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과 노사관계
노동과 노사관계
  • 윤광희 win-win노사관계연구소 소장, 법학박사·공인노무사· 한경대 겸임 교수
  • 승인 2023.03.03 15: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가 3대 개혁 가운데 하나인 노동개혁이 한창 논의되고 있다. 노동 분야에 불공정과 법 위반이 난무하고 있는데 이를 해소하고자 윤석열 정부는 법치주의 확립을 노동개혁의 핵심으로 추진하고 있다.

노동에 대한 법치주의 확립을 위해서는 노동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노사관계에 대한 바람직한 이해가 전제될 필요가 있다. 산업 현장의 불공정과 법 위반 현상만을 해소하는데 무게를 두다 보면 일시적인 효과에 머무는 한계에 봉착할 수 있다.

특정 정치 이념적인 노동운동가에 의해 노동에 대한 왜곡된 역사관과 노사관계에 대한 그릇된 관점이 불공정과 불법이 자행되는 토양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바로잡아야 진정한 노동개혁이 될 수 있다. 

노동은 인간의 생존과 풍요로운 생활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며 이를 통한 부가가치 창출로 인류의 문명이 발전돼 왔다. 역사적으로 노동은 신분사회에서는 지배계급의 소유물이며 아무런 대가가 제공되지 않았던 피지배계급의 일방적인 희생이었고 착취였다. 피지배계급은 태어나면서부터 신분의 예속으로 노동을 전담하는 운명이었다. 신분체제가 붕괴된 이후 시민사회에서의 노동은 근로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른 처분으로 정당한 대가를 보장받을 수 있게 됐다. 

시민사회 초기 단계에서는 미성숙 단계의 산업사회 특성상 일자리가 부족한 속에 법 규율마저 미비해 절대 계약자유의 원칙은 열등한 근로자와 우월한 사용자 간의 불평등한 계약을 야기했고 계약을 통한 일방적 희생이 이뤄졌다.

초기 자본주의 단계에서의 칼 마르크스(Karl Marx)가 노동해방을 주장하면서 자본가들에게 부정적이고 적대적인 태도를 취했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시대적 상황이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산업화로 일자리 공급이 노동의 공급보다 급속하게 늘면서 사용자와 근로자의 계약구조는 대등한 지위로 발전했다.

특히 산업화의 진전과 더불어 노동법도 발전해 경제적 약자인 근로자를 보호하게 됨에 따라 칼 마르크스의 예상과는 달리 공산주의 혁명은 자본주의 국가에서 나타나지 않았다. 오히려 건국가인 러시아와 북한, 중국 등에서 공산주의 독재체제로 나타났다. 

노동은 중기 산업화 단계에서만 하더라도 자본과 분배의 문제로 상호 긴장관계가 나타나기도 했으나 오늘날의 무한 경쟁 시대에는 자본과 노동은 서로 양립하고 동반 상생해야 하는 존재로 자리매김했다. 자본과 노동이 분배의 문제로 대립하고 갈등하는 것은 모두에게 손해이고 기업과 국가경쟁력의 결정적인 저해 요소가 된다는 것은 수많은 사업장의 노사관계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세계 선진기업들은 모두가 하나같이 노사가 서로 존중하고 함께 상생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나아가고 있다. 노동은 자본과 더불어 그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며, 우수한 자본과 결합했을 때에 그 노동은 제대로의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경쟁력 있는 자본과 연결된 노동이 양질의 일자리이며 높은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노동은 자신과 결합된 자본에 의해 스스로의 가치를 평가받는 것이다.

세계 선진기업들의 노사관계가 이렇게 파트너십으로 나아가고 있는데 반해 우리나라 노사관계는 1980년대식의 대립적인 노사관계로 고착화돼 확산하고 있다. 노동을 바라보는 인식은 신분사회 내지 초기 산업사회 단계의 피지배계급의 착취와 희생으로만 인식하고 자신의 노동생산성보다 월등히 높은 보상에도 불구하고 끝없는 요구 주장에 몰두하고 있다.

세계 무한 경쟁에서 노사가 함께 파트너십으로 나아가도 겨우 생존해나갈 수 있는 환경인데도 상호 협력적이었던 사업장에 마저 소모적이고 투쟁적인 노동운동이 시대를 역행해 침투해 들어가고 있다. 이는 노동에 대한 건전한 인식 정립이 아닌 피지배계급 노동에 대한 전근대적 인식을 심어준다. 이처럼 왜곡된 노동관이 심어진 것은 1980년대식의 노사 대립적이고 투쟁적이었던 칼 마르크스와 같은 정치이념적인 노동운동가들이 노사관계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시대에 뒤떨어진 대기업 공공부문 노동조합의 기득권 지키기 행태는 젊은 근로자들에게 새로운 도전을 받고 있다. MZ세대의 새로운 노동조합 운동이 소중한 운동으로 지켜지고 앞으로 더 거세게 우리 산업현장을 혁신시킬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MZ세대에게 올바른 노동관과 바람직한 노사관계에 대한 이해를 확산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

이제 노동개혁은 노동에 대한 긍정적인 의미와 노사관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모든 국민이 받아들이는 것에서 시작돼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송파구 중대로 174
  • 대표전화 : 02-443-4363
  • 청소년보호책임자 : 우대성
  • 법인명 : 한국외식정보(주)
  • 제호 : 식품외식경제
  • 등록번호 : 서울 다 06637
  • 등록일 : 1996-05-07
  • 발행일 : 1996-05-07
  • 발행인 : 박형희
  • 편집인 : 박형희
  • 식품외식경제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정태권 02-443-4363 foodnews@foodbank.co.kr
  • Copyright © 2024 식품외식경제. All rights reserved. mail to food_dine@foodbank.co.kr
인터넷신문위원회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