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일과 오늘, 세대 간 이해
금일과 오늘, 세대 간 이해
  • 신정규 전주대 한식조리학과 교수, 전주대 LINC3.0사업 부단장
  • 승인 2022.09.19 11: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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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일(今日)까지 OO을 제출하시기 바랍니다’ 어느 대학에서 논란이 있었던 공지 문구다. 공지를 보낸 교수는 다음 날 OO을 제출하지 않은 학생들에게 제출 마감과 미제출 명단을 공지했고 공지를 받은 학생 중 일부가 금요일에 마감인데 왜 벌써 마감했는지 항의했다고 한다.

이 외에도 ‘무운(武運)을 빈다’, ‘심심(甚深)한 사과’ 등은 최근에 사회적으로 논란이 된 문구들이다. 금일의 한자어와 오늘이라는 한글에 대한 이해, 무(無)와 무(武), 심심의 한글과 심심(甚深)의 한자어를 명확히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인해 생긴 논란이다. 

 우리말은 소리는 같으나 뜻이 다른 단어, 즉 유난히 동음이의어(同音異議語)가 많고 한자에 기초해 만들어진 한자어(漢字語)가 많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한글로만 쓰인 문장을 보면 그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기 힘든 경우가 있다. 물론 대부분 문맥이나 특정 상황에서 사용되기 때문에 이해에 큰 문제가 없지만 글을 읽거나 대화할 때 내용이 이상하다고 생각된다면 단어를 찾아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예문이 있다. ‘심심한 날’, ‘심심한 맛’, ‘심심(甚深)한 사과’, ‘심심(深深)한 계곡’. 여기서 첫 번째와 두 번째 심심은 한글 고유어로 첫 번째는 ‘하는 일이 없어 지루하고 재미가 없다’, 두 번째 심심은 ‘맛이 조금 싱겁다’의 뜻이다. 세 번째 심심은 ‘마음의 표현 정도가 매우 깊고 간절하다’, 네 번째 심심은 ‘깊고 깊다’라는 뜻이다. ‘심심’이라는 단어를 예로 들었지만 우리말이 같은 단어가 갖는 다른 뜻이 얼마나 많고 쓰임이 다른지를 보여주는 예이다. 

 우리말은 고유어, 한자어, 그리고 외래어로 이루어져 있는데 한자어가 차지하는 비율이 매우 크고 예부터 한자를 오랫동안 써와 한자를 한글로 표기한 단어가 많기도 하다. 

불과 얼마전까지만 하더라도 신문이나 일상 생활에서도 혼동이 될만한 글자에는 한자와 한글 두 글자를 모두 병기하면서 이러한 혼란을 최소화했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한글만으로 문장을 쓰고 있는 현재에는 단어의 뜻을 명확히 모르면 이해가 어려울 것이다. 

이해하기 쉽고 읽기 쉽게 쓰는 것은 좋은 글이다. 우리말을 순수한 한글로 표현하고 외래어를 한글로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쓰는 노력도 물론 필요하다. 하지만 이러한 풍토가 사회 전반에 자리 잡기까지 서로 간의 소통을 위해 다른 사람, 세대가 쓰는 단어를 이해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한자만을 쓰던 윗세대, 한자와 한글을 함께 쓰던 기성세대, 한글만을 사용하고 있는 요즘세대가 쓰고 있는 단어에 대한 이해 부족은 세대 간의 오해를 일으키고 단절을 불러온다.

‘심심한 사과’라는 표현에 대한 논란은 ‘쉬운 우리말을 썼으면 될 것을 굳이 왜 어려운 말을 사용해서 혼란을 일으켰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와 ‘그 단어를 알지 못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입장으로 나뉘어 더욱 불거졌다. 

오해를 일으킨 단어가 무슨 뜻인지 찾아보고 다른 사람이 쓰는 단어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태도가 아니라 자신의 관점에서는 불편한 것에 대한 비난, 자주 사용하지 않는 단어를 모른다는 무시의 태도는 의견이 대립하는 충돌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이 글에도 어떤 단어는 일부러 풀어서 한글로, 어떤 단어는 일부러 한자를 사용했다. 한글과 한자를 병기도 했고, 교차로 쓰기도 했다. 말과 글에 대한 이해는 서로를 이해하는데 있어서 시작점이고 중요한 매개체이다. 최근 들어 세대의 갈등이 심화되면서 사회문제로 번지고 있는데 이러한 갈등 해소의 시작을 위해 윗세대는 요즘세대를 위해 쉬운 단어를 사용하고 젊은세대들은 기성세대를 위해 사용하는 단어에 대한 호기심과 탐구에 대한 노력을 함께 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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