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밸류 애드, 맛집이 이끈다
부동산 밸류 애드, 맛집이 이끈다
  • 이지혜 기자 wisdom@, 박귀임 기자
  • 승인 2022.09.19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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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업과 부동산의 만남①
사진=이경섭 실장

외식상권이 부동산 가치를 높인다. 아무도 관심 갖지 않던 낙후된 동네에 새로운 상권이 만들어지고 대형 오피스 건물에 들어선 식당가와 푸드코트가 부동산 가치를 수직 상승하게 하는 주인공은 바로 외식업계의 이름난 핫플레이스로 통하는 맛집들이다.

부동산 업계에서도 건물이나 오피스 건물의 자산 가치를 높이기 위해 유명 식음료 매장 유치를 통한 이른바 ‘밸류 애드(value Add)’가 화제다. 관련 전문가들을 만나 부동산과 외식업이 함께 이끌어가고 있는 새로운 생태계를 살피고 우량 임차인 맛집이 부동산 가치를 극대화시키는 전략을 취재했다.

해당 기사는 본지 1122호·1123호에 2회에 걸쳐 보도한다. 이번호에는 부동산과 외식업이 함께 끌어내는 밸류 애드에 대한 설명과 현황, 1123호에는 구체적인 사례와 전문가 인터뷰를 중심으로 게재한다.

 

갈수록 고급화되는 고객 니즈를 반영해  백화점 내 유명 디저트 가게를 입점시키려는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갈수록 고급화되는 고객 니즈를 반영해 백화점 내 유명 디저트 가게를 입점시키려는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사진=이경섭 실장

맛집도 편집숍 시대, 오피스 빌딩 속 F&B 전성시대
‘맛집 모시기’ 치열한 경쟁, 분수효과 톡톡  

식문화 트렌드를 언급할 때 상권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대형 쇼핑몰이나 오피스 건물 지하 아케이드에 가면 식음료 브랜드들이 입점돼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통상적으로 홍대나 가로수길, 이태원 등 지역에서 줄 서서 먹는 맛집이나 카페 브랜드들을 한 건물 안에 푸드코트 형태로 모아놓는 데 이는 상권의 지리적 특징, 업무 지구와 주로 이용할 유동인구 특성을 면밀히 분석해 식음료 전문점을 모아 입점 및 관리하는 개념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맛집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백화점이나 쇼핑몰 등에 입점되는 F&B 업소가 가진 집객 효과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는 MZ세대들의 백화점 투어 열풍을 끌어낸 서울 여의도의 대형 백화점 더현대서울을 꼽을 수 있다. 지난해 문을 연 더현대서울은 핫플레이스 맛집과 다양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인증샷 공간 등 고객을 끌어당기는 요소들로 백화점 공간을 채웠다. 최근에도 핫하다고 소문난 식당을 이용하려면 고객들은 1시간 이상 줄을 서야 하고 주말이면 인근 지역 교통 정체가 생길 정도로 붐빈다. 

이러한 셀렉트 다이닝은 백화점 내 F&B 브랜드 유치에서도 여실히 그 인기를 증명한다. 본지 발행인이자 한국외식정보(주) 박형희 대표는 이 같은 현상을 두고 “10여 년 전까지 백화점의 최대 경쟁력은 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 같은 명품 브랜드 입점 여부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식당가와 식품부가 최대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부동산 상권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주요 시설로 백화점·대형마트, 오피스타운, 골목상권과 스타벅스와 같은 대형 외식브랜드 4가지를 크게 꼽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일명 ‘뚱카롱’이라 부르는 뚱뚱한 마카롱을 판매하는 베이커리 스쿱당 앞에 줄을 선 고객들.
대전 신세계백화점에 입점해 있는 베이커리 스쿱당 앞에 줄을 선 고객들. 일명 ‘뚱카롱’이라 부르는 뚱뚱한 마카롱이 인기다. 사진=이경섭 실장

이같은 ‘맛집 효과’가 상당해지자 백화점 업계에서도 로컬 맛집 선점을 위해 바이어들이 전국을 누비며 치열한 ‘모시기 경쟁’을 벌이고 있다. 맛과 비주얼이라는 두 가지 요소를 갖춘 인기 디저트 카페나 오랜 시간 고객들의 사랑을 받아온 유명 맛집을 백화점 안으로 유치해 고객의 발길을 유도한다는 전략이다. 한 백화점의 F&B팀 바이어는 이 같은 현상을 두고 “온라인 업체와 가장 확실하게 차별화가 가능한 공간이 식당이다. 먹고 마시는 시간을 보내는 건 오프라인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라며 각 백화점마다 맛집 유치에 사활을 거는 이유를 설명했다. 

