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지는 음식물의 건강한 반전
버려지는 음식물의 건강한 반전
  • 박선정 기자
  • 승인 2021.11.03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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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 업사이클 전문 스타트업 (주)리하베스트 민명준 대표
민명준 (주)리하베스트 대표는 “요즘 MZ세대들은 공공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불편해도 다회용 빨대를 쓰고 텀블러를 사용하는 비중도 늘고 있다. 이렇게 친환경적인 가치가 급부상하면서 리하베스트도 덩달아 관심받는 것 같다”며 자심감을 보였다. 사진=이경섭 실장

요즘 주목받고 있는 분야는 바로 폐자원을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창조하는 업사이클(Upcycle)이다. 

버려지는 음식물도 업사이클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는 혁신적인 일이다. 국내에서 푸드 업사이클에 앞장서고 있는 (주)리하베스트 민명준 대표는 푸드 업사이클을 통해 치즈, 버터, 요거트, 아이스크림과 같은 대체 유제품 등 다양한 대체 식품을 만드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 친환경적인 가치로 외식산업의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그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버려지는 음식물에서 찾은 희망 

리하베스트는 민명준 대표가 2019년 설립한 푸드 업사이클 전문 스타트업이다. 식품 제조 공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을 업사이클해 건강하고 착한 식품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왜 푸드 업사이클 전문 회사였을까. 경영컨설턴트 출신인 민명준 대표는 대기업을 다니면서 다양한 컨설팅 업무를 진행했다. F&B 분야에 특히 관심이 많았던 그는 F&B 컨설팅 중 식품 원료 70%가 버려지는 것을 알게 됐다.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버려지는 수많은 음식물과 영양실조에 시달리는 빈부격차를 경험, 이를 줄이고자 하는 생각을 했다. 이미 미국에서는 푸드 업사이클 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에서 그 가능성도 봤다. 무엇보다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 식품업계의 부산물 활용도가 떨어지는 것에 주목하다가 지인 2명과 의기투합, 리하베스트를 설립했다.

민명준 대표는 해외 사례 등 수많은 관련 사례를 연구한 끝에 지금의 푸드 업사이클 공정을 완성했다. 2019년 푸드 업사이클 공정과 설비는 물론 대체 원료에 대한 특허출원도 완료했다. 

식혜박, 푸드 업사이클의 시작

어떤 식품 부산물을 선택할지도 중요했다. 리하베스트는 맛, 영양, 청결 등을 모두 고려해 식혜박을 가장 먼저 골랐다. 식혜박은 식혜의 주재료인 맥아(엿기름)를 짜고 난 후의 보리 부산물. 민명준 대표는 “생각보다 국내 식혜 제조사에서 발생하는 식혜박 양이 많았다. 성분을 직접 조사했는데 식이섬유 등 좋은 영양소가 많았다. 직접 식혜박을 수거해 상품화 연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우선 식혜박을 세척, 탈수, 건조 등의 과정을 거쳐 분쇄 후 대체 밀가루 원료인 ‘리너지’ 가루를 만들었다. 리너지는 리하베스트의 고유 상표로 ‘다시 에너지를 지구에게 준다’는 의미와 ‘부산물을 재사용하고 재탄생 시킨다’는 의미를 담았다.  

리너지 가루는 건강기능성제분으로 영양성분이 뛰어나다. 자체 연구 결과 일반 밀가루보다 칼로리는 15~30% 정도 낮지만 단백질은 2~4배, 식이섬유는 21~31배까지 많다. 첨가제 없이 고단백, 고식이섬유인 데다가 당도 없어 영양적인 장점까지 두드러진다. 게다가 프리미엄 밀가루, 귀리, 메밀가루 보다 많이 비싸지 않아 가격경쟁력 역시 뛰어나다. 

리하베스트의 리너지 가루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그레놀라 및 시리얼 제조사 등에서 사용하고 있다. 시리얼, 소시지, 피자, 크로아상, 치킨, 돈가스 등의 재료로 활용되고 있으며 향후 식품 제조사와의 협업도 활발하게 진행할 예정이다.  

“리너지 가루의 맛을 보면 기존 밀가루와 차이가 거의 없다. 여기에 영양성분까지 뛰어나기 때문에 제조사의 만족도가 높다. 식이섬유 함량을 높이는 등 맞춤형 생산이 가능한 것도 장점이다. 요즘 환경 문제가 심각해짐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탄소 저감과 관련된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우리 대체 원료를 쓰면 탄소도 낮출 수 있다.”

