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문화의 지각변동 에스프레소 바 & 커피 오마카세
커피문화의 지각변동 에스프레소 바 & 커피 오마카세
  • 이서영 기자
  • 승인 2022.03.28 13: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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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티 커피 경쟁이 만들어 내
최근에는 스페셜티 커피 경쟁도 고점에 다다른 듯하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19를 지나면서 에스프레소 바와 커피 오마카세 카페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사진=이경섭
최근에는 스페셜티 커피 경쟁도 고점에 다다른 듯하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19를 지나면서 에스프레소 바와 커피 오마카세 카페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사진=이경섭

우리는 언제 어디서나 커피를 마신다. 집에서, 회사에서, 카페에서, 그리고 휴식 혹은 집중이 필요한 순간이라면 언제든. 커피는 가장 대중적인 일상 음료가 됐다. 한국인(성인 1인 기준)의 연간 커피 소비량은 353잔이다. 하루에 한잔 정도는 커피를 마신다는 얘기다. 이는 전 세계 성인 1인당 커피 소비량의 2.7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이쯤되면 ‘커피의 민족’이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커피 원두 자체에 대한 관심이 트렌드 원동력

지난 몇년간 커피업계의 화두는 스페셜티 커피였다. 콜드브루, 크림커피, 드립(필터)커피의 시대를 지나 커피원두 자체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면서 커피 전문점들은 앞다퉈 스페셜티 커피를 선보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스페셜티 커피 경쟁도 고점에 다다른 듯하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19를 지나면서 에스프레소 바와 커피 오마카세 카페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먼저 에스프레소 바는 외국의 커피 문화를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젊은층 사이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에스프레소 바는 커피의 본고장으로 불리는 이탈리아에서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매장 형태로 의자도 없는 작은 매장에서 선채로 커피를 마신다. 이는 우리가 아는 일반적인 카페의 풍경과는 사뭇 다르다. 사람들은 새로운 문화에 대한 호기심으로 에스프레소 바를 찾는다. 

커피 오마카세 카페는 스페셜티 커피 열풍의 연장선에 있다. 각기 다른 원두의 맛과 향을 체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커피 마니아들의 발길을 끌어 모으고 있다. 이들 카페가 다른 카페들과 차별화된 점은 국내는 물론 해외 로스터리들의 원두까지 아주 다양한 종류의 원두를 취급한다는 것이다. 일례로 서울 잠실에 위치한 카페 컨플릭트 스토어는 40여가지의 원두를 비치하고 있다. 각 원두는 2주 정도면 소진된다고.  

에스프레소 입문자 위한 달콤한 커피 인기

에스프레소는 어느 카페에 가든 마실 수 있는 음료다. 그런데 왜 이제와서 에스프레소 바가 유행할까. 국내 커피 소비자들 사이에서 에스프레소는 ‘아무나 시도할 수 없는 영역’에 해당했다. 에스프레소의 진한 쓴맛을 감당하기에는 입맛이 너무나 달았다. 그러나 마음 한 켠에는 언젠가 마셔보리라는 욕망이 자리했던 게 사실이다. 

강남구청역 부근에 위치한 구테로이테 커피 바에서 운영하고 있는 코스 메뉴. 하나씩 순서대로 받아 마셔야 각각의 메뉴를 가장 맛있는 상태로 맛볼 수 있다.사진=이경섭
강남구청역 부근에 위치한 구테로이테 커피 바에서 운영하고 있는 코스 메뉴. 하나씩 순서대로 받아 마셔야 각각의 메뉴를 가장 맛있는 상태로 맛볼 수 있다. 사진=이경섭

에스프레소 바들은 그래서 달콤한 에스프레소 메뉴를 개발해 내놨다. 일반 대중이 조금 더 쉽게 에스프레소에 도전할 수 있게 하려는 의도였다. 오우야 에스프레소 바 김성빈 대표는 “처음 브랜드를 론칭했을 땐 당도를 기준으로 1, 2, 3단계의 3가지 메뉴만 서비스했다”며 “아메리카노를 마시던 고객이 에스프레소까지 한번에 오기 힘드니 일종의 징검다리를 놓아준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오우야 에스프레소 바는 크렘 디 쇼콜라, 크렘 디 마롱, 카페 브륄레 등 달콤한 맛의 에스프레소 메뉴를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다. 

에스프레소용 원두 개발도 활발

에스프레소 바가 비단 달콤한 메뉴 개발에만 공을 들이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에스프레소에 적합한 원두 개발과 추출 레시피 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다. 

서울 강남구청역의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구테로이테 커피 바는 국내 로스팅 챔피언십에서 두번의 챔피언을 지낸 ‘180커피로스터스’와 함께 원두를 개발했다. 원두 블렌딩 테스트와 추출 테스트를 수없이 거쳐 부드러운 바디감이 특징인 지금의 에스프레소를 완성할 수 있었다.

서명석 대표는 “구테로이테의 원두는 일반 카페에서 보기 힘든 강배전 원두”라며 “최상의 추출양을 최상의 컨디션으로 추출하기 위해 이같은 원두를 개발했다”고 말했다. 또 “에스프레소를 추출할 때 설탕을 넣음으로써 매일 섭취할 수 있는 느낌의 에스프레소를 만든다”며 “먹기 편한 정도의 단맛과 불편하지 않은 쓴맛을 지녔으며 텁텁하지 않고 부드럽게 넘어가는 것이 특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오우야 에스프레소 바 역시 산미가 없는 원두를 자체 개발해 B2B와 B2C로 각각 유통하고 있다.