디저트 업체와 카페를 주로 담당하는 신세계백화점 식품 담당 F&B팀 김수형 대리는 사내에서 ‘신세계 전국 팔도 유랑단’이라 불릴 정도로 지방 곳곳을 누빈다. 전국의 유명한 디저트 맛집 유치를 위해 2년 이상 공을 들이는 경우도 있었다고 밝혔다. 광주의 동네빵집으로 시작했지만 인스타그램과 온라인 빵 커뮤니티에서 유명세를 떨친 동명양과자점이 대표적인 예다. 매주 광주를 찾아 경영주를 설득하고 손편지를 쓰는 정성을 들여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입점이 성사됐다. 입점 첫날 백화점 오픈 2시간 전부터 ‘오픈런’하는 고객들이 200여 명이나 됐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집객효과가 큰 유명 맛집 유치는 식사를 하거나 디저트를 구매한 고객이 다른 매장에서도 쇼핑을 이어가는 ‘분수효과’ 내지는 ‘낙수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으로 꼽힌다. 

실제로 지난 7월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로 유동인구가 늘고 장마까지 겹치며 실내에 머무는 쇼핑객들이 늘자 백화점 식당가 매출이 덩달아 늘었다. 롯데백화점, 현대백화점, 신세계백화점은 더위와 장마가 시작되던 5~6월 식당가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40%, 19.5%, 46.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30년 전부터 국내 최초로 외식기업과 식품기업 등을 컨설팅해온 (사)외식산업경영연구원 원혜영 이사는 “백화점을 비롯해 대형 쇼핑몰, 오피스 건물 등이 경쟁적으로 F&B를 강화하는 이유는 사람들의 소비 행태와 트렌드,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 소비층의 변화, 그리고 외식 및 미식에 대한 인식 변화가 주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또 “백화점 및 쇼핑몰 등 집객력이 생명인 유통업체들이 디저트 카테고리를 중심으로 해외 브랜드를 유치하거나 지방 맛집, SNS 핫플 등을 매장 내로 끌어들이고, 자체브랜드를 개발하는 등 미식에 열을 올리고 있다. F&B를 통해 집객력을 높이는 동시에 매장 내 체류시간을 늘려 다른 구매로 연결시키는 전략”이라고 언급했다. 종로, 광화문, 여의도, 강남 등 대표 오피스 상권 내에 있는 오피스 건물을 중심으로 경쟁력 있는 F&B 브랜드를 모아놓은 셀렉트 다이닝이 하나의 트렌드가 된 지 오래며, 이를 통해 건물 인지도가 높아지고 공실률을 없애는 등 건물자산가치 상승효과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원 이사는 “이제 유통업체 내의 F&B 강화 현상은 새로운 트렌드가 아닌 유통업체 운영의 핵심이자 기본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다른 업체에 입점하지 않은, 숨어있는 ‘F&B 명품 브랜드’ 유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 종로구 청진동에 위치한 디타워. 유명 맛집들이 한 건물 안에 모여 있어 인근 직장인들과 맛집을 찾는 고객들로 늘 붐빈다.
서울 종로구 청진동에 위치한 디타워. 유명 맛집들이 한 건물 안에 모여 있어 인근 직장인들과 맛집을 찾는 고객들로 늘 붐빈다. 사진=이경섭 실장

