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음식이 ‘맵고 짜다’는 잘못된 인식 I 왜 일본인의 인식을 계승하는가?
우리 음식이 ‘맵고 짜다’는 잘못된 인식 I 왜 일본인의 인식을 계승하는가?
  • 권대영 호서대학 교수,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정회원
  • 승인 2023.06.08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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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도 방송에서 일방적으로 우리 음식에 대해 나쁘게 평하는 이야기가 많다. 특히 방송작가들은 우리 음식에 대한 과학적 검증 없이 소위 통설에 의해 음식을 폄하하는 경우가 있다. 심지어는 방송 출연자가 올바른 우리말을 하는데도 자막으로 수정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 시골 어른들은 정확히 우리말로 ‘닭도리탕’이라고 말하는 데  어쩌다 잘못 만들어진 ‘닭복음탕’이라는 말을 자막으로 내보내는 경우를 종종 본다. 

아무래도 방송작가들을 위해 우리 음식에 대한 바른 역사 인식 교육이 필요할 것 같다. 또한 일제 강점기부터 이어진 우리 음식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그대로 옮겨 적는 경우도 많다. 그 안에는 우리 음식이 서양 음식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위생적이고 우리 조상 할머니들이 만드는 음식은 덜 지혜롭고 촌스럽다는 인식이 고스란히 남아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본다. 마치 조선시대 아버지(양반)들이 제사 음식으로 어떻게 감히 여성(평민)들이 만들어 먹는 음식을 올릴 수 있느냐면서 결국 수준이 높은 것으로 인식한 중국 음식으로 제사나 의례를 지내왔던 것과 마찬가지라고 볼 수 있다. 

우리 음식에 대한 잘못된 인식 중 하나는 우리 음식이 ‘맵고 짜다’는 것이다. 일제시대 일본인들이 특히 지식인인 의사들이 우리 음식에 대해 평가 절하한 것이 ‘우리 음식은 맵고 짜다’였다. 그래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위암이 많다고까지 이야기했다. 물론 일본이 우리나라를 강제 합병하는 명분으로 우리나라는 야만족이고 미개해 합방을 통해 발전시켜야 한다는 게 크게 작용했으니 그러한 비과학적인 주장이 충분히 나올 만도 하다. 심지어 100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나라에서 아직도 이러한 명분을 주장하는 사람이 있는 것이 현실이기도 한 상황에 비추어 보면, 일본인 의사들은 과학적이지 않아도 충분히 그러한 말을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그들 말은 틀렸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장수 국가다. 그들 말대로라면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수명이 짧은 국가가 돼야 했을 것이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해방 이후 우리 민족이 일본 의사들이 비과학적인 태도로 폄하한 우리 음식을 받아들인 태도에 있다. 이러한 지식인들의 이야기는 배운 사람이 하는 이야기, 우리 어머니나 할머니가 이야기하는 지혜는 못 배운 사람의 이야기라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따라서 일본인이나 서양인들이 이야기한 것은 검증 없이 맹목적으로 받아들여 잘못된 인식이 주류로 자리 잡힌 경우가 많다.

특히 방송에서 제대로 거르지 않고 내보내는 경우가 많아서 우리 음식에 대한 잘못된 편견과 왜곡이 많다. 이러한 비과학적인 설을 우리나라 대학에서는 그대로 받아들여 이야기하고 특히 식품영양학과에서는 한술 더 떠 WHO 기준이 얼마이니 이야기하면서 학생들을 가르친다. 방송에 나와서는 마치 우리가 소금을 대단히 많이 먹는 나라처럼 이야기한다. 몇몇 의사들은 우리가 부딪히게 되는 질환이 대부분 소금을 많이 먹어서 생기는 것처럼 얘기해 소금 공포(salt phobia)를 유발하기도 한다. 이러한 교육과 방송을 본 사람들은 우리가 건강하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소금을 먹지 말아야 한다는 잘못된 인식을 하고 있다. 이러한 잘못된 풍토를 과연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 그리고 누가 바로 잡아야 하는가. 

소금은 우리 몸에 부족하면 hypotonic 현상으로 두통이나 심하면 사망에 이를 정도가 되기 때문에 필수 물질이다. 그런데 소금을 적게 먹으면, 심지어는 먹지 않으면 건강할 것으로 생각하게 만든 것은 큰 문제다. 우리 몸은 혈액 속에 소금 농도 0.9%가 유지되도록 소금을 먹어야 한다. 동물실험에서 쥐에게 소금을 많이 먹이면 고혈압이 심해지는 것은 맞다. 그리고 소금을 약간 많이 먹는 사람의 고혈압 증가 결과는 몇 퍼센트 이내로 밝혀졌다.

그러나 동물실험처럼 사람은 지나치게 많은 소금을 먹을 수 없다. 즉 몸에서 받지 않을 정도로 먹을 수는  없다. 한마디로 많이 먹는 것을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또한 결코 서양인들보다 짜게 먹지 않는다. 최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의 연구에 따르면 십여 년 동안 20여만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코호트 조사에서 소금 섭취량과 오래 사는 것은 큰 연관성이 없다는 결과가 이를 분명하게 대변해준다.

만일 일본 의사들이 지적한 만큼 우리가 짜게 먹는다면 우리나라는 세계 최대 장수 국가가 될 수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대 장수국가가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Lancet, 2017). 또한 식약처 (WHO)가 권고한 하루 나트륨 함량(2000mg) 보다 두세 배 정도 먹었을 때 사람이 가장 건강하다는 과학적 역학조사가 훨씬 현실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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