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빙 열풍과 함께 시작된 안티패스트푸드 운동은 패스트푸드 업체로 하여금 자꾸만 고가의 메뉴를 내놓게 한 대표적인 배경이 됐다. 롯데리아는 단품이 5천원인 100% 한우불고기 버거를 내놨고, 맥도날드 역시 베이컨 토마토 디럭스 등 고급 메뉴를 출시하며 정크푸드라는 이미지를 타파하고자 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패스트푸드를 ‘싸고 빨리 먹을 수 있는 곳’으로 인식하고 있다. 여기에서 발생한 갭(gap)은 패스트푸드 업체의 갈 길을 잃게 했다.
이런 와중에 패스트푸드 업계를 대표하는 두 브랜드가 서로 출혈 경쟁을 벌이면서 패스트푸드 업계는 더욱 혼란에 빠졌다.
맥도날드는 거의 반 년 째 런치타임 세트메뉴 3천원 행사를 진행하고 있고, 서로 비슷한 상권에 입점할 수밖에 없는 경쟁업체 역시 덩달아 할인 경쟁에 나섰다. 경쟁사가 바로 이웃에 위치한 매장의 경우에는 ‘하루 종일 3천원’이라는 파격적인 문구를 내걸고 각개전투에 나선 상황이다. 음식장사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저렇게 하면 이윤이 남나’하고 고개를 갸웃거릴 정도다.
맥도날드의 ‘3천원 프로모션’은 이미 일본에서 진행된 바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일본에서는 300엔 행사를 1년 넘게 벌였고, 이때 롯데리아와 순위가 뒤바뀌어 현재 일본에서 맥도날드가 시장 우위를 점하고 있다”며 “일본의 영광을 재현하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고 이야기했다.
기업별 경영이념과 경영방향은 모두 다를 수 있다. 하지만 너무 꾸준한 할인 정책은 자칫 패스트푸드 업계 전체를 수렁으로 빠뜨리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제대로 된 음식을 제대로 된 가격에 파는 것’이 외식업의 기본이라면, 패스트푸드 업계는 지금 ‘제대로 된 음식을 헛 팔고’ 있는 꼴이다. 40가지의 품질 검사를 거친 쇠고기로만 만든 패티를 쓴다고 하면서 세트메뉴로 3천원에 판매하니 고객들은 당연히 믿을 리 없다.
패스트푸드 업계에 변화가 필요한 시기임은 확실하다. 정말 신뢰도를 회복하고 과거의 황금기를 되찾고 싶다면 조금 오래 걸리더라도 외식업의 기본을 지켜나가면서 제대로 된 영업을 하는 것이 정석이 아닐까.
임영미 기자 y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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