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테크는 자영업자를 돕기 위한 기술”
“푸드테크는 자영업자를 돕기 위한 기술”
  • 이서영 기자
  • 승인 2022.04.14 14: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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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재 라운지랩 대표
황성재  라운지랩 대표는 “푸드테크의 본질은 ‘테크’가 아닌 ‘푸드’다. 외식 소비자들은 음식도 맛있고 공간도 예쁘고 대화도 부담없이 할 수 있는 공간을 원한다. 이를 위해서는 적절한 온도, 습기, 음악, 화이트 노이즈, 그리고 훌륭한 서비스가 필요하다. 로봇 기술은 이런 부분을 지원해 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사진=이경섭
황성재 라운지랩 대표는 “푸드테크의 본질은 ‘테크’가 아닌 ‘푸드’다. 외식 소비자들은 음식도 맛있고 공간도 예쁘고 대화도 부담없이 할 수 있는 공간을 원한다. 이를 위해서는 적절한 온도, 습기, 음악, 화이트 노이즈, 그리고 훌륭한 서비스가 필요하다. 로봇 기술은 이런 부분을 지원해 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이경섭

 

황성재 대표는 ‘카이스트 발명왕’으로 유명하다. 학창시절부터 지금까지 특허 출원한 기술만 300여개. 이 가운데 30여개는 삼성전자 등 국내외 대기업에 이전됐다. 

푸드테크 사업에 뛰어든 황성재 대표가 이끄는 라운지랩은 국내 푸드테크 분야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스타트업 중 하나다. 그와 함께 국내외 푸드테크 산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Q. 라운지랩이 어떤 곳인지 궁금하다.

A. 우리의 미션은 두가지였다. 첫번째는 자동화·무인화·비대면 기기 혹은 기술들을 외식시장에 어색하지 않게 접목시켜 보자는 것, 그리고 두번째는 지속가능한 로봇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보자는 것이다. 

우리는 로봇 기술을 조금 더 세련되게 접목하는 데에 집중했다. 그 결과 꽤 빠른 속도로 외식 현장에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었다. 에스프레소 머신이자 협동로봇인 ‘바리스’가 설치된 매장의 바리스타들은 바리스가 고장나면 본사에 ‘빨리 좀 고쳐 달라’며 다급하게 요청을 한다. 그만큼 업무 지원 도구로서 바리스의 역할이 분명하게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두번째 미션은 아직 성취하는 과정 중에 있다. 로봇 기술로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푸드테크라는 카테고리가 하나의 산업으로서 인정받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파편화돼 있는 로봇 기술 관련 자본과 기술, 인재를 한 데 모으는 작업이 필요하다. 현재 푸드테크는 아직 시작 단계에 있다고 본다. 우리가 도달하고자 하는 목표점이 100이라면 이제야 3정도 온 수준이다.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는 B2B뿐만 아니라 B2C시장에서도 쓰일 수 있는 로봇을 만드는 것이다. 지금은 자영업자들만 로봇을 사용하지만 앞으로는 가정에서도 로봇이 요리를 해주고 음식도 가져다 주는 시대가 올 것이다. 이를 위해 라운지랩은 최근 R&D 파트의 인력을 강화했다. 대다수가 인공지능과 로봇에 대한 전문가들이다. 

Q. 라운지랩에서 운영하는 로봇 카페 라운지X에 대한 소개.

A. 라운지X에는 키오스크나 서빙로봇이 없다. 주문을 받고 검수하고 음료를 전달하는 것은 모두 다 사람이 한다. 다만 카페 업무에 있어 힘든 일들, 구체적으로는 에스프레소를 추출하고 필터를 버리거나 청소하는 일은 로봇이 대신한다. 

로봇이 도와주니까 바리스타도 노동 시간을 절약할 수 있게 됐다. 바쁜 시간에도 더 친절하게 고객응대를 할 수 있고 커피에 대해 설명을 해줄 수도 있다. 

