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의 ‘플렉스(FLEX)’
MZ세대의 ‘플렉스(FLEX)’
  • 김철원 한국방송대 관광학과 교수, 외식테라피연구소장
  • 승인 2022.05.06 13: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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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국내 외식업계는 미슐랭 레스토랑, 오마카세 전문점, 구찌 레스토랑, 카페 디올 등 이름만 들어도 고급스럽고 어떤 곳은 몇 달씩 기다려야 예약이 가능한 ‘명품 다이닝 아웃’의 전성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국내 명품 소비시장의 규모는 전년도에 약 17조 원에 육박할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으며 이제 외식시장도 명품 소비의 반열에 올라서고 있다. 서울 강남 모처에 있는 일본식 오마카세 전문점에서 평일 점심 식사 한 끼에 수십만 원을 내는 젊은이들을 만나는 것이 어렵지 않은 걸 보면 말이다. 지금 명품 소비의 중심에는 ‘MZ세대’가 있다.

MZ세대란 1980년대 초~2000년대 초반에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에 출생한 ‘Z’세대를 합쳐 부르는 말이다. 기성세대와 비교해 보면 디지털 환경에 더욱 익숙한데 특히 모바일(휴대전화기기)을 주로 사용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기반으로 하는 소비성향이 강한 편이다.

그리고 최신 유행에 민감하고 집단보다는 자기만의 행복을 추구하며 상품 자체보다 경험을 중시하는 소비 경향이 짙다. 따지고 보면 MZ세대는 20대 초반에서부터 30대 후반까지 실질적으로 다양한 연령층으로 구성돼 있어서 소비성향도 세부적으로는 다양하게 나타난다.

시대적인 트렌드 ‘욜로’나 ‘소확행’ 등과 같은 라이프스타일의 영향으로 ‘가성비’보다 소위 ‘가심비’에 무게를 두는 소비가 활발하고, ‘돈쭐내러 간다’는 신조어와 같이 일명 ‘착한 가게’를 지원하는 소비 행위에 적극 동참하기도 한다. 이런 긍정적인 소비도 있는 반면에 ‘플렉스(flex) 하다’와 같이 자칫 염려스러운 소비도 이들 세대만의 특징이다.

‘FLEX’는 사전적으로는 ‘구부리다 혹은 몸을 풀다’ 등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MZ세대에게 있어서는 ‘재력이나 귀중품 등을 과시하는 행위’를 뜻한다.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있는 힙합 음악에서 ‘플렉스’라는 단어가 인기를 끌면서 MZ세대들이 추구하는 이상적인 목표로 쓰인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결과의 달콤함만을 위해 과도한 소비에 치중하고 그로 인해 단순 ‘플렉스’ 소비를 노리고 거품만 무성한 불량 상품들이 난무하는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MZ세대의 명품 소비 현상은 기성세대와는 다른 경제적 패러다임을 갖게 된 시대적 산물이다. 과거 ‘평생직장’과 ‘내집마련’이라는 꿈의 실현이 가능했던 시절과 달리 ‘이태백(이십대 태반이 백수)’, ‘사오정(사십오세 정년퇴직)’ 시대를 거쳐 청년실업, 금수저 흙수저 시대를 맞이하면서 젊은 세대의 행동 양식이 바뀌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현상이다. 지금은 취업준비생과 대기업 취업자들의 경제 수준이 극명하고 금수저와 흙수저가 인생을 좌우하는 양극화 전성시대이다.

‘내집마련’을 위한 적금은 이미 설득력을 상실했고 직장에서 평생 일하고 싶어도 자리가 없고 그나마 정년도 되기 한참 전에 내몰리는 현실에서 ‘플렉스’가 유일한 희망이자 꿈이 될 수도 있다. 평생토록 누리지 못한다고 해도 한순간 고급스러운 경험을 하는 게 그들에게는 행복이 될 수 있다.

과거처럼 평생 돈을 모아서 그 순간을 맞이하지 않고 한순간 명품 소비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만 하면 꿈을 이룰 수 있는 것이다. 단순한 ‘플렉스’를 위한 재원 마련은 다양한 단기간 노동으로도 가능한 일이 됐다. 그러나 이러한 무분별한 소비를 조장하거나 악용한다면 ‘명품’은 순식간에 ‘거품’이 되고 만다.

외식업계에서는 오히려 이러한 명품 소비 확산 현상을 기회로 삼아 ‘ISA(Ingredient, Service, Atmosphere)’의 가치를 세계 최고로 제공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그것만이 MZ세대의 부풀려진 ‘플렉스’를 헛되게 하지 않는 진정한 프로들의 ‘업그레이드’가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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