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업종 컬래버의 진수 '대한제분 마케팅 본부'
이종업종 컬래버의 진수 '대한제분 마케팅 본부'
  • 이서영 기자
  • 승인 2021.09.22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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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팀 변은경 과장, 김지원.백상진 사원
마케팅팀은 앞으로 더 많은 일을 벌일 계획이다. 곰표 문화 행사를 개최하고 쿠킹 클래스를 운영하며 놀이 도구도 만들겠단다. 또 ‘밀가룩’(밀가루+룩)이라는 테마 아래 다양한 패션 제품을 선보이려는 구상도 갖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대한제분 마케팅 본부 마케팅팀 김지원 사원과 식품사업팀 백상진 사원, 마케팅팀 변은경 과장.사진=이경섭
마케팅팀은 앞으로 더 많은 일을 벌일 계획이다. 곰표 문화 행사를 개최하고 쿠킹 클래스를 운영하며 놀이 도구도 만들겠단다. 또 ‘밀가룩’(밀가루+룩)이라는 테마 아래 다양한 패션 제품을 선보이려는 구상도 갖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대한제분 마케팅 본부 마케팅팀 김지원 사원과 식품사업팀 백상진 사원, 마케팅팀 변은경 과장.사진=이경섭

미국의 북극곰이 “마시자, 코카콜라!”라고 외친다면 한국의 북극곰은 “표곰이는 즐거워!”라고 말한다. 무슨 얘기냐고? 대한제분의 밀가루 브랜드 ‘곰표’ 얘기다. 누구나 어린시절 한번쯤 부엌에서 발견했을 법한 그 밀가루 말이다. 기억 저 편의 한구석에 뽀얗게 먼지가 쌓여 있던 그 누런색 포대자루의 북극곰이 화려하게 부활했다. 지금, 곰표는 가장 핫한 브랜드다. 

곰표 밀가루는 대한제분을 대표하는 밀가루 브랜드다. 대한제분은 1952년 창립된 회사, 곰표 밀가루는 1954년 출시된 제품이다. 둘 다 70살이 가까워 졌다. 그런데 이 노장들이 최근 나이를 거꾸로 먹고 있다. 그 까다롭다는 10~30대 MZ세대와도 기가 막히게 잘 논다. 완전히 회춘해 버렸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들어는 봤나, ‘표문 막걸리’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요즘 어떤 술이 가장 핫한지 알고 있을 것이다. 두 말할 것 없이 ‘표문 막걸리’와 ‘곰표 밀맥주’다. 표문 막걸리는 대한제분이 ‘나루 생막걸리’로 유명한 한강주조와 협업해 만든 무감미료 생막걸리로 국내산 밀누룩을 넣어 빚은 것이 특징이다. 표문 막걸리의 콘셉트는 ‘뒤집어 먹을 때 더 맛있는 막걸리’다. 그래서 이름도 ‘곰표’를 180도 뒤집은 ‘표문’으로 지었다. ‘올드하고 고루한 막걸리의 이미지를 새롭고 멋지게 뒤집자’는 의미도 담았다. 표문 막걸리는 지난 4월 출시 당시 판매를 위한 첫 라이브 방송에서 2분만에 품절사태를 빚으며 더욱 유명해졌다. 

한편 곰표 밀맥주는 지난해 5월 출시된 제품이다. 대한제분과 수제맥주 제조사 세븐브로이의 합작품으로 BGF리테일이 이끄는 편의점 CU가 단독 판매했다. 이 제품 역시 출시 후 6개월만에 누적 판매량 150만개라는 위업을 달성했으며 현재는 한달에 수백만캔씩 판매되고 있다. 

B2C시장 공략 위해 브랜드 정비

곰표 밀가루는 국내 제분업계에서 B2B시장을 주도하는 기업 중 하나다. 국내 대형 식품기업은 물론 핫도그 프랜차이즈, 동네 중국집과 빵집에 이르기까지 절대다수의 사업자들이 곰표 밀가루를 사용한다. 

반면 그간 B2C시장에서의 존재감은 미미한 편이었다. 매출 가운데 95%가 B2B시장에서 발생하다 보니 B2C시장을 돌보지 못한 탓이었다. 그 결과 곰표 밀가루는 일반 대중의 인식 속에서 거의 잊혀 갔다. 지난 2017년 브랜드 인지도 조사에서 ‘밀가루 하면 생각나는 브랜드’로 곰표를 꼽은 이들은 20%가 채 되지 않았다. 대한제분 내부에서는 ‘이대로 가면 잊힌다’는 위기의식이 높아졌다. 이를 계기로 대한제분은 신제품 개발을 위한 TF팀을 꾸려 B2C마케팅과 브랜드 재활성화에 나서게 됐다. 

신제품 아이디어는 의외의 사건에서 튀어나왔다. 한 연예인이 곰표 로고 티셔츠를 입고 있는 사진을 대한제분 직원이 발견한 것. 해당 티셔츠는 패션 플랫폼 4XR이 대한제분과 사전합의가 없는 상태에서 자체 제작한 상품이었다. 대한제분 측은 여기서 곰표 브랜드의 가능성을 보고 4XR에 협업을 제안, 한정판 티셔츠를 정식으로 출시했다. 이를 시작으로 곰표는 다양한 업체와 컬래버한 제품들을 선보였다. 화장품 브랜드 스와니코코와 협업한 곰표 밀가루 쿠션을 비롯해 왕곰표 팝콘(CGV), 곰표 주방세제(LG생활건강), 곰표 오리지널 나쵸(CU), 곰표 패딩(4XR), 곰표 떡볶이(쿠캣마켓) 등이 그것이다. 

