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와 위생
종교와 위생
  •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한국식품산업진흥포럼 회장
  • 승인 2023.05.26 14: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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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지혜가 쌓이면서 건강하게 오래 살려는 강한 욕구가 계속되고 있다. 건강과 수명에 미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먹는 음식과 일상생활에서 얻을 수 있는 각종 질병을 피하는 일이다. 질병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방법으로 오래전부터 개인 위생에 관해 관심을 가졌고 종교영역에서도 계율을 만들어 제시된 지침을 따르도록 관리해왔다. 특히 처음부터 집단생활을 해야 하는 종교모임에서는 많은 사람이 오래 거주하는 공간에서의 위생은 처음부터 철저히 관리해야 할 규범을 만들어 엄격히 지키도록 했다. 

불교의 사찰 내에서는 수도하는 스님들이 지켜야 할 계율이 엄격했다. 그 기준 가운데 사분율(四分律)은 승려가 지켜야 할 덕목으로 비단사복이라고도 하는데 부처님이 대중에게 선포하던 규율(規律) 중 하나다. 사분율은 수행자가 집단생활을 하면서 지켜야 할 규범을 담고 있는데 음식 섭취, 숙면, 술과 담배의 금지 같은 생활 규범과 살생, 도둑질, 성 관련 행위 금지사항 등이 포함된다. 특히 음식에 대한 위생을 중요하게 생각해 신선하고 건강에 좋은 것을 선택하고 식사 전에는 손을 깨끗이 씻고 식사 중에는 정숙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사분율에 승려가 지켜야 할 위생 관련 덕목에는 양치질, 목욕 등 몸의 청결을 중시했다. 공양 때는 팥과 콩으로 만든 비눗물이나 소 오줌, 잿물 등으로 손을 씻으라고 했다. 현대 위생에서 제일로 꼽는 손 씻기는 부처님이 설법하신 기원전 500년 전에 이미 손 씻기가 개인 안전 관리에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승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욕실을 지어 몸을 씻게 하고 양치질을 강조했다. 양치질은 한 뼘 길이의 버드나무 가지를 사용해 남이 안 보는데서 해야 하고 양치질을 하면 입에서 냄새가 나지 않고 양치질 후에는 맛을 잘 분별할 수 있고 열기가 줄어들면서 음식이 당기며 눈이 밝아지는 이점이 있다고 했다. 또한 뼈나 뿔, 갈대, 나무 등으로 혀에 끼는 설태를 제거하도록 했다. 아울러 이쑤시개와 귀이개 등을 만들어 사용하고 사용 후 반드시 닦은 후 건조시켜 보관하도록 했다.

현대의 개념으로도 개인위생에서 조금도 손색이 없다. 승려는 항상 양치질 할 양지(楊枝), 씻을 비누를 지참하도록 권하고 있다. 즉 개인위생을 특히 강조하기 위함이다. 신라의 자율선사도 수백 가지 계율 중 승려들의 개인위생을 중요하게 여겨 질병 예방을 강조했고 특히 버드나무를 이용한 양치질은 지금의 과학으로도 그 효과를 충분히 인지할 수 있다. 버드나무에 있는 salicylic acid는 아픈 곳에 사용하면 통증을 완화하고 이가 아플 때 버드나무 삶은 물을 입에 머금고 있으면 통증 감소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현대에 이르러 통증 완화에 아스피린이 쓰이는 것은 버드나무에 들어 있는 살질산의 역할이 있다.

승려들은 실로 오래전에 이들 살균, 통증 완화 기능을 알고 이를 닦는데 버드나무 줄기를 사용하라고 했으니 실로 경이로울 뿐이다. 승려들이 한 양지는 그 후 양치라는 말로 변화된 것으로 추정된다. 사분율을 위시한 불교의 계율에는 팥을 이용해 지금의 비누와 같이 사용하고 목욕, 손 씻기를 하며 개인청결, 위생이 강조됐음을 알 수 있다. 불교의 여러 경전 중 하나인 법망경에서도 보살은 언제나 양지(楊枝), 비누, 3가지 옷, 발우 등을 지녀야 한다고 해 양치질과 손 닦는 소재를 항상 소지해 개인위생을 신경 쓰게 했다. 식사 전에 손을 닦거나 목욕, 양치질은 오늘날에도 개인위생의 기본이 되고 있다.

기독교에서도 질병 예방과 건강 유지를 위해서 위생적인 삶을 살도록 권장하고 있다. 이는 몸과 영혼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 강조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기독교에서 수행하는 위생에 대한 사항은 손 씻기, 몸 관리, 깨끗한 몸을 유지하기 위해 목욕하고 칫솔질과 함께 옷도 깨끗하게 관리하도록 권한다. 또한, 건강한 식생활, 정기적인 운동과 함께 깨끗한 환경을 유지함으로써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

종교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이 함께 생활해야 하는 집단에서는 개인위생을 통해 자신을 지키면서도 감염을 막아 본인은 물론 이웃을 지키려는 시도가 일찍부터 정착했다. 종교 분야에서도 엄격한 계율을 들어 수련자의 육체를 지킴과 동시에 정신영역에서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잊지 않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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