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스갯소리로 외식사업에서 넘어야 할 고비가 3가지 있다. 식재료비, 인건비, 점포 임차비 등의 3가지 비용인데 오늘날에는 거기에 하나 더 추가 한 ‘플랫폼 서비스’ 비용이다. 외식사업에 큰 어려움을 주는 요인들에는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외부적 환경요인도 있고 내부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비용들이 있는데 최근 몇 년간 매출을 하락하게 한 팬데믹의 영향은 위력적이었다.
그러나 엔데믹을 기대하며 희망을 품고 있는 사업주들에게 국제 정세로 인한 식재료비의 급등은 회생의 의지를 꺾을 정도로 숨 돌릴 틈을 주지 않고 찾아왔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음식점에 종사하던 외국계 노동자들이 급감하면서 엔데믹의 호황 분위기는 인력난에 봉착하게 만들었다.
AI시대를 맞아 서빙로봇도 등장했지만 한창 분주한 음식점에서 일사불란하게 뛰어다녀야 할 판에 여유롭게 왔다 갔다 하는 로봇은 종사원들에게는 그저 거추장스러운 애물단지 신세가 되었다. 궁여지책으로 배달판매를 통한 매출 증대를 도모한 덕분에 매상은 쑥쑥 올랐지만 어찌된 일인지 이익은 남는 게 없이 오히려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느낌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외식업체의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이용 비중은 2017년 6.2%에서 2021년에는 29.5%로 대폭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다. 외부 환경의 절대적 영향으로 배달서비스가 업계의 판도를 바꾸었고 그 영향으로 외식업 점포의 규모도 점차 축소되거나 임대료가 낮아지는 현상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배달서비스의 비중이 커지다보니 이제는 역세권보다 훨씬 임대료가 저렴한 ‘오세권(오토바이가 통행할 수 있을 정도로 좁은 골목에 있는 상권)’도 등장하고 있다. 이처럼 배달서비스의 비중이 커진 시대적 상황에서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의 위세는 거의 독과점을 방불케 한다.
선택의 여지없이 플랫폼 서비스의 매카니즘 속에 귀속되어 버리는 자영업자, 배달서비스업자, 소비자는 자칫 ‘플랫폼 경제’에서 수동적 역할을 반복하게 될 수 있다. 플랫폼 비즈니스는 기업이 ‘편리함’이라는 서비스를 투자하여 고객을 모으고 나면 그다음부터 고객은 편리함의 늪에서 쉽게 빠져나오지 못한다는 사실에 사업적 기반을 둔다.
한 번 배달서비스로 매출이 늘어나는 경험을 맛 보고, 배달서비스로 원하는 음식을 받아 본 경험은 서서히 배달요금을 인상해도 쉽게 발을 빼기 어렵게 만든다.
이러한 현상은 플랫폼 경제가 가져온 다양한 편익에도 불구하고 플랫폼 비즈니스 기업들의 독과점화가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초기에는 스타트업 기업들이 자유롭게 성장할 수 있는 플랫폼 경제를 예상했지만, 현실적으로는 승자독식의 형태로 거대한 플랫폼 기업이 탄생을 초래했던 것이다.
코로나19와 같은 강제성을 지닌 환경 속에서 배달서비스는 ‘네트워크 효과’에 힘입어 참여자가 순식간에 많아졌고, 그로 인해 거대 기업은 그들이 정한 서비스와 기준을 강제할 수 있는 구조 위에 서게 됐다. 이는 결국 플랫폼 경제와 비즈니스를 구축하는 모든 공급자와 수요자에게 균등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는 불공정한 거래로 이어진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이 시도되고 있지만 아직 플랫폼 경제의 건전한 생태계를 구축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정부 차원에서의 정책적 지원,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의 공유 경제 비즈니스 양성, 플랫폼 비즈니스 참여자 간의 상생 노력, 소비자의 현명한 소비 활동 등 수많은 해결과제가 산재해 있다.
결국 ‘편리함’을 추구하고자 하는 인간의 본능을 이용하는 것이 서비스산업이고, 그 서비스를 제공하고 제공받는 모든 참여자는 공정한 보상과 분배에 평등해야 한다는 것을 플랫폼 경제 생태계의 모든 이가 통감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