앵커 테넌트 집합소… 상권 활성화 주도 역할  

국내에 셀렉트 다이닝이라는 명칭이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건 지난 2015년 서울 광화문 D타워에 입점한 파워플랜트와 종로구 청진동 식객촌이 선봉에 있었다. 파워플랜트는 식음료 전문 셀렉트 다이닝 업체인 OTD코퍼레이션이 운영사로 당시 인기를 끌었던 수제맥주집과 이태원의 부자피자 등 이른바 핫플레이스로 통하는 맛집을 한데 모아 광화문 상권의 중심지가 됐다. 이후 2018년 을지로에 위치한 빌앤쿡도 비즈니스 오피스 건물 지하에 맛집을 모아 직장인들의 발길이 이어졌던 곳이다. 운영사는 어반프라퍼티로 서울지하철 을지로3가역에 연결된 파인애비뉴 빌딩에 당시 분점을 내지 않기로 유명했던 광화문 미진, 의정부 평양냉면, 안동칼국수 전문점 소호정 등을 입점시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역 맛집이나 줄 서서 먹어야 했던 맛집 본점을 일부러 찾아가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렇듯 가로수길이나 이태원 같은 주요 상권 중심지에 모여 있던 맛집을 오피스 상권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게 되면서 빌딩 저층부나 지하 매장을 F&B 상업 시설로 리뉴얼하는 사례가 확대됐다. 실제로 종로나 을지로, 강남역 등 서울 중심 상권에서 시작된 셀렉트 다이닝은 분당이나 판교, 광교 등 수도권을 비롯해 최근 지방까지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초창기 대형 오피스의 셀렉트 다이닝 사례는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대우빌딩 내 서울스퀘어, 광화문에 위치한 파이낸스빌딩과 디타워, 종로1가에 위치한 식객촌이 그 시작이었다. 이후 2018년 문을 연 아모레퍼시픽 본사 사옥 아케이드의 맛집과 2019년 안다즈호텔 지하에 형성된 식당가가 많은 고객과 미식가들 사이에서 화제를 모았다. 최근 경기도권에서는 스타트업과 IT기업이 주를 이루는 판교테크원타워에도 유명 맛집들이 대거 입점돼 셀렉트 다이닝의 여세가 서울 중심상권에서 점차 경기도 및 수도권으로도 확산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오피스 상권이나 쇼핑몰 등에서 고객을 끌어모으는 이러한 점포들은 위치와 상관없이 브랜드 이름만으로 고객이 찾아오는 핵심 점포로 불리며 키 테넌트(Key Tenant), 앵커 테넌트(Anchor Tenant)라고도 말한다. 쉽게 말해 위치와 상관없이 브랜드 이름만으로 고객들이 찾아오는 업소를 말하는데 과거 영화관이나 아쿠아리움 등이 대표적인 앵커 테넌트 역할을 했다면 2000년대 들어서는 글로벌 SPA브랜드가 그 자리를 차지했고, 최근에는 유명 카페 혹은 줄 서서 먹는 맛집이 주목받고 있다. 이 앵커 테넌트가 해당 상권에 위치하는 것만으로 유동 인구를 좌지우지하는 핵심요인 중 하나로 자리 잡았고 실제 부동산 업계에서도 ‘건물주 위에 맛집이 있다’는 말이 회자 될 정도로 우량 임차인 유치가 중요해진 상황이다. 

주요 맛집을 유치하면 자연스럽게 샤워효과를 통해 상권의 유동인구가 증가된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시사점이다. 백화점 맨 위층 식당가에 소비자들이 몰리면 아래층 매장에도 영향을 미쳐 매출이 동반 상승하는 효과를 말하는데 이러한 현상은 유명 맛집 주변에 위치한 업소도 반사이익을 누린다는 것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이 창업을 앞둔 이들에게 상권 분석 시 꼭 조언하는 항목에 근거리에 고객을 집객하는 앵커 점포의 유무 확인을 두는 것에서도 그 중요성을 알 수 있다. 

임대인 입장에서도 공실 우려를 덜 수 있을 뿐 아니라 건물의 가치를 상승시키고 안정적인 임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맛집에 몰린 고객들이 식사는 물론 쇼핑과 문화 시설 이용 등 통합적인 소비를 이끌어 낼 수 있다. 결과적으로 고객의 체류 시간을 늘려 해당 상업 시설 전체에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다. 

