절임과 발효 그리고 무침에는 채소류들의 특성을 잘 활용하는 지혜가 담겨있다.

특히 자연에서 직접 채취하는 각종 어린 식물류로 만든 나물은 우리 한식을 돋보이게 하는 중요한 요소다. 비교적 맛에서 특성을 보이지 않는 나물에는 깨소금, 참기름, 들기름을 첨가해 고소한 향미를 넣고 영양과 반찬으로서 역할을 톡톡히 한다. 향미료인 참기름과 들기름은 세계 어느 지역에서도 우리만큼 식탁에서 다양하게 이용한 민족도 드물 것이다. 이런 조합으로 한식이 건강식단으로 세계에 알려지고 있다.  

전통적으로는 소나 가축의 사육량이 많지 않고 소나 말 등도 농사용으로 사육하기 때문에 육류는 제한적이었고 닭이나 오리, 염소 토끼 등도 한 가구당 먹이나 장소를 감당할 수만큼 사육했다. 소득증가와 국내 축산업이 활성화되면서 국내 육류소비량이 급격히 늘고 있기는 하지만 근본을 따져보면 우리 한식은 곡류중심의 채식 식단이다. 지금도 서양식 식당을 제외하고 어느 음식점에서나 밥은 기본이고 곁들여 제공되는 반찬의 대부분은 채소를 중심으로 여러 방법으로 조미, 처리한 경우이다.

특히 겨울을 대비한 저장방법으로 채소류를 이용한 발효기법의 도입은 미생물작용을 적절히 활용해 고유한 맛과 향기로 한식을 차별화한 밑바탕이 되고 있다. 여기에 조미료로 위치를 굳건히 해온 장류는 우리 식단을 외국의 음식과 차별화하는데 주된 역할을 했다.

감칠맛의 근원인 각종 젓갈류 또한 음식의 맛을 한층 돋우는데 없어서는 아니 되는 조미소재이다.  주식인 쌀로 지은 밥은 수분 함량이 높고 각종 반찬, 특히 채소류로 만든 나물과 김치 등 발효 제품들도 젖은 상태에서 먹게 되며 단기간 유통, 보존된다. 튀김과 조림은 한상 차림에서 좁은 영역을 차지하고 있다.

이런 특성을 둘러보면 우리 한식은 젖은 식품이요, 시간을 두고 뜸을 들여 맛을 창조하는 음식이라는 특성을 갖고 있다. 또한 밥과 반찬이 어울려 각자가 갖는 특징을 조합하고 융화해 새로움을 만든다. 육류를 중심으로 한 서양식에서는 반찬이라는 개념보다는 고기를 먹는데 부수되는 것들이고 주식도 결국 육류와 곁들어 먹는 우유나 간편 제품과 샐러드 등 날 채소류로 한정되고 있다. 한식의 특징인 젖은 음식은 상차림에는 문제가 없으나 보관하고 유통해야 하는 데는 결정적인 어려움이 따른다. 따라서 지금과 같은 편의식, 간편식이 대세인 환경에서는 우리 한식이 넘기 어려운 약점이 될 수밖에 없다.

코로나19로 인한 역병의 시기에 간편식이나 가공제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업체는 편의성 때문에 오히려 특수를 누리고 있으나 중소 한식당은 고전을 면치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통계를 보면 2020년 즉석조리식품 출하액은 2조 118억 원으로 2016년 대비 145.3% 상승했는데(aT, 2022. 4.), 이 소비량 증가는 외식업계 매출액과는 반비례한다. 그렇다고 우리 한식이 서양식을 따라 간다는 것은 원료나 조리방법, 식사방법 등을 감안할 때 거의 불가능한 현실이므로 우리는 우리 것을 지키기 위한 꾸준한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코로나19 사태는 우리 식생활이나 관련 산업에 커다란 변화를 불러왔고 이 어려움이 지난다 해도 한동안 이 여파는 이어질 것이라 여겨진다. 주어진 여건을 수용하면서 환경에 맞추려는 변화에 적응하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어렵지만 한식의 특성을 계속 보존하고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우리 음식문화를 유지하여 후손에게 물려줄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 이 어려움 또한 지나가리라. 모두 힘내시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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