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고물가 폭탄, 저가커피도 ‘휘청’
[신년특집]고물가 폭탄, 저가커피도 ‘휘청’
  • 김희돈 기자
  • 승인 2023.01.20 15: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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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업계 전망] 저가커피 시장
그래픽-정태권 기자 mana@

 

고물가 시대, 저가커피 시장이 커피업계의 주류로 떠오르면서 치열한 시장 경쟁을 펼치고 있다. 저가커피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가성비만을 강조하던 기존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콜라보레이션 메뉴 출시 및 지역 상생 확대, 스타 마케팅, 해외시장 진출 등을 통해 다양한 소비층 공략에 나서는 모습이다. 

저가커피 가격 인상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로 급증한 외식업 두 가지는 커피와 치킨이었다. 특히 저가 브랜드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그러나 팬데믹 시기에 때아닌 호황을 누렸던 저가커피는 엔데믹을 지나 극심한 경기침체를 맞으면서 유례없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저가커피 브랜드 역시 고물가의 직격탄을 맞았다. 말 그대로 커피 빼고 모든 물자의 가격이 오른 상황. 농림축산식품부가 할당관세 품목에 커피가 포함돼 안심해도 좋다는 메시지를 줬지만 사실 생두에만 적용되는 사안이라 로스팅 제품을 사용하는 대다수의 카페에서는 체감도가 낮은 소식이다. 

우유는 물론, 컵과 종이까지 모두 올라 커피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메가커피는 지난해 6월, 200~300원대로 가격을 소폭 인상한 바 있다. 더벤티도 이때 일부 메뉴의 가격을 올렸고 한 달 전에는 컴포즈가 가격을 상향 조정했다. 저가커피 중에서도 ‘마지막 보루’라고 여겼던 매머드커피는 900원짜리 아메리카노(스몰)의 가격을 올해 초 300원 인상했다. 지난해 전 품목에 걸쳐 가격을 인상할 때도 ‘열외’였던 아메리카노마저 값을 올린 것이다. 매머드익스프레스는 “최근 급등한 원두, 원·부재료, 물류 등의 각종 비용이 급격히 상승해 부득이하게 음료 가격을 조정하게 됐다”며 “매장 내 홀 이용 시 스몰사이즈 음료 판매는 종료된다”고 공지했다. 서울 송파구의 매머드 점주는 “늦었다. 사실 진즉에 올렸어야 했다”며 말끝을 흐렸다.

저가커피 후발주자인 텐퍼센트커피와 빅·싸커피는 착한 가격과 양질의 맛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사진=정태권 기자 mana@
저가커피 후발주자인 텐퍼센트커피와 빅·싸커피는 착한 가격과 양질의 맛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사진=정태권 기자 mana@

저가커피 매각 이슈 

이처럼 저가커피 브랜드는 매장 수를 늘리며 높은 성장세를 유지해 왔지만 물가 상승 여파를 톡톡히 치르고 있는 모양새다. 커피값 인상과 함께 나타나는 현상은 솔솔이 흘러나오는 매각 소식이다. 가맹점 수 2000개를 넘어 스타벅스를 위협하는 저가커피로 몸집을 키운 메가커피는 2021년, 1400억 원의 몸값으로 식자재 유통회사인 보라티알을 새 주인으로 맞이한 바 있다. 

국내 최초로 1ℓ 크기의 커피를 등장시켜 눈길을 모았던 일리터는 시장경쟁력 악화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지난해 10월 매물로 나왔었다. 매각으로 이어지지 않아 창업자가 다시 경영 혁신을 꾀하고 있다. 

컴포즈커피도 매각을 타진한 바 있다. 저가커피 시장의 경쟁 심화와 자체 성장의 한계를 절감하면서 다수의 원매자와 매각 조율에 나서기도 했지만 성사되지는 않았다. 이처럼 저가커피 업계에서는 매각 소식이 종종 들리곤 한다. 그만큼 업계의 피로도가 높다는 방증이다. 엔데믹 시대임에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다보니 저가커피 브랜드들은 지쳐 있는 상황이다. 매각을 통해 새로운 변화를 꾀하려는 기대감 속에서 업계가 가질 수 있는 자연스러운 시도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가맹점의 입장에서는 불안감을 줄 수 있다. 

저가커피 프랜차이즈 두 곳을 운영해오다 최근 양도했다는 김모 씨는 매각 소식이 들릴 때마다 위기감을 느꼈다고 한다. 

“새로운 오너는 매입 과정에서 다량의 대출을 발생시켰기에 안정적인 원금 회수 차원에서 경영하려 들 것이다. 결국 그 압박은 가맹점주들에게 흐를 수밖에 없다. 충분한 수익이 공유되지 않으면 본사는 재매각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려 들 것이므로 원자재 공급가격 인상, 광고비 요구 등 가맹점의 불안 요소는 가중될 것이다.”

김 씨의 시각을 보편적이라고 할 수 없지만, 경기침체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가맹점주들이 갖는 정서일 수는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저가커피 프랜차이즈의 매각 현상은 기업이 취하는 일반적인 발전 과정 중 하나로 볼 수 있다며 부정적으로만 보는 것은 본사와 가맹점의 팀워크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가맹점주만큼 본사도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는 점에서 매각은 충분히 논의할 수 있는 선택지다. CJ푸드빌에서 나와 사모펀드 칼라일에 매각된 투썸플레이스의 시도는 이미 성공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출혈 경쟁 심화

저가커피 업계에서 가격 출혈 경쟁은 고질적인 문제다. 저가커피 브랜드의 급증은 이같은 업계의 어려움을 더욱 심화시켰다. 코로나19 사태와 경기침체로 확산된 불확실성이 개인 카페 운영자 또는 창업자까지 프랜차이즈를 넘어오게 만든 요인이 됐다. 

