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 이야기
콩 이야기
  • 권대영 호서대학교 교수
  • 승인 2022.09.19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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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전통음식은 고기를 주식으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단백질이 부족한 편이다. 우리 조상들은 이 문제를 콩으로 극복해 왔고 따라서 우리 식단에서 콩은 중요한 재료다.

유전자 분석 기술의 발달로 콩의 게놈분석(genome analysis)을 통해 다양한 품종의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종래 많은 학자들이 콩의 원산지가 한반도를 포함한 만주라고 주장한 것이 사실임을 과학적으로 뒷받침되고 있다. 

이는 매우 중요한 과학적 사실이다. 이제껏 음식 역사를 연구한다는 사람들은 한자책이나 중국책에 의존해 그것이 마치 사실인양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우리글이 없었기 때문에 한자책에 근거해 우리 음식역사와 문화를 이해하는 게 하나의 방법인 것은 어쩔 수 없으나 그 기록에 전적으로 의지해 우리 민족의 전통이나 역사를 이해하는 것은 잘못된 태도다. 이로인해 우리 음식 역사를 왜곡하고 훼손하는 우를 범하는 경우가 왕왕 있어왔다.

예를 들어 콩(예를 들면 청국장)에 대한 기록이 중국의 책에 먼저 기록됐다는 이유로 청국장이 중국에서 우리나라로 온 것으로 주장하는 사람이 있는 데, 수백만전부터 자연 발생적으로 이루어온 농경학적, 역사적 배경만 충실하게 살펴봐도 이는 사실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과학적으로 역사적으로, 언어학적인 수많은 증거로 보아 우리 민족의 뿌리는 중국과 다르다. 우리 민족도 고유의 문화와 역사를 갖고 있다. 다만 중국에는 수천년전부터 한자가 있어 기록으로 남아 있고, 우리나라는 당시 아쉽게도 고유 글자가 없어서 기록이 남아 있지 않을 뿐이다. 고고학적으로 고대 유물을 분석해 보면 우리 문화의 근원이 되는 요하문화는 중국의 그것과 확연히 다른 게 분명하다. 

우리 민족이 중국 고문헌에 나오는 기록보다 훨씬 이전, 콩 자체가 중국에 알려지기 전에 콩을 먹어 왔던 사실을 이번 콩 게놈 분석 결과를 통해 알 수 있었다. 청국장을 만들어 먹어도 우리가 중국보다 먼저 만들어 먹었고, 장을 만들어 먹어도 먼저 만들어 먹었을 것이고, 두부를 어도 중국보다 먼저 만들어 먹었을 것이다.

중국 고문헌에는 2000년 전 한 오랑캐가 중국에 청국장을 들여왔다는 기록이 있다. 이 기록은 사실일 것이나 기록 때문에 중국에서 청국장을 처음 먹었고 이후 우리나라에도 들어왔다고 하는 것은 너무나도 터무니없다. 한자 기록은 농경학적, 생명공학으로 뒷받침되는 사실에 근거해서 주장해야 한다. 무조건 고대 우리 역사를 중국책에 의존해 해석할 수 있다는 선민의이 얼마나 우리 음식 역사를 왜곡하고 있는지 과학적인 검증을 거쳐야 한다. 

이렇게 콩 원산지를 자신할 수 있는 것은 인류가 지구상에 나타나기 200~300만 년 전까지 콩은 만주지역에만 있었기 때문이다. 콩은 사람 이외에는 다른 지역으로 옮길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콩은 동물이나 새가 잘 먹어도 똥을 싸면 분해돼 나와 싹이 나지 않고 소나무와 같이 바람에 의해 그렇게 멀리 날아갈 수도, 고추와 같이 새에 의해 멀리 날아가서 씨(씨가 분해되어)를 퍼트릴 수가 없다.

이러한 이유로 병아리 콩은 이집트 등에만 있고, 렌틸콩은 인도에만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떠한 고문헌에서 얻은 어떠한 주장도 과학적인 사실에 반하여 성립될 수 없는 것이다. 똑같이 ‘고추가 원산지 중남미 페루고 우리나라에는 임진왜란 때 왔다’는 주장은 과학적으로 전혀 뒷받침할 수 없는 주장이며 고문헌적으로도 뒷받침되지 않는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제대로 이해하면 우리에게 콩으로 만드는 음식이 매우 많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우리 조상들은 배고픔을 해소하기 위해 콩을 생으로 삶아 먹었고 마른 콩은 수확 후 말려서 광에 두었다가 먹었으며 나중에 마른 콩을 삶아 두부나 청국장으로 먹기 시작했다. 농경학적으로 당연한 일이다. 겨울에 콩을 삶아 먹다 말려서 두다 보면 나중에 장을 담글 수 있는 메주가 되고, 말리지 않은 채 두면 냄새는 쉰 것 같지만 먹을 수 있게 청국장이 된 것이다. 이 모두가 우리 조상들이 다른 데서 배워온 것이 아니라 스스로 터득한 것이고 이것이 쌓여서 지혜가 됐다. 더 나아가 음식을 맛있게 하는 장을 만들어 먹었고 심지어는 콩을 발아시켜 나물로도 즐겼다. 콩을 갈아 먹다보니 콩국물을 먹기 시작했고 간을 맞추다 응고가 된 두부 또한 우리가 최초로 발견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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