오마카세 통해 탐험하는 원두의 세계

커피 오마카세를 운영하는 카페들은 ‘오마카세’라는 키워드에 맞게 다양한 시도를 해나가고 있다. 에스프레소 바가 젊은층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카테고리라면 커피 오마카세는 커피 애호가들의 탐구 본능을 자극한다.

앞서 언급한 컨플릭트 스토어는 국내에 커피 오마카세라는 개념을 처음 도입한 카페로 여겨지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커피잔의 모양에 따라서도 커피의 맛과 향이 달라지는 마법같은 경험할 수 있다. 40여 가지의 원두커피를 코스의 테마에 따라 다양하게 마셔볼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컨플릭트 스토어 박진훈 대표는 “커피에 대해 깊이 탐구하다 보니 전 세계 로스터리의 여러 가지 원두를 직접 맛보고픈 마음이 생겼다”며 “커피 코스를 운영하면 나도, 고객도 다양한 원두를 체험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이같은 콘셉트를 차용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로 인해 해외여행이 제한되고 있는 만큼 고객들에게 다채로운 문화적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해외 로스터리의 원두를 주로 소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용산구 후암동에 자리하고 있는 노리밋 커피 바는 커피를 요리로 재해석한 오마카세 코스를 운영하고 있다. 커피와 디저트를 페어링하는 형태가 아니라 커피 자체로 만든 음식을 선보인다는 점에서 새롭다. 커피에 깔루아, 뱅쇼, 시나몬 위스키, 와사비, 바닐라빈 등 다양한 재료를 결합한 코스 메뉴들이 인상적이다. 코스 메뉴는 2달에 1번 교체되지만 커피는 2주 정도의 간격으로 바뀐다.

노리밋 커피 바 김민현 대표는 “원두는 1~2주 단위로 계속 바꿔서 소개하고 있다”며 “내가 마셔본 커피 중 맛있었던 기억이 있는 로스터리에서 원두를 구매해 사용한다”고 밝혔다. 

 


 

커피시장의 트렌드에 관한  짧은 인터뷰

커피시장의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는 브랜드의 대표들에게 업계와 관련한 짧은 질문을 던졌다. 이들의 답변을 통해 시장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Q. 에스프레소 바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본질이기 때문이어서 그렇다. 단순하게 인기를 끌다가 사라질 것 같았다면 이 사업을 시작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나는 모든 일의 종착지에 대해 관심이 많다. 그런데 종착지, 즉 마지막에 대해 계속 고민하다 보면 오히려 처음으로 돌아오게 되더라. 시작과 끝은 만난다. 에스프레소도 마찬가지다. 커피라는 것이 에스프레소로 시작해서 에스프레소로 마무리되기 때문에 지속가능할 거라고 봤다. 그리고 그런 게 있잖나. 짜게 먹던 사람이 싱거운 음식 못 먹듯이. 에스프레소에 한번 맛이 들리면 물 탄 커피는 못 먹지 않을까. 유럽처럼.-오우야 에스프레소 바 김성빈 대표

Q. 에스프레소 바는 어떤 상권에 어울릴까.
=에스프레소는 빨리 마시고 나갈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오피스 상권에 가장 알맞다. 구테로이테 커피 바 브랜드를 기획할 때도 이곳 상권을 분석해 보니 점심 테이크아웃 매출이 집약적으로 발생하는 곳이어서 에스프레소를 메인 메뉴로 개발하게 된 것이다. 필터 커피는 시간이 오래 걸리니 오피스 상권엔 부적합했다. 주거 밀집지라면 에스프레소 바는 힘들다. 편하게 시간을 두고 즐길 수 있는 카페가 어울릴 것이다. -구테로이테 커피 바 서명석 대표

Q. 요즘 커피 원두의 트렌드는 무엇인가.
=원두를 다양한 방식으로 가공하는 것이 트렌드라고 생각한다. 최근에는 무산소 발효 커피가 정말 많이 출시되고 있다. 특히 발효 과정에서 파인애플이나 코코넛처럼 향이 강한 재료를 넣어서 향을 입힌 커피들도 많이 나오고 있다. 소비자들은 언제나 새로운 것을 원하니까.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커피농장에서 커피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강한 향을 입히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든다. 요즘 지구 온난화 때문에 커피 농장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알고 있는데 전보다 품질이 떨어지는 커피를 좋은 가격에 판매하려고 첨향을 하는 것 같기도 하다.-노리밋 커피 바 김민현 대표

Q. 앞으로 커피시장은 어떻게 변화할까.
=최근 업계에서 유행하고 있는 에스프레소 바나 커피 오마카세는 단기적인 현상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커피는 김치와 같은 것이다. 매일 먹다보면 어느 게 맛있고 어느 게 좋은지 누가 말해주지 않아도 알게 된다. 우리나라는 커피에 대한 사랑은 유별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정작 그 역사는 짧다. 그렇다 보니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현재 국내에는 10만여개의 카페들이 성업중이다. 앞으로 커피시장이 더욱 성숙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좋은 커피와 좋은 커피를 제공하는 카페만이 남을 것이다. -테라로사 김종덕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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