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음식의 뿌리
우리 음식의 뿌리
  • 권 대 영 호서대 교수
  • 승인 2022.10.14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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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낮은 지형과 온대성 기후로 4계절이 뚜렷한 편이다. 봄에는 만물이 돋아나고, 여름에는 만물이 자라도록 따뜻하고 장마철이 있어서 비가 많이 오고, 가을에는 서리가 내리기 전에 온갖 식물이 열매를 맺고, 겨울은 춥고 눈이온다. 또 우리나라에는 산과 들, 내와 바다, 논과 밭이 있다.

들에는 온갖 풀과 온갖 꽃이 자라고 논에는 나락(벼)를 심어 주곡으로 삼았고 밭에는 보리, 밀, 수수, 귀리 등을 심어 부곡으로 삼았다. 텃밭에 상추, 배추, 무를 심었으며, 뒷밭에는 고추나 마늘, 파, 부추 등을 심어 자급자족했다. 사람은 콩 분해효소인 셀룰라제(cellulase)가 없기 때문에 쉽게 먹을 수 없지만 이러한 자연조건 덕분에 우리 조상들은 어떻게든 풀을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고추, 마늘 파와 같은 온갖 양념을 하여 무쳐 먹으면 맛있게 먹을 수 있었고 먹을 시간이 지나면 시큼한 냄새가 나지만 맛이 있는 음식이 김치의 유래다. 

여름엔 김치를 담가 쉽게 쉬지 말라고 깊은 우물 속에 넣어두고 필요할 때 매일 꺼내 먹었고 가을에는 나락을 베어 쌀을 수확하고, 콩과 깨는 타작해 곡식을 수확하고, 고추는 햇볕에 말려 빻아 두고, 메주와 장을 담가 다가올 겨울을 준비했다. 곡식의 수확이 어느 정도 끝나면 배추를 뽑아 김장을 해서 얼지 말라고 땅속 김장독에 묻었고 필요할 때 하나씩 꺼내서 두고두고 김치를 먹으면서 겨울을 났다. 

모내기를 한 후 얼마있지 않으면 논에는 우렁이가 자라고 나락 잎에는 메뚜기 떼들이 논에 날아다닌다. 메뚜기를 잡아 솥에 볶아 먹으면 맛있는 단백질원이었고 가을 벼베기철 물을 빼면 논바닥이나 샘에 자라나던 수 많은 미꾸라지는 소금으로 손질하고 시레기와 된장을 넣어 추어탕이 됐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농약 사용으로 메뚜기와 미꾸라지는 잡을 수 없다. 

집 옆에 닭장을 두어 닭이 알을 낳고, 병아리로 자라서 앞마당에 닭들이 모이 먹으며 돌아다니고 강아지는 뛰놀며 사는 것이 우리 전통의 삶이었다. 매일 얻을 수 있는 달걀은 가장 중요한 귀한 건강 음식 재료였다. 그래서 어머니들은 달걀을 꿰어 장에 내다 팔아 돈을 만질 수 있었다. 가끔 살쾡이가 닭을 잡아먹기라도 하면 제사나 손님이 오면 잡으려고 남겨두었던 중요한 재산이 없어지는 것이었다. 

각집마다 헛간에 돼지 한 마리 정도는 음식물을 먹고 남은 것으로 키울 수 있었다. 특히 제주도에서는 사람의 똥을 먹고 잘 자라는 돼지가 있었다. 오늘날 제주도의 유명한 흑돼지의 조상이다. 돼지는 잔치나 큰일이 있을 때 직접 돼지 한 마리 잡아 동네 사람들에나 멀리 온 친척들에게 대접하면서 잔치를 벌였다. 돼지를 잡을 땐 깨끗한 산 피를 먼저 받아 이 피를 이용해 선짓국을 만들어 먹었으며, 더 나아가 돼지를 잡고 난 후 내장을 깨끗하게 씻어서 그 속에 받은 피와 부추 등을 넣어 순대를 맛있게 만들어 먹었다.

외양간에 소 한 마리 정도는 꼴을 베어 키우면서 밭 갈고 논 갈 때 소의 도움을 받아 왔다. 풀을 먹을 수 있는 셀룰라아제가 소의 네 번째 위에서 분비되므로 들판에서 풀을 베어 오는 것이 가장 쉽게 소를 키울 수 있는 방법이었으나 쉬운 일은 아니었다. 겨울에는 풀(여물)이 말라서 소가 잘 먹지 않고 먹어도 소화를 잘 못해 우리 조상들은 말린 풀을 작두로 썰은 다음 끓여서 쇠죽을 만들어 먹이는 지혜를 발휘했다. 소는 매우 비싸서 쉽게 먹을 수 없는 고기가 됐고 잘 키운 소는 팔아 자식들 학비를 마련하거나 자식 장가가거나 시집보낼 때 매우 귀중한 재원이었다. 쇠고기가 아무리 비싸도 자식 생일날 미역국에는 꼭 쇠고기를 넣어 쇠고기미역국을 끓여 주었다. 

우리나라 음식을 맛있게 먹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간을 맞추는 일이 제일 중요했다. 우리 음식은 소금으로 주로 간을 맞추지만 소금만으로는 뭔가 부족하였다. 그러나 소금보다 더 간을 내는 데 좋고 맛있는 것이 바로 간장과 된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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