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이프 사회의 외식 풍경
온라이프 사회의 외식 풍경
  • 김철원 한국방송대 관광학과 교수, 외식테라피연구소장
  • 승인 2022.11.28 16: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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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떠나 10여 년 만에 처음으로 고국을 찾은 친구와 식사를 같이 하기로 했다. 나름대로 그 친구가 그리워했을 고국 음식을 머릿속으로 헤아려보고 오랜만의 만남에서 곧바로 물었다. “뭐 먹고 싶어?” 내가 예상한 답은 ‘짜장면’이나 ‘갈비에 냉면’ 정도였다. 한국을 오래 떠나 있다 보면 늘 그립고 생각나는 음식이기 때문이었다. 그런 내 예상을 완전히 뒤엎은 그 친구의 답은 “그것 보다 여기 한번 가보자”였다.

한국에 사는 내게도 생소한 그 장소를 어떻게 알고 있냐는 내 물음에 친구는 외국 교포들 사이에 이미 유명한 곳인데 넌 그것도 모르고 사냐는 핀잔까지 얹어 대답해주었다. 내가 안내해 줄 요량으로 만난 상봉의 자리에서 정작 나를 안내해 준 건 외국에서 사는 친구의 스마트폰이었다.

4차산업혁명 이야기가 떠들썩하게 등장한 지도 어언 십여 년이 지났다. 그러는 동안 우리의 외식 풍경도 참 많이 변했다. 외국에서 온 친구와의 경험에서도 그랬지만, 언젠가부터 ‘뭘 먹고 싶다’가 아니라 ‘어딜 가고 싶다’로 바뀌었다. 그래서인지 소비자의 만족 대상 역시 ‘음식의 맛’에서 ‘음식점 이용 경험’으로 옮겨가고 있다. 즉 맛있게 먹었다는 기억보다는 나도 그 집에 가봤다는 사실이 외식 소비자 만족에 큰 영향을 준다. 그러다 보니 음식의 맛이라고 하는 관능적 감각은 온라인상에서 구체적으로 전달하거나 공감할 수 없는 제약이 있고, 대신해서 시각적인 감각을 극대화하게 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이다. 

디지털 혁명으로 인해 온라인(Online)과 오프라인(Offline) 삶의 차이가 점점 희미해져 두 영역의 구분이 사라질 것으로 예측한 이탈리아 철학자 루치아노 플로리디(Luciano Floridi)는 온라이프(Onlife) 사회의 등장을 설명하면서 이를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하나가 되는 지점으로 설명한다. 온라이프 사회는 급속도로 발전하는 정보통신기술을 토대로 4차산업혁명의 ‘초연결’과 ‘초지능’이 우리 일상에 보편화된 시대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디지털 혁명으로 모든 일상이 편리해진 세상을 만나게 되면서 한편으로는 디지털 환경에서 선택의 여지 없이 수동적으로 변해버린 소비자의 모습도 발견하게 된다. 당장이라도 외식을 하게 될 때 디지털 기기의 도움이 없이 메뉴나 장소 선택을 결정할 수 있는 소비자가 과연 얼마나 있을지 의문스러운 것도 같은 맥락이다.

4차산업혁명 시대의 공유경제, 접근경제, 플랫폼경제 등의 새로운 경제 환경에서 공통적인 이슈는 사람 간의 신뢰와 기술적인 연결망의 구축이다. 그렇지만 현실은 말처럼 쉽지 않다. 제품이나 서비스 공급자와 수요자, 중간 유통망 등 다수의 이해관계자가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거래가 가능해짐으로써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데 현재까지 두드러지는 문제는 기업의 혜택은 독과점과도 같이 커지는데 소비자의 선택권이나 혜택은 상대적으로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외식산업에도 그런 현상은 예외가 아니다. 시각적인 마케팅에 중점을 두는 업체와 각종 인플루언서 채널을 통한 과장된 정보와 데이터 제공은 소비자의 판단을 흐리게 한다. 편중되고 제한된 정보에 의존하는 소비자는 제대로 된 품질의 가치를 인식할 수 없다. 결국엔 가려진 눈으로 경험한 정보를 또다시 편중되게 재생산해 온라인 세상에 퍼뜨리는 악순환을 반복한다. 반복 학습을 경험한 소비자는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게 되고 눈요기에만 전전긍긍하는 업체는 언젠가는 모두에게 외면당하게 된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공생하는 온라이프 사회에서는 진정한 품질을 고루 갖추는 것이 외식업체의 급선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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