 

온라인으로는 대체 불가능한 맛집 의미 

맛집이 집합된 공간이 고객의 발길을 붙들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F&B 전문 부동산 개발업체 관계자는 미식이라는 ‘먹는 행위’가 결국은 온라인으로는 대체할 수 없는 영역이라는 점을 꼽았다. 대부분의 산업군이 온라인이나 디지털로 영역을 옮겨가더라도 매일 끼니를 먹어야 하고 이 행위에 의미를 부여하는 일상은 여전히 지속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식당은 결국 유일하게 남을 오프라인의 영역이며 온라인으로는 대체 불가하다. 그래서인지 식당과 카페의 공간 구현도 셀렉트 다이닝에서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저마다의 각자 다른 개성을 품은 맛집을 한곳에 모을 때도 공간의 전체적인 조화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F&B 공간기획 프리랜서 김새롬 디자이너는 “단순히 맛집을 모아놓은 공간이 아니라 새로운 재구성을 통해 세분화된 소비자의 특성을 반영하고 갈수록 진화하는 모습을 보인다”면서 특히 주요 소비 세대로 꼽히는 젊은 2030 세대들이 맛집을 찾아 ‘먹고 찍는’ 일련의 과정을 쉽게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언급했다. 쉽게 말해 ‘죽은 상권’도 살리는 맛집의 경제학적 수혜가 예상보다 더 큰 파급력을 가진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철저한 기획력이 접목된 셀렉트 다이닝은 부동산 업계에서도 F&B를 전문으로 컨설팅하는 업체들의 부상에서도 그 영향력을 가늠할 수 있다.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 업체인 CBRE 박성식 이사는 “최근 오피스 건물 내 상권 분석이 더욱더 세밀하게 이뤄지며 특히 오피스 저층부에 위치한 맛집이나 카페는 인근 직장인들의 업종이나 직군 특성에 따라 철저한 사전조사를 배경으로 업체 선정을 기울인다”고 밝혔다. 

외식업계에서 로컬크리에이터(Local Creator)라는 용어를 새롭게 만든 공간 디자인 업체인 글로우서울의 유정수 대표는 없던 상권을 새로 만드는 인물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장본인 이다. 상권이 전혀 형성되지 않은 익선동, 창신동에 식당과 카페를 열어 연달아 성공시키고 젊은이들의 성지로 탈바꿈 시키기도 했다. 

유정수 대표의 공간 브랜딩은 철저히 고객의 시선 에 담고 업소에 들어섰을 때 처음과 마지막의 경험을 중시한 인상적인 디자인적 요소를 두는 것이라 설명했다. 사진=이경섭 실장, 각사 제공

 


외식업계 & 부동산 용어 정리

밸류 애드(Value Add)
기업 또는 산업이 생산과정에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현상을 뜻한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이른바 ‘맛집’이라 불리는 유명한 외식업소들을 유치해 오피스타워나 대형 건물의 자산 가치를 올리는 전략을 구사하는데 이 같은 경우도 밸류 애드의 한 예가 된다.  

셀렉트다이닝(Select Dining)  
건물에 다양한 음식점이 입주해 있는 것으로 프랜차이즈 업체나 지역의 맛집을 한 공간에 모아 입점시키는 것을 말한다. 외식 브랜드가 한 곳에 모여있어 식사부터 후식까지 한 공간에서 해결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프롭테크(Protech)
부동산 자산(property)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를 말한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블록체인 등 첨단 정보기술(IT)을 결합한 부동산 서비스를 주로 말한다. 부동산 시세조회나 중개서비스 등에서 더 나아가 3차원(3D) 공간설계, 부동산 크라우드펀딩, 사물인터넷(IoT) 기반의 건물관리 등이 프롭테크에 해당한다. 

키테넌트(Key Tenant)
상가나 쇼핑몰에 고객을 끌어 모으는 핵심 점포를 말한다. 상권의 유동인구를 좌우할 정도로 그 영향력이 매우 큰 점포를 말하며 ‘앵커 테넌트(anchor tenant)’라고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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