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식을 맛있게 먹으려는 노력은 음식발달의 큰 숙제이자 음식문화의 핵심이다. 그렇다면 목축산업이 발달하지 않아 고기나 우유도 나지 않고, 단맛을 내는 설탕도 나지 않으며, 음식을 맛있게 할 수 있는 기름도 나지 않던 환경에서 한국인은 어떤 반찬을 만들어 밥을 맛있게 먹으려고 노력했을까? 이 점이 K-foods의 핵심이다. 즉 설탕과 기름 없이 풀로 대표되는 채소를 어떻게 만들어 밥을 맛있게 먹게 하느냐가 K-foods의 핵심이다.
다른 나라 음식은 요리 자체를 맛있게 먹으려는 노력의 결과로 발달했지만 한국은 밥을 맛있게 먹으려면 반찬을 맛있게 만들어야 했다. 그 결과 한국 음식의 다양성은 반찬의 다양성으로부터 비롯됐다. 밥을 먹는 방법은 서양의 밀가루와 같이 주재료의 다양성 부족으로 한계가 있지만, 반찬을 먹는 방법은 다채로운 재료와 조리 방법에 따라 매우 다양할 수밖에 없다.
한국인의 맛은 서양하고 상당히 다른 점이 있다. 서양의 맛은 대부분 혀로 느끼는 맛이다. 서양의 맛은 주로 단맛, 짠맛, 쓴맛, 우마미, 신맛 등 5미를 내는 물질을 찾아 나서게 했다. 따라서 본능적으로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소금을 이용해 밀가루를 반죽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요리 후 식탁에서 음식에 소금을 쳐서 먹는 것으로 발전했다. 이처럼 소금을 찾는 등 서양은 맛있는 물질을 찾아서 맛을 냈다. 서양 음식의 맛을 찾아가는 방식은 중세기 이후 특정한 맛을 내는 향신료를 찾아 가는 험난하고 기나긴 여정이었다. 이것이 후추전쟁으로 불리는 콜럼버스의 대항해 탐험과 서인도 제도 발견의 동기가 됐다. 서인도제도를 시작으로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서양은 이후 음식 맛 역사에서 커다란 전기를 맞는다.
사람들이 매우 좋아하는 달콤한 맛은 단맛이다. 이 달콤한 맛을 서양에서는 주로 꿀에서 채취했다. 한국에서는 단맛을 내는 것으로 꿀도 사용하긴 했지만 매우 드물게 생산됐고, 설날과 같은 날에 조청이라는 시럽을 전분을 이용해 만들어 먹기도 했다. 그러다 중남미에서 17세기 이후 사탕수수라는 단맛을 내는 소재를 발견하게 되면서 대량으로 사탕수수를 재배하기 시작했으며 19세기 이후에는 설탕을 대량으로 생산하기 시작했다. 이와 같이 서양은 소금, 후추, 설탕을 중심으로 단일 맛을 내는 방식으로 미각이 발달하고 그에 따른 음식도 발달했다.
물질을 찾아 단일 맛을 추구하는 서양의 맛과 달리 한국인은 밥을 먹기 위해 반찬의 맛을 내고자 했다. 동물의 경우 고기 부위만 골라 먹고 나머지는 버리는 서양과 달리 우리나라는 동물의 내장도 버리기에 아까웠고, 대부분 식물을 먹어야 했지만 어떤 식물의 경우는 사람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향이 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것을 한국에서는 ‘잡내(miscellaneous flavor)’라고 한다. 한국인의 맛은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거북한 맛(잡내)을 없애는 것이 우선이었다. 잡내를 먼저 제거하고 좋아하는 맛을 내는 것이 우리 음식 맛의 발달역사다.
우리나라는 다른 향을 내는 식물재료를 같이 삶거나 우려내고, 된장이나 간장을 같이 넣어 끓이거나 졸여서 잡내를 없앴다. 이러한 과정은 동시에 맛있는 맛이 스며들게 한다. 이를 국물이나 반찬으로 먹고 씹을 때 입안에 스며들게 해야 맛있는 음식이 된다. 그 맛이 나지 않고 맹물 맛이 나면 ‘싱겁고 맛이 없다’고 이야기하고, 맛이 씹어 나오면 ‘간이 맞고 맛있다’라고 한다. 소금이나 장을 많이 넣고 끓여서 음식에서 우러나오는 맛은 없이 짠맛만 나면 ‘간이 맞지 않고 짜다’라고 하는 것이다.
또한 물로 끓이면 생기를 잃어버려 양이 확 줄어드는 채소는 이러한 맛을 낼 수 없기 때문에 양념에 무쳐 맛을 내서 먹었다. 양념은 마늘, 고추, 파를 썰거나 갈아서 장으로 간을 맞춘 것으로 다른 소재를 맛있게 만들 수 있는 핵심 중간 소재, 일종의 소스라고 볼 수 있다. 이때 조직이 연한 채소는 직접 양념을 묻혀서 맛을 낼 수 있으나, 조직이 거친 채소는 데치거나 소금에 절여서 숨을 죽인 뒤 양념을 묻혀서 맛을 낸다. 전자는 나물이고 후자는 발효가 일어나기 전의 김치이다. 따라서 한국 음식은 단일 맛이 아니라 국물, 양념으로 간을 맞추고 맛을 내는 방식으로 나타내는 매우 독특한 특징이 있다. 서양과 같이 단일 맛이 따로 도는 맛이 아니라 모든 맛의 소재가 스며들어 녹아나서 조화롭고 깊은 맛을 내는 복합미의 결정체이다.
이러한 점에서 한식은 세계 어느 음식보다도 다양한 맛을 낼 수 있는 원천이 된다. 치킨요리도 미국이나 중국은 단순히 튀기기만 하지만 우리는 양념을 이용해 세계 어느 나라보다 다양한 맛을 낸다. 이 때문에 세계 소비자들이 열광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