저가커피를 팔아도 더 이상 수익을 낼 수 없는 상황. 과포화 상태에서 저마다 차별화 전략을 짜야만 한다. 

“가격을 못 올리는 게 현재로선 가장 힘들 것이다. 저가커피 가맹점들은 경기침체 속에서 매출은 늘지만 수익은 나지 않는 구조로부터 벗어나려 할 것이다. 대부분 가격 인상은 점주들이 본사에 요청해 이뤄진다. 가격을 올리지 못하면 본사와 가맹점 간 분쟁이 생길 수밖에 없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관계자의 말이다. 그는 저가커피 브랜드들이 지금 대안을 만들어 내지 못하면 매우 어려운 형편에 직면할 수 있는 기로에 서 있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메가커피와 컴포즈, 더벤티가 광고 모델을 발탁한 것은 대안을 만들려는 기업 노력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저가커피와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

저가커피 업계의 또 다른 위험 요소는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다. 제도 자체가 문제라기 보다 주무부처의 정책이 향후 저가커피 산업에 큰 장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 커피에 보증금 300원이 붙는 것과 저가커피에 300원이 붙는 것은 큰 격차를 가져온다. 3년 후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가 전면 시행되면 저가커피는 가격면에서 큰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특히 브랜드별로 컵의 크기를 특화하고 있는 경우,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는 정체성을 담은 브랜드 저가커피의 판매 행위까지 제약을 주게 된다. 이에 저가커피 브랜드 등 관련 업체들은 모든 카페를 대상으로 한 보증금 제도를 실시하되 환경부가 저가커피 업계의 특성을 감안한 합리적인 정책을 내놓을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메가커피, 컴포즈, 빽다방, 더벤티, 매머드, 더리터, 텐퍼센트 등 대표적인 저가커피 브랜드의 매장 수는 1월 현재 8000여 곳에 이른다. 직면한 여러 이슈 속에서 저가커피의 매장 증감과 소비가 앞으로 어떤 흐름을 그릴지 그 경과가 주목된다.

가격은 저가커피 정체성의 문제

“절대 커피값을 올리지 않을 것이다.” 

서울 송파구에서 저가커피 브랜드 ‘빅·싸커피’ 두 곳을 운영하는 최서연 대표는 ‘절대’란 말을 자주 썼다. 오히려 저가커피 매장에서 어떻게 커피값을 올리느냐며 되물었다. 타 브랜드에서 부득이 가격을 올리는 것과는 상반된 입장이었다. 모든 물가가 다 오른 어려운 환경에서 과연 가능한 말일까. 

“저가커피 브랜드의 정체성이자 차별성은 저렴한 가격과 높은 품질에 있다. 가격을 올린다는 것은 정체성에도 맞지 않고 무엇보다 고객과의 약속을 흔드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최 대표의 빅·싸커피는 창업 2년 만에 지역 내 커피 맛집으로 등극했다. 빅·싸커피는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잔(16oz)이 1500원, 아이스 아메리카노(24oz)는 2000원으로 크고 맛있고 저렴한 커피를 추구한다. 석촌점의 경우 메가커피와 컴포즈커피 등 유명 저가커피 브랜드가 6곳이나 밀집해 있지만 손님들이 길게 줄을 서는 곳은 그의 빅·싸커피뿐이다. 

“최근 들어 정말 연락이 많이 온다. 대부분 유명 저가커피 브랜드의 가맹점주들이다. 현 매장을 정리하고 빅·싸커피로 전환하고 싶다고 말한다. 또한 추가 매장을 내기 위한 상담 요청도 많다.” 

최 대표는 빅·싸커피의 강점은 가격과 맛에 있다고 말한다. 최근 계속되는 문의 덕에 프랜차이즈 등록 준비도 모두 마쳤다. 최 대표는 프랜차이즈 대표가 된 이후에도 여전히 커피 가격을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격이 절대 흔들려선 안 된다. 약속한 것은 지키고 봐야 한다. 이른 새벽 어르신들을 주 고객으로 발굴한 경험이 빅·싸커피의 성장에 큰 자산이 됐다. 지금껏 그래왔듯 가격 인상 대신 다른 방법을 찾아낼 것이다.”

저가커피 브랜드 ‘텐퍼센트’를 오픈한지 3개월 차인 조 모 씨도 현재로선 가격 인상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동네 카페가 즐비한 서울 오금동에서 그의 카페가 빠르게 안착한 것은 착한 가격과 양질의 맛이라는 평가를 고객들에게 자주 들었기 때문이다. 

“상위 10%의 고급 원두를 고집하는 브랜드라  텐퍼센트커피 본사에서 가격 인상에 대한 언급이 없다. 가격 인상이 결정되더라도 당분간은 지금처럼 영업을 할 것 같다. 저가커피에게 있어서 가격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조 씨는 3개월 차인 1월부터 흑자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저가커피 후발주자로서 고객의 성원이 감사하기만 하다. 따라서 가격 인상은 두고두고 고민거리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저가커피의 가격 경쟁력이 양날의 칼과 같은 상황이 되고 있다고 말한다. 양쪽 모두 득과 실이 있는 상황. 소비자의 마음이 결국 어디로 기울지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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