아무런 고려 없이 모든 부분을 무인화 하는 것은 오히려 외식업소에서의 고객 경험을 해치는 수가 있다. 그래서 우리는 기술의 역할에 한계를 뒀다. 이런 점이 기존 로봇카페들과 다른 점이 아닌가 생각한다. 

라운지랩에서 처음으로 선보였던 협동로봇인 ‘바리스’. 에스프레소를 추출하고 필터를 청소하는 등의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사진=이경섭
라운지랩에서 처음으로 선보였던 협동로봇인 ‘바리스’. 에스프레소를 추출하고 필터를 청소하는 등의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사진=이경섭

Q. 라운지X 에버랜드점에 설치된 로봇들이 꽤 인기를 끌고 있는 것 같다.

A. 고객들이 로봇을 기계로 느끼지 않고 어떤 친밀한 대상으로 느끼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였다. 

라운지X를 찾는 고객들은 로봇과 조금 더 친밀하게 교감을 나누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는 그 같은 니즈를 파악했고, 이에 라운지X 에버랜드점의 로봇에는 기존 로봇들보다 감정적인 모션을 조금 더 많이 넣었다. 

라운지X 에버랜드점의 로봇은 춤을 추기도 하고 꾸벅꾸벅 졸기도 한다. 또 장사가 안 되면 땀을 흘리거나 눈물을 보이기도 한다. 고객들은 이런 부분에 즐거워 하며 호응한다.

Q. 라운지X에 이어 라운지Y와 라운지Z도 론칭할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

A. 그건 개인적인 소망에서 출발한 아이디어다. 나는 음식 중에서도 칵테일과 버거를 좋아한다. 로봇카페의 브랜드 네임을 라운지X로 지었으니까 칵테일 주점은 라운지Y, 버거집은 라운지Z라고 이름짓고 한 건물에 3개 브랜드를 다 입점시켜 운영해보고 싶었다. 일종의 세계관을 만든 것이다. 하지만 사업을 하다 보니 선택과 집중이 필요해 현재는 라운지X에만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라운지X·Y·Z에 대한 계획은 현재진행형이다. 

Q. 푸드테크가 지향해야 할 점과 지양해야 할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A. 기존 로봇 기술은 수요자인 외식업 종사자의 시각보다는 기술자의 시각에서 제작됐기 때문에 다소 공격적이고 폭력적으로 외식공간에 접목돼 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자영업자들에게도, 외식 소비자들에게도 외면당할 수밖에 없었다. 

푸드테크의 본질은 ‘테크’가 아닌 ‘푸드’다. 외식 소비자들은 음식도 맛있고 공간도 예쁘고 대화도 부담없이 할 수 있는 공간을 원한다. 이를 위해서는 적절한 온도, 습기, 음악, 화이트 노이즈, 그리고 훌륭한 서비스가 필요하다. 로봇 기술은 이런 부분을 지원해 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이걸 강화할 수 있으면 더 좋다.

Q. 푸드테크가 인간의 일자리를 뺏어 간다는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A. 시간이 갈수록 인간의 가치는 점점 중요해 진다. 그에 비례해 인간의 시간적 물리 가치, 즉 인건비도 올라간다. 문제는 이렇게 됐을 때 노동 시장에 공백이 생긴다는 것이다. MZ세대는 일을 할 때도 지적 노동을 하려고 하지 단순 노동은 꺼리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외식업처럼 사람을 대면하고 몸을 쓰면서 감정노동과 육체노동을 함께 해야 하는 업종에는 인력이 부족해지는 현상이 생긴다. 푸드테크는 이런 부분을 충분히 지원해 줄 수 있다. 로봇기술은 자영업자를 도와주는 기술이다.

예를 들어 커피업종의 경우 특히 오피스 상권에서 점심 시간대에 고객이 한꺼번에 몰리는 현상이 두드러진다. 이렇게 되면 단시간 파트타이머를 뽑아야 하는데 사실상 그런 인력을 구하는 게 쉽지 않다. 특히 파트 타이머는 관리도 어렵다. 대부분 가볍게 들어왔다 나가기 때문이다. 로봇을 활용하면 인력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다.

