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생산인구 67% ‘소규모 농가’가 산업발전 원동력
커피 생산인구 67% ‘소규모 농가’가 산업발전 원동력
  • 김희돈 기자
  • 승인 2022.12.02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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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서울 카페쇼 제11회 월드 커피 리더스 포럼
지난달 23일부터 서울 코엑스에서 진행된 제11회 월드 커피 리더스 포럼은 국제 커피 산업의 화두를 다루는 자리였다. 사진=김희돈 기자 ddeum@
지난달 23일부터 서울 코엑스에서 진행된 제11회 월드 커피 리더스 포럼은 국제 커피 산업의 화두를 다루는 자리였다. 사진=김희돈 기자 ddeum@

서울 코엑스에서 지난달 23일부터 나흘간 진행된 제21회 서울 카페쇼(주최: 엑스포럼, 월간커피)는 글로벌 커피 산업의 현상과 과제, 최신 경향을 담은 소통의 장으로 기획됐다.

서울 카페쇼는 ‘새로운 시대, 새로운 시작’이란 주제로, 국내외 3533여 개 커피 브랜드와 참관객 10만 명의 규모로 준비된 국제적인 카페 박람회다. 다양한 전시와 포럼, 페스티벌과 경연 대회가 온․오프라인에서 동시 진행돼 팬데믹 이후 커피 산업의 오늘을 가늠하는 시간이었다는 평가다.

아울러 UN 산하 국제커피기구(International Coffee Organization·ICO)가 공식 후원한 제11회 월드 커피 리더스 포럼은 국제 커피 산업의 화두를 다루는 자리였다. 특히 지난달 24일 열린 글로벌 세션에서는 스페셜티 커피, 2050년 커피 생산량 감소와 같은 주요 이슈가 집중 조명됐다. ‘스페셜티 커피’란 지리, 기후, 생산지 등의 특별한 환경에서 자란 커피 중 스페셜티 커피 협회(SCA)의 평가를 거쳐 기준점수 이상을 받은 우수한 커피를 말한다.

이처럼 커피 품질의 중요성이 계속 강조되는 가운데 팬데믹, 기후 문제 등으로 인한 커피 생산량의 급격한 감소는 현재 커피산업계가 직면한 가장 큰 난제로 꼽힌다. 이에 글로벌 세션은 생산자와 유통업체, 로스팅을 아우르는 세계적인 현장 전문가들을 통해 그 대안을 모색했다.

 

야니스 아포스톨로풀로스 SCA 회장이 스페셜티 커피에 관련된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김희돈 기자 ddeum@
야니스 아포스톨로풀로스 SCA 회장이 스페셜티 커피에 관련된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김희돈 기자 ddeum@

스페셜티 커피의 표준안 내년에 선보일 계획
야니스 아포스톨로풀로스 회장(SCA)

SCA(Specialty Coffee Association)는 전 세계 커피 생산자로부터 바리스타까지 수천 명의 커피 전문가를 대표하는 비영리 단체다. 개방성, 포괄성 및 공유지식의 힘을 바탕으로 글로벌 커피 커뮤니티를 육성하고 스페셜티 커피가 커피 산업 전체의 번영과 공평, 지속 가능한 활동이 되도록 지원한다.

기조연설에 나선 야니스 아포스톨로풀로스 SCA 회장은 지난 20년간 커피 업계를 주도해온 스페셜티 커피의 정의로 강연을 시작했다. 그는 스페셜티 커피가 등급 차원에서 질적인 차원으로 재정의 과정을 거쳐 왔다며 그 결과 커피가 지닌 ‘속성’으로 스페셜티 커피가 정의됐다고 설명했다.

"스페셜티 커피는 특정적인 속성을 가진 것으로서 그것을 통해 시장에서 더 많은 가치를 갖게 하는 커피를 뜻한다." 따라서 스페셜티 커피는 측정 가능한 속성의 수에 비례해 많은 속성을 가진 커피일수록 보다 우수한 스페셜티 커피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것이 현재 세계 커피 생산업계의 핵심 개념이자 커피 시장 가격을 결정하는 기준이라고 짚었다.