 

민명준 대표는 식혜박과 맥주박으로 만든 에너지바인 리너지바(RE:nergy Bar) 펀딩을 성황리에 마무리하며 상품성을 입증해냈다.사진=이경섭
민명준 대표는 식혜박과 맥주박으로 만든 에너지바인 리너지바(RE:nergy Bar) 펀딩을 성황리에 마무리하며 상품성을 입증해냈다. 사진=이경섭 실장

규제 혁신으로 맥주박까지 업사이클 성공

리하베스트는 식혜박에 이어 맥주박도 업사이클의 원료로 활용하고 있다. 지난해 서울창업허브에서 진행한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밋업(Meet Up, 간담회) 프로그램을 통해 맥주 제조업체 OB맥주(주)와 인연을 맺은 것이 계기가 됐다.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은 가운데 맥주의 부산물인 맥주박을 활용해 리너지 가루부터 에너지바, 시리얼 등 다양한 협업제품을 만들기로 뜻을 모았다. 

리하베스트와 OB맥주의 협업이 성사되기까지 어려움도 따랐다. 국내 주세법상 주류 부산물은 쓸 수 없었으나 OB맥주와 함께 규제샌드박스 제도를 활용, ‘주류제조시설에서는 주류만 만들어야 한다’는 규정을 수정하는 규제 혁신을 이뤄내면서 맥주박을 업사이클 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올해 초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와디즈를 통해 식혜박과 맥주박으로 만든 에너지바인 리너지바(RE:nergy Bar) 펀딩을 성황리에 마무리하며 상품성을 입증해냈다. 수제맥주기업 카브루와도 업무협약을 체결, 맥주박을 활용한 피자 등의 식품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요즘 MZ세대들은 공공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불편해도 다회용 빨대를 쓰고 텀블러를 사용하는 비중도 늘고 있다. 이렇게 친환경적인 가치가 급부상하면서 리하베스트도 덩달아 관심받는 것 같다.”

민명준 대표는 식혜박과 맥주박뿐만 아니라 소주, 막걸리, 두부, 참기름, 들기름 등의 부산물에 대한 푸드 업사이클도 진행할 예정이다. 

ESG 경영과도 일맥상통

리하베스트의 사업 방향성은 ESG와도 맞닿아 있다. ESG는 Environment(환경),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뜻하며 기업 활동에 친환경, 사회적 책임 경영, 지배구조 개선 등 투명경영을 고려해야 지속 가능한 발전을 할 수 있다는 철학을 담고 있다. 

민명준 대표는 “1kg의 리너지 가루는 11kg의 탄소와 3.5t의 물을 저감하는 효과가 있다. 부산물이 음식물쓰레기로 처리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밀을 키우고 밀가루를 만들면서 발생하는 탄소, 리하베스트의 리너지 가루를 생산하면서 나오는 탄소를 합한 수치”라며 “국내 기업들이 ESG 경영에 많은 관심을 가지는 만큼 리하베스트도 큰 규모의 투자를 받았다”고 말했다. 

한편 리하베스트는 장애인 등 소외계층을 적극적으로 고용하며 사회적인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이들이 식품 포장과 검수 과정을 담당하며 리하베스트의 선순환 구조를 직접 경험하도록 한 것. 

“봉사활동 다니면서 장애인들을 많이 만났다. 발달 장애인의 경우 업무를 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리하베스트의 선순환구조를 같이 경험하면 좋을 것 같아서 시작했다. 일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환경을 보호한다는 것에 큰 자부심을 느끼는 등 이들의 반응도 좋다.”

전세계 스타트업 Top 100 선정 

3년 차에 접어든 리하베스트는 규모 확장에 맞춰 공장도 추가로 완공할 계획이다. 현재 운영 중인 경기도 이천의 1차 파일럿 공장은 월 2.5t(리너지 가루 생산기준), 천안의 2차 파일럿 공장은 이보다 4~5배 정도 많은 15t 생산이 가능하다. 해외 진출도 앞두고 있다. 민명준 대표에 따르면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의 맥주업체 등과 MOU를 체결했다. 미국에 있는 업사이클 식품협회(UFA)에도 까다로운 가입 절차를 거쳐 인증받았다. 

“해외의 시장 자체가 절대적으로 크다. 물론 코로나19 여파로 해외 진출 진행 속도가 느리지만 창업 3년 차에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과의 MOU 체결은 매우 큰 성과라고 생각한다.”

리하베스트는 지난 8월 개최된 스타트업 경진대회 EWC(Entrepreneurship World Cup)에서 0.3%의 상위 스타트업만 진출하는 국가별 지역 예선전 우승을 차지하며 전세계 Top 100에 선정되는 영광을 안았다. 리하베스트는 ESG 관점에서 기술력, 사업성, 지속가능성을 인정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민명준 대표는 앞으로 푸드 업사이클을 통해 치즈, 버터, 요거트, 아이스크림과 같은 대체 유제품 등 다양한 대체 식품을 만드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 그는 “친환경적인 가치로 외식산업의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리하베스트를 통해 푸드 업사이클이나 부산물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향후 대중들과도 소통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고 싶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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