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장인정신만으로 될까?
식당, 장인정신만으로 될까?
  • 김준성 기자
  • 승인 2024.03.20 11: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어느 작은 설렁탕집을 찾았다. 그곳은 모녀가 함께 운영하는 49.5m²(15평) 규모의 매장. 이른 새벽 식당에 나와 4~5시간 동안 국물을 우려내고, 건강에 좋은 천일염에, 직접 짠 참기름 등 어느 하나 흠잡을 데 없는 건강식당이었다. 그러나 또 다른 한편으로는 그들이 안타깝게 느껴졌다. 모녀가 주말도 쉬지 않고 하루 종일, 그것도 최고의 식재료만을 사용해 정성을 다하고 있지만 월평균 매출 2000만 원 내외라고 했다. 식재료 비중이 45%에 임대료와 카드·배달 수수료를 빼고 나면 월 200~300만 원 정도 겨우 가져갈 수 있을까.

설렁탕집 대표는 장인정신을 강조했다. 제대로 된 음식을 내면 언젠가는 손님들도 알아줄 거라고. 그게 음식 만드는 사람으로서 당연한 몫이라고. 그래.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과연 그렇게, 모든 음식 하나하나에 100% 힘을 쏟아야만 하는 걸까. 그러다 지치고 병들면 어느 손님이 그 장인정신을 기억해 줄까. 조금은 영리하게, 에너지도 분배하며 오래갈 수 있어야만 음식도 장인정신도 천천히 알려지는 게 아닐까. 

안타까운 마음에 당시 난 “요즘 면제품 좋은 게 많으니 조리 과정 쉬운 면 요리도 한 두가지 준비하셔서 수육과 세트 메뉴로 구성하면 매출 상승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며 “몸도 좀 보살피면서 하세요”라는 애송이 같은 조언 몇 마디를 놓아두고 왔었다.

야구 경기는 9회까지 이어진다. 매회 모든 공을 100% 힘으로 던지면 9회까지 절대 던질 수 없다. 힘이 빠지는 순간 홈런 몇 개 맞고 교체될 수밖에. 반면, 몇 번 안타를 맞고 2~3점 줄지언정 힘 조절을 영리하게 해 혼자 9회까지 안정적으로 경기를 책임질 때 그 투수와 경기는 팬들 기억 속에 오래 남아 비로소 ‘레전드’로 불리게 된다.

외식업 대표들에게 요즘은 ‘어렵다, 힘들다’의 결정판 같은 나날이다. 이럴 때일수록 ‘가볍게·영리하게·길게’의 힘 배분이 필요하다. 장인정신도 레전드도 그다음 문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송파구 중대로 174
  • 대표전화 : 02-443-4363
  • 청소년보호책임자 : 우대성
  • 법인명 : 한국외식정보(주)
  • 제호 : 식품외식경제
  • 등록번호 : 서울 다 06637
  • 등록일 : 1996-05-07
  • 발행일 : 1996-05-07
  • 발행인 : 박형희
  • 편집인 : 박형희
  • 식품외식경제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정태권 02-443-4363 foodnews@foodbank.co.kr
  • Copyright © 2024 식품외식경제. All rights reserved. mail to food_dine@foodbank.co.kr
인터넷신문위원회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