젊은세대는 열광했다. 심지어 10대들은 곰표 티셔츠를 단체로 맞춰 입는다. 마케팅 본부에 따르면 MZ세대가 곰표를 좋아하는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북극곰 캐릭터가 귀엽고 친근해서다. 그 다음으로는 컬래버 제품들이 ‘말이 되니까’ 좋아한다는 거다. 제품의 속성이 밀가루 혹은 북극곰의 이미지와 부합하기 때문이라는 것. 마케팅 본부도 컬래버 시 이 점을 제일 중요하게 여긴다는 설명이다.

대한제분 마케팅 본부가 기획해서 출시한 컬래버 제품들.사진=이경섭
대한제분 마케팅 본부가 기획해서 출시한 컬래버 제품들.사진=이경섭

밀가루 회사 넘어 ‘식품 문화 브랜드’ 도약 목표

대한제분 마케팅 본부 중에서도 마케팅을 핵심적으로 수행하는 마케팅팀은 4인으로 구성돼 있다. 배연진 팀장과 손재평·변은경 과장, 김지원 사원이 곰표 컬래버 신화의 주인공이다. 

요즘 이들이 고민하는 것은 ‘넥스트 곰표’다. 지금까지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뉴트로 마케팅의 진면목을 보여주며 오래된 브랜드에서 젊고 핫한 브랜드로 이미지 쇄신에 성공했지만 앞으로도 소비자에게 지속적으로 사랑받는 브랜드가 되기 위해서는 또 다른 전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올해 초에는 이같은 마케팅 고민과 해답을 담은 책자인 ‘곰표 브랜드 가치체계 재구축 및 실행방안’을 펴내기도 했다. 책자에는 곰표 브랜드가 걸어 온 길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 구체적으로 제시돼 있다. 

변은경 과장은 “곰표의 최종 목표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식품 문화 브랜드로 성장하는 것”이라며 “앞으로 곰표는 밀가루 제조 회사를 넘어 밀가루 식품을 만들고 밀가루로 하는 체험을 발굴하며 밀가루가 들어간 다양한 생활용품을 개발하는 기업으로 거듭나려고 한다”고 말했다. 

북극곰이 말을 하네?

올해는 곰표 브랜드의 새로워진 정체성을 알리는 원년이다. 그 시작은 ‘안녕! 곰표 치킨너겟’과 ‘곰표 폰트’ 출시다. 안녕! 곰표 치킨너겟은 대한제분의 첫 너겟 제품으로 OEM 방식으로 생산되고 있다. 곰표 폰트는 윤디자인 계열사 ‘엉뚱상상’과 함께 개발한 것으로 너겟 출시와 함께 동시 공개했다. 너겟 패키지 뒷면의 QR코드를 스캔하면 폰트를 다운받을 수 있다. 

곰표에 있어 이 제품이 가지는 의미는 여러모로 크다. 첫번째는 컬래버에서 벗어나 자사 연구진이 직접 개발한 레시피로 만든 자사 상품이라는 것이고 두번째는 곰표의 캐릭터인 ‘표곰이’에게 처음으로 생명력을 부여했다는 것이다. 

“언젠가부터 소비자들이 곰표 로고 안의 북극곰을 ‘표곰이’라고 불러주기 시작했다. 로고 안의 이미지에 불과했던 북극곰이 ‘캐릭터’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래서 ‘곰표’라는 글씨와 북극곰을 분리했다. 곰표 치킨너겟에 붙은 ‘안녕!’이라는 인사는 표곰이가 소비자에게 말을 거는 순간을 상징한다.” 마케팅팀의 설명이다. 

기대하시라, 즐거운 곰표의 미래를

내년은 대한제분 창립 70주년이 되는 해다. 마케팅팀도 70주년을 앞두고 더욱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현재 대한제분 본공장이 위치한 인천의 시립박물관에서는 ‘52년 인천생 곰표’라는 주제로 기획 전시회가 진행되고 있다. 곰표가 1952년 인천에서 태어난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이 전시에서는 대한제분의 오랜 역사와 함께 다양한 곰표 굿즈들을 만날 수 있다. 워낙 방문자가 많아 한정수량으로 만들었던 전시회 기념 제품들을 추가 생산해야 할 상황이라고. 내년에는 이 자료들로 인천공장에 미니 전시관을 꾸밀 예정이다.

마케팅팀은 앞으로 더 많은 일을 벌일 계획이다. 곰표 문화 행사를 개최하고 쿠킹 클래스를 운영하며 놀이도구도 만들겠단다. 또 ‘밀가룩’(밀가루+룩)이라는 테마 아래 다양한 패션 제품을 선보이려는 구상도 갖고 있다. 하지만 당장 올해엔 자사 상품 개발에 주력하겠다는 각오다. 변은경 과장은 “올해 마케팅 방향대로 준비중인 제품들이 많이 있다”며 “기대해 달라”고 귀띔했다. 

곰표의 다양한 굿즈들을 구매할 수 있는 온라인몰인 ‘곰표 베이커리 하우스’도 리뉴얼한다. 김지원 사원은 “홈페이지를 통해 여러 가지 콘텐츠를 보여드릴 수 있도록 다채롭게 꾸밀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들 마케팅팀에게 마케팅은 ‘놀이’다. 오죽하면 ‘재밌게 일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곰표에 왔다’고 이야기를 할까. 앞으로 이들이 또 어떤 놀이판을 벌일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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