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無)와 저(低)의 시대에 생각 할 것
무(無)와 저(低)의 시대에 생각 할 것
  •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한국식품산업진흥포럼 회장
  • 승인 2022.12.06 12: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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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에는 음식을 못 먹어 사망하는 사람 수보다 너무 많이 먹어 각종 질병으로 사망하는 수가 더 많다. 일부 극빈층을 제외하고는 먹을 것이 풍부해지고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기면서 음식을 무분별하게 많이 먹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이는 음식을 먹고 난 후, 포만감이 주는 행복감이나 즐거움을 떨쳐버리기가 어려워서 일 것이다. 인체의 운동량 등 칼로리 소비량에 비해 섭취하는 음식량이 많으니 인체의 끝없는 생리적 비축본능으로 체중이 늘어 비만이 되고 이에 따라 각종 만성질환의 발생 빈도가 높아진다. 

과도한 비만은 모든 질병의 원인이 되고 한번 과체중이 되면 자기의지로 조절하기가 꽤 어렵다. 특히 어린 시절에 비만이 되면 지방세포가 커지면서 성장 후에도 비만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폐해를 막으려고 나라에서는 비만과의 전쟁을 선포하기도 한다. 

심각해지는 이런 큰 흐름을 식품·외식업계에서 그냥 지나갈 리 없다. 이런 추세에 힘입어 각종 제품에 무(無), 저(低)라는 문구를 넣어 소비자의 눈길을 끌기 위해 노력한다. ‘Low food(저자극식)’라고 표기해 소비자가 민감하게 생각하는 나트륨, 당, 전체열량(cal), 글루텐, 알코올 등 과량 섭취하는 경우 신체에 이상을 일으킨다고 알려진 성분의 양을 낮추거나 아예 없앤 식품 등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 건강에 해를 끼친다고 알려진 설탕, 소금, 지방 등은 인간이 태초부터 가장 선호하는 맛 성분이고 생존에 필요한 필수 성분들이다. 다만 과량 섭취 시 건강에 이상을 불러일으키니 과유불급(過猶不及)이란 말이 이 경우에 딱 맞는 말일 것이다. 특히 설탕이 음식 중 비만의 제일 큰 원인이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설탕을 금기하는 풍조가 강하게 일고 있다. “설탕 무첨가”라는 광고 문구는 이제 전혀 낯설지 않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발표 자료에 따르면 설탕기피 현상으로 국내 설탕 매출액은  2015년 2188억 원에서 2019년 1614억 원으로 5년 사이 26%나 떨어졌다.

그러나 설탕은 중요한 에너지원인 탄수화물이며 인류가 가장 선호하는 단맛이다. 전통적으로 우리 식생활에서 단맛을 얻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고 꿀이 가장 좋은 감미원이었으나 얻기가 쉽지 않고 값비싼 식재료로 알려져 폭넓게 섭취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또한 우리조상들은 단맛을 내기 위해 엿기름을 이용한 쌀 분해산물 조청을 오래전부터 식생활에 사용했고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감미원이면서 여러 가공제품을 만드는데 사용된다. 설탕이 값싼 가격으로 대량 수입되면서 우리의 전통 감미원인 조청의 인기가 떨어졌지만 이는 가격과 물성의 문제이고 제품의 종류나 소비자의 기호에 따라서는 앞으로도 계속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소금은 우리 인체 생리를 조절하는 중요한 물질로 체내에서 일정 수준 유지해야 하며 그 수준보다 낮으면 악영향을 미친다. 여러 이론이 있지만 FAO(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의 권장량은 5g/일(성인기준)로, 나라와 식습관 등에 따라서 그 필요량은 달라지며 한국인의 경우 하루 8g~10g 정도를 제안하는 학자들도 있다. 

육류에 함유된 기름은 어떠한가, 모든 비만의 원인을 육류기름으로 몰아붙이는 경향이 있으나 우리 인체는 이들 기름에 함유된 올레산 등 필수 지방산을 꼭 필요로 한다. 섭취하는 필수 지방산이 부족한 경우 피부질환 등 이상 현상을 초래하기도 하며 일정 수준의 지방비축은 인체 생존에 필수이다.

커피에 들어있는 카페인은 세계적으로 학자 간에 다른 의견이 있으나 적당량은 오히려 인체 건강에 좋은 영향을 끼친다고 알려져 있다. 근래 들어서는 디카페인 커피 또한 출시되고 있지만 아직도 카페인을 제거하지 않은 일반 커피를 선호하는 층이 많다. 알코올은 모두가 알코올 함유 주류의 폐해를 거론하고 과도한 술 섭취로 인한 많은 부작용이 알려져 있으나 기호 음료로써 그 위치는 아직도 확고하고 아마도 앞으로도 그 기능과 역할의 감도는 낮아지지 않을 것 같다.

일반적으로 인간의 생존에 필요한 5대 영양원을 함유한 음식의 경우 영양소별 이상적인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의 비율은 65:20:15로 알려져 있으며 여기에 비타민, 무기질 같은 미량요소가 필수다. 이런 비율로 우리 식단을 구성하면 건강 이상 현상을 막을 수 있을 것이며 한쪽으로 과도하게 치우칠 때 문제를 일으킨다. 지금 불고 있는 무(無), 저(低) 열풍은 영양균형, 균형 섭취라는 기본개념을 바탕에 두고 거론돼야 한다. 열량원이 부족한 사람들에는 더 많은 탄수화물 등이 공급돼야하고 단백질이나 기름이 적정 수준 이하인 경우 균형을 맞춰야 한다. 인간은 균형있는 영양으로 건강을 지킬 수 있고 과도한 치우침은 역효과를 낸다. 무(無), 저(低) 식품의 열풍보단 균형있는 섭취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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