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에서 가장 소중한 재료
음식에서 가장 소중한 재료
  •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한국식품산업진흥포럼 회장
  • 승인 2022.06.20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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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에서 가장 중요한 평가기준은 무엇일까? 대부분 맛이라 답할 것이다. 물론 음식을 먹어 영양을 섭취해 생명을 유지하는 것은 내가 안고 있는 내장에서 할 일이고 당장 먹는 순간에 민감한 내 미각과 후각에서 느끼는 게 우선이다. 맛에 우선해 안전성은 무엇보다도 앞선 요건이나 현장에서 소비지가 판단하기는 어려우니 음식을 만든 사람의 책임에 의지하는 수밖에. 그럼 음식의 맛을 결정하는 제일 공로자는 무엇일까. 

주방이나 음식점을 오래 운영해 본 경력자뿐만 아니라 같이 살아온 아내까지도 묻자마자 나온 대답은 “간이다” 라는 대답이다. 음식 간이 맞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재료와 외양이 아름다워도 맛에서 합격점을 맞기는 어렵다.

소문난 유명 설렁탕이나 곰탕이라 하더라도 식탁에 배달된 상태(소금 넣기 전)에서 맛을 보면 진한 국물 맛은 느낄 수 있으나 그 탕의 진정한 맛은 적당량의 소금이 들어가야 진가를 발휘한다.

그렇다. 음식에서 가장 중요한 맛은 짠맛이고 이 짠맛의 근원은 소금이지만 우리 민족은 그냥 소금을 사용하기보다 더 고급스러운 짠맛을 내는 조미료를 기원 훨씬 전부터 만들어 음식에 사용했다. 간이 필요한 음식에 대부분 간장을 넣어서 짠맛과 함께 감칠맛을 조화시키는 슬기를 발휘했다.

이름하여 장류다. 장류라 하면 간장이 으뜸이고 간장 만들 때 나오는 된장, 그리고 역사적으로 훨씬 뒤에 나타난 고추장, 아마도 간장보다도 더 일찍 우리 식탁에 오른 장류는 청국장일 것이다. 그러나 청국장은 소금을 넣지 않고 자연발효 한 것이기 때문에  청국장을 먹을 때는 별도로 소금을 넣어서 조미해야 한다.

그러나 간장과 된장은 제조, 발효할 때부터 소금을 넣어야 변질되지 않고 온전한 발효가 일어난다. 메주에 있는 미생물에 의해서 생성된 효소가 콩 단백질을 분해해 감칠맛의 근원인 아미노산과 펩타이드 등을 만들어 맛의 근본을 갖춰준다.

 콩으로 메주를 만들고 메주로 간장, 된장을 만드는 기술은 이미 우리나라에서 기원전부터 식생활에 정착됐다. 출토된 토기나 유물들로 추정해 보면 콩 이용역사는 기원전 3000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장류의 기원은 사실 콩 이용역사와 같으리라 추정은 되나 확실한 역사적 고증은 미흡한 상태이다. 여하튼 콩의 원산지가 만주 근방이며 한반도에서는 지금도 야생 콩이 발견되는 것을 보면 우리 민족과 콩은 떼어 놓을 수 없는 깊은 인연을 맺어왔다. 쌀의 도입 시기를 고려하면 쌀을 주식으로 먹기 훨씬 전에 콩을 먹었고 콩의 맛을 개선하기 위해서 발효기법을 도입한 것은 확실하다. 

콩의 한자 “豆”를 보면 상형 문자이기 때문에 형상으로 해석해보면 그릇에 콩을 담아 하늘에 제사 지내는 형태이다. 미루어 짐작하건데 쌀이 주식으로 정착하기 전에는 아마도 제상에 삶은 콩이 올라가지 않았나 상상해본다.

 콩 발효 제품이 출현하면서 우리 식단은 획기적으로 변화되었다. 즉 모든 음식에 간을 맞추는데 간장을 사용하게 됐고 짠맛과 함께 조화된 감칠맛을 주었으니 밥과 채소류가 주식이었던 우리 식탁에 큰 변화를 준, 식탁에서 혁명이 일어난 사건이라 여겨진다.

우리 장류를 제조하는 과정은 수천 년 가정주부의 손에 의해서 경험으로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었다. 가을에 수확한 햇 콩을 삶아 찧고 덩어리(메주)로 만들어 안 방 따뜻한 대들보나 서까래에 짚으로 엮어 걸어 놓고 겨울을 지나면 메주가 되고 그 메주를 씻어 소금물에 담가 하느님의 힘을 빌리면 맛있는 간장과 된장이 된다. 그 간장과 된장도 수년, 수십 년을 갈무리하면 진간장으로 귀하게 대접했다.

 간장과 된장은 우리 한식을 한식답게 만드는 주역이 되고 있으며 그 오묘한 맛은 모든 한국인의 유전인자에 각인돼있다고 여긴다. 장류는 한 가정에서 자기 식솔을 위한 조미료였고 친척과 나눠 먹는 정도로 유통됐다.

집에서 만든 간장, 된장을 팔아 이익을 챙기는 상행위는 없었다. 여유 있는 집에서는 어려운 사람에게 곡식과 함께 나눠 주는 것이 간장, 된장이었다. 장류가 상행위의 대상이 된 것은 1940년대 인천과 부산이 개항되면서 일본인들이 들어와 자기들의 필요와 상행위를 위해서 장류공장을 만든 것이 시초였다.

이제 가정에서 자가용으로 만들어 사용하는 가정의 수가 급격히 줄고는 있지만 우리 음식의 기본, 장류는 그 가치를 이어갈 것이다. 

장(醬)의 뜻대로 음식의 ‘장’이다. 우리 것은 지켜나가되 새로운 시대에 맞게 적응해가는 것도 깊이 생각해야 한다. 그 선두에서 앞으로 끌어가야 할 책임자는 외식경영인들이다. 장류의 새로운 변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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