Q. 세계적으로 푸드테크는 어디까지 발전했나.

A. 자동화 열풍은 거스를 수 없는 거대한 흐름이다. 국내에서도 배달의민족(이하 배민) 등 플랫폼 회사들이 인력 기반의 시장을 자동화하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다. 푸드테크 기술은 전세계적으로 계속해서 확산될 것이다. 

현재 미국에서는 외식업종 중에서도 샐러드업계에서 자동화 기술을 빠르게 적용하고 있다. 스위트그린(Sweet green)이라는 샐러드 프랜차이즈 회사는 최근 로봇 스타트업 회사인 스파이스(Spyce)를 인수했다. 스위트그린은 스파이스의 키오스크, 메카주방 기술을 통해 신선한 샐러드를 효율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인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또 ‘미국의 배민’으로 불리는 도어대시(Doordash)도 지난해 샐러드 로봇 스타트업 차우보틱스(Chowbotics)를 인수해 주목을 받았다. 차우보틱스는 2014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설립된 스타트업으로 고객의 주문에 맞춰 샐러드나 비스킷 볼, 요구르트 볼 등을 만들어주는 로봇 샐리를 개발했다. 도어대시는 차우보틱스의 기술을 활용해 식당 메뉴를 늘리거나 적은 인력으로 샐러드 바를 운영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할 계획이다. 

한편 커피업계에서도 무인화·자동화 기술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코카콜라의 자회사인 코스타 커피는 지난 2020년 커피 로봇 회사인 브리고(Briggo)를 인수했다. 브리고는 커피 키오스크 회사로 애플리케이션 연동을 통해 고객 맞춤형 커피 제조 및 주문과 픽업이 가능한 시스템을 개발,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코스타 커피는 특히 로봇카페와 무인화 기술에 관심이 많은 기업이다. 우리 회사와도 수차례 미팅을 가졌다. 또 코스타 커피뿐 아니라 세계적인 커피 기업인 일리카페(Illy caffe), 스타벅스 미국 본사도 우리와 로봇기술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로봇카페 분야와 관련해서는 한국이 선도하고 있다 보니 유럽 등 커피의 본고장에서도 관심을 갖고 한국 기업들과 접촉하고 있다.

라운지X에서 만든 다양한 굿즈들..사진=이경섭
라운지X에서 만든 다양한 굿즈들. 사진=이경섭

Q. 올해 라운지랩의 계획은.

A. 올해에는 ‘라운지X 익스프레스’라는 서브 브랜드를 론칭할 계획이다. 라운지X 익스프레스는 100% 무인 카페다. 커피뿐 아니라 베이커리도 제공한다는 점에서 기존 로봇카페와는 다르다. 오피스 상권 등 고객의 쏠림 현상이 심한 상권에 초소형 규모로 배치하려고 한다.

또 드라이브 스루 카페도 오픈한다. 드라이브 스루 카페 직원들의 코멘트에 따르면 DT 매장 고객 중에는 유독 진상 고객이 많다. 그렇다 보니 직원 입장에서도 일을 하기가 꺼려진다고들 한다. 우리는 드라이브 스루 서비스가 비대면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메뉴는 직원이 만들되 주문, 포장, 전달은 로봇이 하는 것이다. 고객이 애플리케이션으로 메뉴를 주문하면 로봇이 패키징해서 고객에게 전달하는 서비스를 구상하고 있다. 특히 GPS 기술을 활용해 매장과 가까운 곳에 있는 고객부터 상품을 가져갈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인 ‘제로 웨이팅 픽업’(가칭)도 운영할 계획이다. 이렇게 하면 24시간 운영까지 가능해 진다.

또 셰프와 함께 오마카세 버전의 무인카페도 기획하고 있다. 이는 라운지X의 고급형 브랜드로, 5성급 호텔 등에 입점할 계획이다. 세계의 커피와 세계의 베이커리를 맛볼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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