그는 스페셜티 커피에 대한 정의를 근거로 2003년부터 평가, 진화, 확장해 온 표준(스탠다드)화 과정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지속적인 표준화  결과, 스페셜티 커피 산업이 세계화되고 다양화됐으며 최근에는 달콤한 맛을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나는 등 감각적인 요인도 중요한 평가 요소가 됐다고 부언했다. 또한 스페셜티 커피의 최근 표준화 경향이 객관적, 감성적인 요인외에 외형·외부적인 조건에도 큰 영향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용기의 모양과 색상, 텍스처도 그 속에 있는 내용물에 관한 인식을 결정한다. 같은 커피인데도 용기에 원산지를 표기한 경우, 선호도가 크게 올라가는 현상을 실험을 통해 확인했다.”

소비자들이 에코 라벨을 부착한 커피에 더 많은 돈을 지불할 의향을 밝힌 것도 동일한 현상으로 볼 수 있다. 원산지, 에코, 공정무역 등 커피에 관한 정보가 커피의 가치를 결정하는 구체적인 요인이 되고 있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SCA는 스페셜티 커피의 개념을 정립하고 산업 현장에 접목시키기 위한 최신의 기준을 계속 확장하며 제시해 왔다. 야니스 회장은 그동안 축적해 온 스페셜티 커피의 표준안 등 커피산업의 미래 요소를 내년에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토 마사시 티피카(TYPICA) 대표가 소규모 커피 생산자들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고토 마사시 티피카(TYPICA) 대표가 소규모 커피 생산자들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사진=김희돈 기자 ddeum@

2050년 커피 생산량 급감 예상… 해법은 ‘소규모 생산 농가 생존’
고토 마사시 티피카(TYPICA) 대표

“우리 모두가 직접 무역을 할 수 있게 된다면 커피 산업에 큰 혁신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고토 마사시 티피카(TYPICA) 대표의 말이다. 티피카는 단일 커피 생산자와 로스터를 직접 연결하는 유통기업으로 개성 있는 커피를 구입함으로써 공급처와 가격의 투명성까지 제공하고 있다.

“소규모 커피 생산자들의 절반이 생활고를 겪고 있다. 커피 생산량이 적어 유통에 차별과 제한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구조적인 문제에서 티피카의 도전이 시작됐다.” 티피카는 소규모 생산자가 만드는 고품질의 커피를 신선한 상태로 적정 가격에 전달하는 대안을 만들어냈다.

고토 대표는 “이로써 티피카가 세계 커피 생산량 증가에 기여하게 됐다”며 “이것이 세계 커피 생산량이 현저히 감소하는 2050년의 상황에 직접적인 대안이 될 수 있는 이유”라고 말했다. 고토 대표의 강연 후 가진 공개토론에서는 커피 생산지의 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는 시간이 이어졌다. 온두라스에서 온 세바스찬 카페시모 대표는 “온두라스야말로 기후 변화에 가장 피해가 큰 커피 생산지”라며 “최근 연이은 허리케인으로 커피 농장의 20%가 유실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티피카가 생산자와 로스터를 직접 연결해 줌으로써 기후변화로 인한 손실이 보상됐을 뿐 아니라 수질 관리와 산림 보호에도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에티오피아의 에리야스 웨테암벨라 창업자는 “티피카의 직접 무역으로 기존의 커피 등급제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며 “생산자들이 품질 향상을 위한 경쟁력도 갖추게 됐다”고 평했다. 고토 대표는 직접 무역은 스페셜티 커피의 본질을 누구나 갖도록 만드는 일이라고 강조하며 강연을 마쳤다.

“세계 커피 생산인구 중 67%가 소규모 생산 농가다. 2050년까지 이들이 계속 커피를 생산할 수 있다면 커피 생산의 대안이 될 것이다. 앞으로 한국 등 주요 커피 소비국들과 함께 직접 무역의 커뮤니티를 확장해 가고 싶다.”

 

스페인의 유명 커피 브랜드 노마드 커피의 프란 곤잘레스 대표가 코로나19 사태 극복 사례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김희돈 기자 ddeum@
스페인의 유명 커피 브랜드 노마드 커피의 프란 곤잘레스 대표가 코로나19 사태 극복 사례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김희돈 기자 ddeum@

노마드 커피의 코로나19 위기 ‘노마드 at Home’으로 돌파
프란 곤잘레스 노마드(NOMAD) 커피 대표

세 번째 세션은 스페인의 유명 커피 브랜드인 노마드 커피가 팬데믹을 극복한 사례를 듣는 시간이었다. 프란 곤잘레스 노마드(NOMAD) 커피 대표는 암담한 상황 속에서 주어진 선택지에 집중한 것이 살아남은 비결이 됐다고 말했다.

노마드커피는 20명의 직원을 둔 소위 ‘잘 나가는’ 강소기업이었다. 스페셜티 커피의 정립이 약했음에도 ‘어디든 간다’는 콘셉트로 많은 수익을 낼 수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되자 노마드의 강점은 약점이 됐고 락다운이 일어나면서 매출은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직원들도 대거 떠나고 도매 고객의 주문도 끊겼다. 곤잘레스 대표는 결단을 내려야 했다.

“커피를 집에서 만들어 먹는 ‘노마드 at Home’을 시작했다. 팬데믹 상황인만큼 직접 가정에서 커피를 만들 수 있는 캠페인이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집마다 홈바리스타가 나타나 온라인 매출로 이어졌다.”

또한 곤잘레스 대표는 스페셜티 커피를 추구하면서 고품질의 커피라는 인식을 고객의 마음에 심기 시작했다. 두 개의 점포에서 사업에 집중한 것도 주효했다. 팬데믹이라는 한정된 상황에서 일군 선택과 집중의 결과였다.

“스페셜티 커피의 시대에 어떻게 살아남을까를 깊이 고민했다. 품질은 물론 투명성에 힘을 쏟았다. 인플레이션 속에서도 커피의 품질에는 변함이 없다는 걸 고객들에게 보여주고자 했다.” 곤잘레스 대표는 노마드가 품질과 서비스를 높이고 공급 과정을 고객과 공유하는 노력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또한 홈페이지 론칭 등 뒤늦게 온라인 플랫폼을 강화한 것도 노마드의 도약에 기여했다.

그는 “팬데믹이 노마드 커피가 더욱 성숙한 커피 기업으로 거듭나는 데 전환점이 됐다”며 “더 이상 할 수 없는 것을 바라보기보다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한 결과였다”고 강연을 마쳤다.

 

공간기획자인 손창현 대표는 신생 브랜드가 기존 거대 브랜드와의 경쟁에서 생존하는 방법으로 로컬의 독특함을 강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김희돈 기자 ddeum@
공간기획자인 손창현 대표는 신생 브랜드가 기존 거대 브랜드와의 경쟁에서 생존하는 방법으로 로컬의 독특함을 강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김희돈 기자 ddeum@

“신생 브랜드, 로컬 독특함 살린 브랜딩으로 차별화” 
손창현 오티디코퍼레이션 대표

공간기획자인 손창현 대표는 카페 창업을 준비하거나 관련 산업 종사자를 위한 실제적인 강연을 이어갔다. 그는 우리 사회의 뚜렷한 변화로 1인당 GDP가 3만 불 시대를 넘어서면서 소비문화가 확연히 달라진 점과 MZ세대라고 하는 새로운 소비층이 등장한 점을 짚었다.

특히 스마트폰과 SNS로 자신의 정체성을 알리는 MZ세대에게 브랜드는 또 다른 자아를 표현하는 소비 이상의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정 브랜드 소비로 나의 경제력을 설명하기 보다는 내가 어떤 특성의 사람인지를 보여주는 행위로 진화하고 있다. MZ세대에게 브랜드는 하나의 인격체다. 남들이 좋아하는 것에 쏠리기보다는 내가 원하는 것을 고집하고 추구한다.”

손 대표는 이러한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가 도시의 변화로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로컬’ 개념으로 카페를 전통적인 다운타운이 아닌, 도시 밖에 마련하는 사례와 현상이다. 그는 사무실과 호텔 등도 획일성에서 벗어나고 있다며 현대인들은 맥도날드, 스타벅스와 같은 대량화 된 곳 보다 규정되지 않은 여백의 공간을 선호한다고 강조했다.

“현대인들은 자신의 취향을 누릴 수 있는 로컬을 찾아 나선다. 카페 론칭을 준비 중인 이들이 꼭 참고해야 할 문화 현상이다.”

손 대표는 성수연방, 어니언 등 로컬의 독특함을 살려 브랜딩에 성공한 카페들을 소개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그는 이 카페들이 MZ세대의 시장을 로컬에 맞게 해석해 신생 브랜드를 거대 브랜드와 맞서 싸울 수 있게 만든 구체적인 사례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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